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에게 이만큼 신뢰를 주는 배우도 드물 것이다. 이순신 장군, 천재외과의 장준혁, 최고의 지휘자 강마에 등 작품마다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하는' 배우 김명민. 이번에는 루게릭병으로 죽어가는 환자 역이다.

이미 온라인 상에서는 김명민의 혼신을 다한 연기 열정이 화제가 되고 있다. 영화 '내사랑 내곁에'의 하루하루 말라가는 루게릭 환자 역을 위해 실제로 음식을 먹지 않으며 20kg을 감량한 노력에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는 것.
김명민은 조이뉴스24와 인터뷰에서 "아직 영화를 보지도 않았는데 많은 분들이 칭찬을 해주시는 것은 가상하리 만큼 열심히 한다는 의미 같아 행복하다"고 말했다.

"저는 과정을 중요시 여기는 편입니다. 이번 작품은 더 그랬죠. 이 영화를 찍으며 느낀 것은 '나는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구나. 제대로 된 다큐를 찍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어요. 하루가 다르게 말라가는 것이 내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 같았고 그 과정에 대해서는 만족하고 있습니다."
역할에 맞게 체중을 줄여나가는 과정을 고통이라 생각하지 않았다는 김명민. "오히려 불면증과 우울증이 생기길 바랐다"고 한다.
"어느 정도 줄여야 한다는 목표나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체중을 줄여야 했어요. 무조건 종우와 삶을 같이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말라가는 몸을 지켜봐야 했죠. 촬영이 끝나고 숙소에 들어가면 제가 해야 할 일은 어제보다 더 마르는 일이었습니다. 커튼을 닫고 밖과 차단된 생활을 했지요. 우울증과 불면증이 생기길 바랐는데 체중을 무리하게 줄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증상이 생기더라고요. 잠을 못자니 예민해지고 불면증이 생기고 살이 빠지는 과정을 반복했습니다. 그때 한가지 희망은 촬영장에 나가면 '어제보다 더 말랐다. 어떡하냐'며 걱정해주는 스태프들의 말이 듣기 좋았던 거예요."
그래서인지 죽음을 앞두고 마지막 사랑을 불태우는 파트너였던 하지원과는 일반적인 '멜로'의 느낌이 아닌 특별한 감정이 쌓여갔다.
"현장에서 제 상태가 별로 안 좋으니 필요한 말 외에는 잘 안 하게 되더군요. 하루가 다르게 말라가고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하지원 씨도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그런 감정으로 바라봐주고 정말 간병인이나 보호자처럼 지켜봐줘서 저도 하지원 씨를 그렇게 생각하게 됐어요. 박진표 감독과 하지원의 위로와 격려가 없었다면 할 수 없었을 것예요."

연기할 때는 김명민이 아닌 그 캐릭터 자체가 된다는 김명민은 누가 해도 상관 없는 역할에는 매력을 못 느낀다고 한다.
"복합다중적인 캐릭터를 표현할 때 쾌감이 있어요. 센 캐릭터만 골라서 한다, '캐릭터발'이라는 말도 듣지만 열명의 배우가 해도 크게 잘하고 못하고의 차이 못 느끼는 평범한 역은 손이 안 가요. 내가 해도 그만이고 다른 사람이 해도 그만인 역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내가 들어가서 할 거리가 있는지,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나오고 내 온몸을 던져서 할만한 가치가 있는 지를 보죠. 엄두가 안 날 정도로 비현실적인 강마에나 연기하기 괴로울 정도의 악인이었던 장준혁도 내가 요리할 게 많고 감정 표현이 많이 돼 있는 캐릭터였죠. 인생을 1~2년 산 캐릭터가 아니라 10년 이상 산 것 같은 캐릭터가 좋아요."
이처럼 맡은 역할마다 최고의 노력을 기울이는 김명민도 "연기는 할수록 힘들다"고 이야기한다.
"가슴이 답답하고 돌아버리겠다는 표현까지 할 정도이지만 아무도 대신 풀어주지 못하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배우들이 이해될 때도 있는 것이 한 작품이 끝날 때의 감정은 매니저도, 가족도 아무도 몰라요. 누구한테 이야기할 수도 없죠. 다만 내 자의식을 더 강하게 키워 저런 일은 막아야겠다고 생각할 뿐이에요."

김명민은 노력 없이 흥행하고 칭찬 받으면 오락에서 치트 키를 써 미션을 통과한 것 같다고 비유했다. 자기 자신을 수고했다고 격려할 수 있어야 스스로 만족할 수 있다는 김명민은 마지막으로 배우로서 바람을 드러냈다.
"조금씩 발전해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목표를 크게 잡지 않고 조금씩 진화해나가는. 또 창작력이 식지 않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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