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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투수 박정배, 아내와 딸에게 전하는 '가장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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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우완 투수 박정배(28). 그는 1년 전 이 맘때 잠실구장을 매일 찾아 구슬땀을 흘렸다. 당시 공익근무 중이던 그는 소집해제가 되기도 전이었지만, 팀에 복귀하기 앞서 몸을 다져놓기 위해 모아놓은 휴가를 마지막에 모두 몰아 썼다. 그리고 올해 1월 1일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왔고, 시즌 개막 전까지 '비상'을 위해 노력을 다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일단 1군에 등록돼 패전처리 투수지만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다는 것은 행복했지만, 김경문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너무 의욕이 앞선 탓에 있는 힘껏 공을 뿌리기만 했고, 그로 인해 제구력에 문제가 드러났다. 날고 기는 선수들이 즐비한 프로무대는 의욕만으로 버틸 수 없었다. 최종성적표는 19경기 27.2이닝 1세이브 평균자책점 5.86. 냉정한 프로의 벽을 또 한 번 경험하면서 박정배는 불완전 연소로 시즌을 마감한 것이다.

복귀 후 첫 시즌을 보낸 박정배는 미안한 마음밖에 들지 않는다고 했다. 미안한 상대는 불투명한 미래지만 자신을 믿고 따라와준 동갑내기 아내 장희선 씨와 9월 21일 세상의 빛을 본 첫 딸 가율 양이다. 지난해 11월 결혼에 골인한 박정배는 당시 아내 장씨에게 다짐을 했다. 2009년 멋진 남편으로 우뚝서겠다고, 날 믿어줘서 고맙다고, 그리고 내년에는 더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자신의 기량을 모두 발휘하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특히 요즘 들어서는 더욱 심란하다. 연봉협상 시즌이 돌아오면서 언론에서는 수억원대의 고액 연봉 선수들 얘기로 떠들썩하고, 당장 팀내에서도 김현수, 임태훈, 고창성 등 어린 선수들이 맹활약하며 천정부지로 몸값을 높여가고 있다. 이를 볼 때면 박정배는 적은 연봉이지만 아껴가며 알뜰살뜰 살림을 해주는 아내가 고맙기만 하다.

집을 나설 때면 언제나 "사랑해"라고 말해주는 아내와 올해 하늘이 내려준 선물 가율 양을 보고 박정배는 다시 스파이크 끈을 묶고 잠실구장으로 향한다.

시즌이 끝나고 다시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해야 하는 박정배. 그가 사랑하는 가족에게 가슴으로 쓴 편지를 전했다.

"자기야, 올 한 해도 정말 고마워. 많이 모자른 나지만 믿고 따라와줬고, 또 가율이도 선물해줬잖아. 그런데 어떡하지? 작년 겨울 잠실까지 버스를 타고 오갈 때 매일 챙겨준 도시락값을 못해줄 지도 모르겠어. 연봉이 많이 안오를 것 같아.(웃음)

열심히 노력했는데 아쉬운 부분이 너무 많았네. 너무 의욕이 앞섰나봐. 올해는 정말 좋은 성적을 거둬서 자기를 기쁘게 해주려고 했는데, 생각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했어. 미안해.

언젠가 같이 계좌이체를 한 적이 있었지? 세금도 내고, 이곳저곳에 돈을 보내고 나니 남는 돈도 얼마 없고... 그 때 살짝 당신 얼굴을 보는데 너무 가슴이 아팠어. 나를 믿고 평생을 함께 하기로 약속한 사람에게 고생만 시키는 것 같아서...

남편 뒷바라지 하느라 정말 수고가 많아. 그 때 내가 집앞 마트에 가서 삼겹살 사와서 먹자고 했잖아. 사실 좀 창피하기도 하고, 미안해서 그랬어. 그런데 그 뒤로 집을 나설 때면 나보고 '돈 많이 벌어와'라고 하더라? 처음에는 좀 당황하기도 했지만, 당신 입장에서 생각하니까 이해가 되더라고. 가율이도 태어났고, 예전과는 달라진 부분도 많아졌으니까.

걱정마. 열심히 할게. 사실 나도 올해 1군에 오가면서 생각대로 잘 되지도 않고, 답답한 심정이었어. 그런데 가율이를 보고 멋진 아빠가 돼야겠다고 다시 마음을 먹게 됐어. 일본(교육리그)에 갔다오면서 투구에 자신감도 붙었고, 지금은 의욕으로 가득 차 있다구.

내년에는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했지? 맨날 내년 내년 그랬던 것 같아. 또 약속은 못지켰지만 계속해서 도전할거야. 될 때까지 해볼 거야. 믿어줄거지? 돈많이 벌어서 호강시켜줄게. 내년에는 (김)상현이 형, (최)승환이 형하고 돌잔치도 같이 하기로 했어. 우리야 좋잖아?(웃음)

그리고 가율이게도 한 마디 할게.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잘 자라렴. 아빠가 많이 아파봐서 알거든. 아빠는 가율이가 건강하게만 자라줬으면 한다. 사랑한다."

조이뉴스24 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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