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심판 3명만 있으면 챔피언이 될 수 있다."
세뇰 귀네슈 FC서울 감독이 지난달 26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피스컵코리아 2009' 4강 2차전 후 내뱉은 말이다. K리그 심판의 판정에 불만을 품고 내뱉은 독설이었다. 귀네슈 감독은 이 발언으로 연맹으로부터 1천만원 벌금의 징계를 받아야 했다.
귀네슈 감독의 이런 독설이 진정으로 필요한 곳이 있다. 바로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다. 아시아에서 가장 강하다는 클럽들이 모여 자웅을 겨루는 아시아 축구의 축제에 형편없는, 자질이 부족한 심판들이 초대를 받았다. 이런 심판들이 그라운드에 등장했다는 것은 아시아 축구의 한계와 수준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다.
클럽들의 경기력이 승부를 결정짓는 요소가 아니었다. 심판의 판정이 경기 결과를 만들어냈다. 심판이 경기를 지배한 것이다. AFC챔피언스리그에서는 진정 심판 3명만 있으면 챔피언이 될 수 있을 것만 같다.
24일(한국시간) FC서울과 움 살랄(카타르)의 AFC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이 열린 카타르 도하 스포츠클럽. 2-1로 서울이 앞서고 있었던 후반 23분. 서울의 안태은은 아크 중앙에서 수비수 한 명을 제치며 왼발 중거리 슈팅을 때렸다. 공은 크로스바를 맞고 골라인 안으로 들어간 후 밖으로 튕겨 나왔다. '골'이었다.
하지만 주심도 부심도 골을 인정하지 않았다. 경기는 계속 진행됐고 심리적으로 동요가 된 서울은 이후 내리 2골을 허용, 뼈아픈 패배를 당해야만 했다. 서울은 심판의 오심에 울고, 수준 낮은 심판의 무능에 무릎을 꿇어야만 했다. 서울은 '심판의 덫'에 걸리고 만 것이다.
심판 오심에 대한 논란은 있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의견 역시 존재한다. 하지만 이런 논란은 100% 확실하지 않은 애매한 상황에서나 가능하다.
안태은의 골은 논란거리가 되지도 못한다. 그냥 골이었다. 노골 선언을 한 심판을 제외한 누가 봐도 골이다. 공이 골라인에 걸치거나 하면 애매한 판정이 나올 수 있다. 사람의 눈으로 판단하기 힘들 수 있다. 하지만 공은 골라인을 한참 넘어 들어갔다. 의견이 갈릴 만한 장면이 아니었다. 중계 화면에 잡힌 모습도 마찬가지였다. 유치원생이 봐도 골인데 심판 눈에는 골이 아니었다.
분명 심판도 사람이기에 실수할 수 있다. 하지만 실수도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가 있다. 이 장면을 노골로 선언한다는 것은 심판 자질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한 것과 마찬가지다. 골망을 흔들어야만 골로 인정한다고 잘못 배우지는 않았을테니까.
게다가 이날 서울과 움 살랄 경기를 맡은 심판진의 소속 국가는 화려(?)하다. 중동 카타르에서 열리는 경기에서 주심은 이란, 부심은 이란과 이라크 사람이었다. 그리고 경기감독관은 사우디아라비아 출신이고 심판감독관은 레바논 국적이었다. 중동의 힘이 느껴지는 배정이다.
서울 뿐만 아니라 포항 역시 '심판의 덫'에 걸려들고 말았다. 23일 저녁 분요드코르(우즈베키스탄)와의 경기에서 이해할 수 없는 김형일의 퇴장을 지켜봐야만 했다. 심판에 대해 거의 언급이 없었던 파리아스 감독마저 격노한 이유다.
파리아스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오늘 같은 심판이 들어오면 경기에서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경기를 정당하게 보는 심판이 들어와야 승리할 수 있다. 이해를 못하겠다. 분요드코르 선수가 넘어지면 파울을 불고, 우리 선수가 넘어지면 파울을 안 분다. 김형일은 왜 퇴장시켰는지 모르겠다"라고 강하게 어필했다.
포항과 분요드코르의 경기 주심과 부심 모두 사우디아라비아 사람이었고 심판 감독관은 카타르 출신이었다.
냉정해야만 하는 '심판의 눈'이 거짓을 바라보고 있다. 실력이 아니라 '심판의 덫'에 걸려 당한 패배라 비통하다. 쟁쟁한 클럽들과 승부를 벌이면서 또 한편으론 심판과도 싸워야만 하는 K리그 클럽들은 그래서 힘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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