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딱 가서 라면 한 그릇 먹고 오자. 같이 갈 사람?" 7월18일 '월드풋볼 드림매치 2009'를 앞두고 있던 부천FC 1995 선수들은 운동장 내 라커룸에 하나 둘씩 얼굴을 내밀었다.
라커 내 긴 의자에는 각자의 이름이 곱게 새겨진 붉은 빛깔의 새 유니폼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보다 한 시간 정도 일찍 경기장에 도착한 것이 조금 달랐을 뿐 여느 정규리그 때와 다르지 않은 라커 분위기였다. 궂은 날씨 탓에 관중수가 적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꺼내며 점심을 걸렀다고 말하는 선수, 이른 저녁을 미리 먹어둬야 할 것 같다는 선수 등등은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경기장 주변 한 식당으로 향했다.
잉글랜드 7부 리그 FC 유나이티드 오브 맨체스터(이하 유맨)와의 친선경기를 앞두고 있던 부천 FC 1995 선수들은 긴장하지도 흥분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승리를 다짐하거나 필승의 외침도 없었다.
"친선경기인 만큼 재미있고 즐거운 축구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열심히 할 겁니다. 외국 팀이라고 해서 크게 다를 것 같진 않아요. 많은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뛴다는 것이 기대되죠. TV 중계도 있잖아요. 우리 팀 전원이 골고루 출전하면 좋겠는데 정식 경기처럼 5명 교체만 허용된다네요.(웃음) 단 10분이라도 최선을 다해 뛸 겁니다."
부천FC 1995 창단 멤버인 김민우(25, FW)는 축구의 본고장에서 날아온 상대를 대적하기 위해 특별한 훈련을 했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그런 건 없다. 하던 대로 할 뿐'이라며 오히려 경기 외적인 면에서 신경 쓰이는 일이 많아졌다고 했다.
"게임 입장권을 부탁하는 지인들에게 표 전해주느라 그게 더 바쁘네요. 언론에서 관심을 보이면서 통 연락없던 이들에게 전화도 걸려오고..."
올 시즌 정규리그 팀 내 최다골(5골)을 기록 중인 이승현(24, FW)은 이벤트 게임이지만 경기에 나서면 승부욕이 발동할 것이라며 치열한 접전을 예상했다.
"아무래도 우리 헤르메스 회원들은 이기는 경기를 보고 싶으시겠죠? 그 기대를 만족시켜드릴 수 있게 제가 한 골 넣을 수 있도록 노력해 볼게요." 지난해까지 내셔널리그 대전한국수력원자력 소속이었던 이승현은 올해 부천FC에 입단, 팀의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활약 중이다.
"내셔널리그는 1년 단위로 계약을 하잖아요. 부모님이 안정된 직장을 원하셔서 관두고 지금은 직장을 구하고 있는 중입니다. N-리그에 계속 있었다면 이런 좋은 경험은 할 수 없었겠죠?" 특히 이승현은 회원들의 열성적인 지원과 응원은 일찍이 경험해본 적이 없는 신선한 충격이었다며 존경심과 고마움을 멋진 경기로 보답하겠다고 재차 다짐했다.
"유맨과의 오늘 경기는 제겐 추억이자 자존심입니다." 축구를 시작한 이래 지금처럼 설레고 감동스러운 순간은 없었노라 짧고 굵게 소감을 밝힌 김태룡(26, MF)은 이기고 싶다는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잉글랜드의 7부 리그가 국내 내셔널리그 수준이라는 글을 어디선가 봤어요. 한국축구가 예전과 얼마나 많이 달라졌는데 그걸 모르고 있는 것 같더군요. 오늘 게임의 결과를 미리 단정짓는 사람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고 싶어요. 정말 치열한 게임이 될 겁니다. 우리가 불러줬다고 져주진 않을 거 같아요.(웃음)"
유맨 선수단이 의외로 승리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이며 전술이나 선수들에 대해 보완을 하려 애쓰는 모습을 발견하고 당혹스러웠다고 전했다.

"지금 K3리그요? 취미로 하는 수준은 예전에 넘어섰죠. 주전 경쟁도 만만치 않고 실력에서 밀리면 설 자리 없거든요. 저도 몇 년 남지 않았어요."
'꿈의 경기(드림매치)'의 킥오프가 선언되기 3시간 전, 정작 주인공 부천 FC 1995 선수들은 의외로 덤덤하게 그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저 오락가락하던 폭우가 원망스럽고 그 탓에 줄어들 관중수가 안타까울 뿐이었다.
부천FC 선수들은 이날 궂은 날씨에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열심히 그라운드를 뛰어다녔고, 3-0의 화끈한 승리를 최고 열성의 헤르메스 회원 및 관중들에게 선사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