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랍 30일 히어로즈는 3건의 초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마지막 창단 가입금 문제가 일단락되자마자 히어로즈는 두산과 '이현승=금민철+현금 10억원', 삼성과 '장원삼=박성훈, 김상수(이상 투수)+현금 20억원', LG와 '이택근=박영복(포수), 강병우(외야수)+현금 25억원'이라는 대형 트레이드를 실시한 것이다.
야구팬들은 히어로즈의 이같은 처사에 대해 '선수를 팔아먹는 짓'이라고 원색적인 비난까지 서슴치않았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장석 히어로즈 대표도 어느 정도 수긍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한 구단의 대표로서 그는 가장 우선 조건인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2008, 2009시즌을 이끌어오는 동안 히어로즈는 당초 목표로 세웠던 메인스폰서 확보에 실패했다. 불경기 탓에 많게는 70억원까지 드는 메인스폰서를 선뜻 수락하는 기업을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였다. 이런 상황속에서 이 대표는 좌절감도 느꼈다. 모 기업은 20억원을 제시하면서, '할려면 하고 말려면 말아라'는 식으로 나오기도 했다.
결국 이 대표로서는 시행착오 끝에 다른 살 길을 찾아야 했다. 그것이 서울 히어로즈로 명명하고 서브스폰서 체제로 팀을 이끌겠다는 것이었다. 그 과정 속에 장래를 대비할 수 있는 최소한의 구단 운영비가 필요했고, 또 가입금 문제까지 해결해야 했다. 트레이드를 시행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김시진 감독도 이장석 대표의 의견에 동의해줄 수밖에 없었다. 김 감독은 6일 원당구장에서 열린 2010년 첫 공식 소집에 참석해 "우리는 타구단처럼 타낸 예산을 쓰기만 하면 되는 구단이 아니다. 처음에는 트레이드를 반대했는데, 그저 반대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진 않느냐"며 "당장 팀이 존속하고 운영되는 게 가장 우선 조건"이라고 말하면서 이 대표의 고충을 이해했다.
하지만 주력군 3명이 나갔다고 해도 다른 희망을 찾을 수 있었다. 바로 기존 선수들의 독기가 오를 대로 오른 것이다. 현재 히어로즈 선수들은 어려운 상황에서 오히려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다'고 굳게 다짐하고 있다. 김 감독도 이러한 선수들을 보면서 힘을 냈고, 이는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던 이 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이 대표는 "사실 경제적인 문제로 트레이드를 한 것은 맞다. 하지만 선수들이 힘을 내줬다. 이런 과정 속에서도 기존 선수들이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의욕을 다지고 있다. 다른 선수들의 눈빛도 달라졌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또 이 대표는 "올해는 더욱 달라질 것이다. 팬들이 전력약화를 걱정하고 있지만, 히어로즈는 7위(혹은 최하위) 정도 하려고 시즌 경기를 치르는 것은 아니다"고 의욕을 다졌다.
히어로즈는 2010시즌 안정적인 재정확보에 총력을 다할 방침이다. 메인스폰서를 포기한 만큼 수십억원 단위가 아닌 수억원(작게는 1억원이라도) 정도를 후원하는 수십개의 서브 스폰서 업체(펜스광고 등을 모두 포함)로 운영비를 충당할 계획이다. 무리한 메인스폰서 영입 시도로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고, 트레이드로 선수를 파는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제 2010년 경인년이 밝았고, 히어로즈 선수들은 6일부터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했다. 이 대표와 김 감독, 그리고 프런트와 선수들까지 히어로즈 소속의 모든 인원은 독기와 오기로 똘똘 뭉쳐 있다. 과연 히어로즈는 2010시즌 '영웅'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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