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시즌 SK는 한 명의 신고선수만 선택했다. 최소 몇 명은 신고선수를 뽑는 최근의 추세에서 신고선수를 한 명만 영입한 것은 8개 구단 중 SK가 유일하다.
천안북일고를 나와 올해 인하대 졸업예정인 방정우(24, 외야수)가 그 주인공이다. 177cm, 80kg에 우투우타인 방정우는 대학 3학년 때 부상을 당해 남들보다 대학을 1년 더 다녔다.
2010 신인지명회의가 열린 날, 기대감을 갖고 지켜보았지만 마지막 라운드까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지 않았다. 8명의 인하대 졸업예정자 중 김재우(23, 투수) 만이 삼성에 지명을 받았을 뿐 나머지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 머릿속이 복잡했다.
방정우 역시 신고선수라는 길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당장 테스트를 보러 찾아 나서야겠다고 다짐했다. 스스로 내세울 만한 성적이 없었음을 인정하면서 속상한 마음은 제쳐두고 일단 이성적으로 가장 최선의 방법을 찾고자 맘먹었다. 하지만 뜻밖의 전화 한 통이 걸려왔고 그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드래프트가 끝나자마자 SK 스카우트께서 전화를 주셨어요. 신고선수로 올 생각 없냐고 물었죠. 무조건 좋다고 했어요. 그 상황에서 정말 감지덕지죠. 하지만 시간이 지난 뒤엔 좀 서운했어요."
SK는 신인 드래프트에서 마지막 10 라운드 지명권을 포기하고 9명을 지명했다. 10라운드 자리가 남았음에도 비워둔 채 방정우에게 연습생으로 입단을 권유한 것이다.
"제가 계약금을 받고 들어갈 만큼의 실력은 아니라고 판단하셨나 보죠...(잠시 머뭇거리다가) 전화를 받고 기뻤지만 좀 지난 뒤엔 허탈했어요. 10번으로 지명해줬다면 좋았을 텐데. 제가 부족한 탓이겠죠."

비록 연습생 신분이었지만 일찌감치 프로 입단이 결정되면서 방정우의 마음은 홀가분했다. 다른 구단들은 이후 개별적으로 지켜봤던 선수에게 연락을 취하거나 입단 테스트 등을 통해 신고선수 영입에 분주했지만 SK 구단은 방정우 이외엔 더 이상 연습생을 뽑지 않았다. 많게는 8~9명을 뽑은 팀도 있었지만 SK는 '양보다는 질'을 선택한 것이다.
"저 혼자라는 점에서는 자부심도 크죠. 솔직히 체격도 좋은 편이 아니고 타격도 수비도 평범하죠. 그런데도 저를 선택해 주셨죠. 지금까지 보여온 성실함을 인정해준 게 아닌가 싶어요. 저보다 잘하는 선수들 많거든요."
대학 4년 내내 화려하진 않았지만 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모습이 까다로운 SK 스카우트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이전부터 SK 훈련량 많다는 이야기는 들었죠. 팀에 합류해서 처음엔 정신없었어요. 적응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는데, 이젠 괜찮아요.(웃음) 그런데 지금의 제 입장에서는 그런 걸 따질 상황이 아니라고 봐요. 무조건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큰 만큼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어요."

지난 10일 SK 선수단은 일본 고지와 오키나와로 전지훈련을 떠났다. 74명의 대규모 선수단이 참가했지만 방정우는 재활군과 함께 국내에 남았다.
"2월 중순에 2군들은 남해에서 동계 훈련을 하거든요. 그 때 어떻게든 기회를 잡아 제 실력을 펼쳐 보여야죠. 시간이 많지 않아요."
SK는 다른 구단과 달리 6월 이후 정식선수가 되지 못하면 미련 없이 방출 통보를 전한다. 짧게는 6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팀을 떠나야 하는 경우도 많았던 만큼 선수들 사이에서는 SK를 '신고 선수의 무덤'이라고 부른다. 그런 면에서 방정우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남해에서 어떻게든 눈에 띄도록 열심히 할 겁니다.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죠. 후회 없이 말이죠."
서글서글한 그의 눈매가 어느덧 독기로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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