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창단한 전남 화순고는 2004년 미추홀기 대회 준우승을 시작으로 2006년 대통령배 3위, 그리고 2007년과 08년 연속 미추홀기 준우승을 거두며 단기간에 야구 명문고의 반열에 올랐다.
올시즌엔 화랑대기 준우승을 차지, 전국 유일의 군 단위 학교로 선수 수급의 열악함을 딛고 호성적을 거뒀다. 그 중심엔 이승현(18, 우완)이 있었다.
"1학년 때부터 게임에 나섰죠. 그런데 제가 던진 건 모두 예선이었어요. 막상 본선 게임은 (김)정훈이가 맡았어요. 정훈이가 9이닝 다 던지면 전 9이닝 내내 몸만 풀다 말았죠. 그래서 화순고로 갔어요."
화순중학교 3학년 당시 이승현은 광주 명문 진흥중학교로 학교를 옮겼고 이후 진흥고에 입학했다. 광주지역 내 명문으로 손꼽히는 진흥고로 가면 자신도 최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기엔 동갑내기 김정훈(18, 우완)이 버티고 있었다.
"정훈이가 에이스였죠. 2학년 땐 진짜 대단했어요. 제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어요. 당시 제 구속은 130km대 중반 정도밖엔 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화순고로 가자마자 실력이 부쩍 늘었어요. 또 전학을 간 또 하나의 이유는 초등학교 동창 포수인 (신)진호가 있었기 때문이에요. 투수는 포수와의 호흡이 중요하잖아요. 저랑 완전 찰떡궁합이거든요."
2009시즌을 준비하며 마땅한 에이스가 없어 고민 중이던 화순고 김동현 감독은 이승현을 동계시즌 내내 집중 훈련을 시켰고 그 결과 구속이 10km 이상 증가했다.
"화랑대기에서 최고구속 147km까지 찍었어요. 철새처럼 이 학교 저 학교로 옮기는 선수치고 잘 풀리는 경우가 거의 없잖아요. 전 완전 성공한 케이스죠. 특히 진흥고에서 전학간 사람 중 잘 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데요. 제가 그 기록을 깬 셈이죠."
우완 정통파 이승현은 2010 신인드래프트 전체 16번으로 LG에 2라운드 지명됐다. 올 시즌 화순고가 거둔 7승 중 5승을 챙겼고 총 61이닝을 던져 8자책점을 기록, 평균자책점 1.18로 2009년에 개최된 9개의 전국대회 합산 방어율 랭킹 10위에 올랐다.
"마운드에 오를 기회가 많아지니까 저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구속도 빨라지고. 라이벌요? 당연히 (김)정훈이죠.”
신인드래프트 전체 2번으로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은 김정훈(광주진흥고 졸업예정, 우완)은 지난해 무등기 대회 결승에서 부산고를 상대로 9이닝 1실점 완투승을 거두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당시 광주지역에서 가장 빠른 볼을 던지는 투수로 유명했고 그 소문은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187cm의 큰 키에서 내리꽂는 빠른 볼과 다양한 변화구를 앞세워 공격적인 피칭으로 타자를 압도했다. 올 시즌 초 부상으로 전반기 대회에 출전하지 못하는 등 예년보다 부진해 지명 순번이 뒤로 밀릴 것이라 예상되었다. 그러나 가능성이 높은 김정훈은 역시 고졸선수 중 가장 빨리 지명을 받았다.
"친하죠. 친하긴 한데 맞대결해서 꼭 이겨보고 싶어요. 한 번 싸워본 적이 있는데 제가 4이닝 퍼펙트 피칭했고, 정훈이는 1실점 했어요.(웃음) 연습경기였지만 제가 이겼죠. 일단 프로에 같이 왔으니까 1군에서 만나면 좋겠는데...그게 힘들면 2군에서라도 꼭 상대해 보고 싶어요."
김정훈 말고도 프로에 더 잘하고 훌륭한 투수들이 많은데 왜 하필 김정훈에게 집착하느냐고 묻자 배시시 웃었다.
"사실 정훈이는 저를 라이벌로 아예 생각조차 안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제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건 눈치채고 있을 거에요. 그런데 정훈이도 이런 걸 은근히 즐겨요. 일단 정훈이를 꺾으면 프로에서도 잘 할 거 같거든요."
고향 친구인 김정훈을 넘는 것이 소원이자 목표라고 하는 이승현에게 팀 내 경쟁자를 묻자 다시 광주 토박이 유경국(동성고 졸업예정, LG 3라운드 전체17번 지명)이라고 밝혔다.
"(유)경국이도 싸움닭스타일이죠. 시원시원하게 승부하는 게 보기 좋아요. 같은 팀이라 대결은 힘들지만 주전 경쟁에서 반드시 이겨야 할 대상이죠."
2009 시즌 목표가 청소년대표였지만 그 꿈을 이루지 못했는데 유경국이 태극마크를 단 것을 보고 두 번째 라이벌로 정했다고 상황 설명을 덧붙였다. 이승현은 이렇게 목표가 일단 고향 친구들을 넘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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