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특유의 유연한 몸놀림에 대처할 방법을 찾았을까.
허정무호가 10일 오전(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란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잠비아와의 새해 첫 평가전에서 2-4로 완패했다.
오는 6월 본선을 앞두고 옥석 고르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대표팀은 이정수(가시마 앤틀러스)와 조용형(제주 유나이티드)을 중앙 수비수로 세우고 최철순(전북 현대)과 강민수(수원 삼성)를 좌우 풀백으로 배치해 플랫4를 구축했다.
미드필드에는 김두현(수원 삼성), 김정우(광주 상무)를 중앙축으로 염기훈(울산 현대)과 김재성(포항 스틸러스)이 좌우 측면에 나섰다. 이동국(전북 현대)과 노병준(포항 스틸러스)은 공격수로 호흡을 맞췄다.
새해 첫 경기라는 긴장감 때문인지 선수들의 몸은 대체로 무거웠다. 시즌 시작을 준비하는 과정이라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고 공인구 자블라니에 대한 부적응 및 고지대와 비에 젖은 잔디 등 극복해야 할 과제를 한꺼번에 부여받은 가운데 무려 네 골을 내줬다.
잠비아는 한국의 공간을 마음껏 파고들었다. 유연한 몸동작에 한국은 공간을 자주 허용했고 압박조차 제대로 되지 않았다. 6분 카통고에 내준 선제골은 헐렁한 수비의 단면을 보여줬다.
14분 칼라바에게 두 번째 골을 허용하면서는 미드필드에서 연결되는 침투패스를 차단하지 못했다. 이후 후반에 역시 헐거워진 미드필드로 인해 잠비아의 볼배급이 좌우 측면으로 원활하게 이뤄지면서 측면과 중앙 수비 사이의 공간마저 벌어지며 두 골을 더 내주는 등 그동안 한국이 숨겨뒀던 약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컨디션이 아직 제대로 올라오지 않은 때문인지 몸싸움에서도 자주 밀렸다. 소극적인 경기 운영이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한국과 잠비아의 파울 수가 8-19로 두 배나 차이가 났다는 점이 이를 증명한다.
전, 후반 각각 한 골씩 터뜨리며 영패를 면하기는 했지만 공격의 창이 무뎠다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최전방의 이동국이나 후반 교체로 들어온 김신욱(울산 현대)은 헤딩 경합에만 집중한 나머지 스스로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그나마 잠비아가 본선 3차전 상대인 가상의 나이지리아를 미리 경험할 수 있게 해줬다는 점에서 위안으로 삼을 만했다. 비슷한 스타일이라고 가정할 때 한국은 적극적인 압박으로 미드필드 등에서 슈팅이나 패스를 차단해야 한다는 소득을 얻었다.
공인구 자블라니 다루는 법도 확인했다. 고지대라는 특수성으로 탄성과 산소가 희박해 가속도가 붙은 자블라니는 선수들이 의도한 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또, 지난해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8강을 이끌었던 김보경(홍익대), 구자철(제주 유나이티드) 등 젊은피들의 가능성도 확인했다. 이승현(부산 아이파크)도 폭발적인 스피드를 앞세워 잠비아의 측면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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