"감독님께서 배려해주신 점 감사드린다. 첫 실전등판에서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려서 정말 기분이 좋다."
지난 14일 잠실 LG와의 시범경기에서 올해 첫 공식경기에 등판한 김선우가 1이닝을 삼진 3개로 완벽하게 막아내고 환한 표정을 지었다. 팀이 6-8로 뒤진 8회초, 6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김선우는 박용근, 박병호, 안치용을 모두 삼진으로 솎아냈다.
투구수는 13개에 지나지 않았고, 이중 스트라이크가 10개에 달했다. 직구 최고구속도 147km를 찍었다. 세 타자를 모두 삼진 처리한 뒤 김선우는 당당하게 벤치로 걸어 들어왔다.
이날 눈길을 끈 점은 김선우의 '커브'다. 강속구를 보유했지만, 확실한 결정구가 없어 국내 복귀 후 두 시즌 동안 고전을 면치 못했던 김선우는 이날 세 타자 모두를 느린 커브로 요리했다. 스프링캠프 동안 조금씩 연마해 연습해온 커브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사실 14일 첫 등판 무대는 짧은 이닝 투구에도 불구, 무게감은 김선우에게 있어 결코 가볍지 않았다.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절박감이 그를 둘러싸고 있었다.
김선우는 한국 복귀 후 2년간 두산의 1선발로 활약하면서 두 시즌 합계 17승 17패 평균자책점 4.76을 기록했다. 팀의 '에이스'로서 감독과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고 할 수 없다.
지난 2년간은 저돌적 피칭을 고수했다. 빠른 공을 고집했고, 두들겨 맞아도 아랑곳없이 다시 한가운데로 꽂아넣었다. 하지만 오기만으로 타자들을 잡아낼 수는 없었고, 이후 땅볼을 유도하기 위해 투심 혹은 싱커까지 시도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결국 김선우는 '에이스'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서 그렇게 2년을 보냈다. 이런 과정에서 고질적인 무릎 통증까지 발생했고, 스트레스 속에서 그는 "이게 내 능력의 한계인가 보다"며 자괴감을 감추지 못하기도 했다.
해가 바뀌고 김선우는 다시 한 번 힘을 냈다. 윽박지르는 식의 피칭이 실패한 경험을 되살려 이번에는 '완급조절'로 도전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전지훈련 기간 커브와 스플리터 구종을 연마했다.
하지만 전지훈련 도중 허벅지 햄스트링이 발생했다. 무릎 통증이 없어지면서 '절치부심' 도약을 노려온 김선우는 이 탓에 연습경기서도 등판하지 못했다. 김경문 감독을 볼 면목도 없었고, 투수조 최고참으로서 모범을 보이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이 때 김경문 감독은 김선우에게 초조함을 갖지 말라고 당부했다. 김 감독은 "몸이 완벽하게 나은 상황에서 던져보라"고 여유를 갖고 지켜봤고, 지난 14일에야 김선우를 등판시켜본 것이다. 그리고 김선우는 달라진 모습으로 기대에 부응했다.
김선우는 "캠프 중반에 햄스트링이 와서 그 동안 실전 등판을 못했다. 감독님이 '몸이 완전한 상태에서 피칭을 하라'고 말씀하셨다. 나 역시 몸이 완벽한 상황에서 나가고 싶었다"고 그 동안 등판하지 않았던 이유를 밝혔다.
김선우는 2010시즌 '에이스의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절박감 속에서 장착한 커브와 이로 인해 가능해진 완급조절투로 두산 마운드의 자존심으로 거듭날 각오다. 1선발로 내정된 히메네스, 이적생 좌완 기대주 이현승을 제치고 김선우가 팀내 '에이스' 수성에 성공할 수 있을까. 김선우의 한국무대 진짜 피칭은 2010년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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