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키퍼' 허정무가 등장했다.
2일 파주 국가대표팀트레이닝센터(파주NFC)에서 훈련을 가진 국가대표팀. K리그 선수들을 제외한 박지성, 이영표 등 해외파 10명이 구슬땀을 흘렸다. 그리고 허정무 감독 역시 굵은 땀방울을 흘려야만 했다.
사실상 10명이서 할 수 있는 훈련이 없었다. 전술, 세트피스, 조직력 다지기 등 정상적인 훈련을 하기에는 10명으로는 숫자가 모자랐다. 10명 뿐이라 11명이 하는 진짜 경기도 할 수 없었다. 10명의 선수들이 기초적인 개인훈련을 제외하고 할 수 있는 훈련은 단 하나, 5-5 미니게임 뿐이었다.
하지만 5-5 미니게임에도 문제가 생겼다. 이번에 합류해 있는 해외파 중 골키퍼는 단 한 명도 없다. '골키퍼' 허정무가 등장한 이유다.
부족한 인원을 채우기 위해 허정무 감독이 직접 나선 것이다. 허정무 감독은 골키퍼 장갑을 끼고 골문 앞을 지켰다. 그리고 김현태 골키퍼 코치 역시 골키퍼 장갑을 끼고 상대편 골문 앞에 섰다.
이근호, 이청용, 김남일, 이정수, 조원희 등 조끼를 입은 5명이 이영표, 설기현, 박지성, 김동진, 박주영 등 상대팀 5명을 상대했다. 허정무 감독은 전반에는 비조끼팀의 골키퍼를 맡았고 후반에는 조끼팀의 골문을 지켰다.
허정무 감독은 조원희, 이근호의 강력한 슈팅을 잇달아 선방하는 등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선수들 역시 선방하는 골키퍼 허정무의 모습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감독이 골문을 지키더라도 선수들은 봐주지 않았다. 연신 강력하고 날카로운 슈팅을 때리며 골키퍼 허정무를 놀라게 했다.
허정무 감독은 김남일이 멀리서 중거리 슈팅을 때리자 "남일이 너 나를 너무 우습게 본다"는 농담을 던지며 훈련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다. 허정무 감독은 총 22실점을 했고, 결국 승부는 22-22 동점으로 끝났다. 그래서 승부차기까지 갔고, 결국 5-3으로 조끼팀이 승리를 거뒀다.
훈련이 끝난 후 허정무 감독은 "대타로 들어가서 골키퍼를 했다. 수비수 숫자가 부족하고 골키퍼가 없어 내가 직접 나섰다. 몸이 잘 안 움직이더라. 선수들이 봐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슈팅 찬스를 주지 않아야 하는데 슈팅 찬스를 줘 뒤에서 지도를 했다"며 골키퍼로 나선 소감을 밝혔다.
골키퍼 허정무의 등장까지 만들어낸 서글픈 훈련이었다. 10명의 대표선수 만으로는 그 어떤 준비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허정무 감독은 "내일 선수들이 다 모이면 전체적인 조직력을 다질 것"이라며 진짜 훈련은 모든 선수들이 모이면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박지성 역시 "선수들이 없어 오늘 훈련에 주안점을 두지 않았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반쪽 훈련의 서글픈 현실이 이날로 끝난다는 것이다. 이날 훈련을 마친 해외파 선수들은 외출을 해 3일 K리그 선수들 합류에 맞춰 NFC로 복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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