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에서 '라이언 킹' 이동국(30, 전북 현대)과 관련한 동영상을 검색하면 2004년 12월 19일 부산 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한국-독일 간 친선경기가 가장 먼저 나온다.
1-1로 맞서던 후반 26분 이동국은 독일의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골대를 등진 채 오른발로 기막힌 터닝슛을 시도해 골을 뽑아냈다. 골키퍼 올리버 칸이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공은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골문으로 빨려들어갔다.
이동국, 2년 8개월 만에 천적과 만나네!
대표팀을 제외하고 프로에서 가장 유명한 이동국의 동영상은 2005년 4월 27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삼성 하우젠컵 9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수원 삼성의 경기다.
약 3분 내외로 편집된 동영상에는 이동국이 수원의 한 수비수와 신경전을 벌이는 장면이 쉼 없이 나온다. 이동국을 괴롭히는 수비수는 파울을 범해도 '내가 뭘 잘못했느냐'는 표정을 보이며 자기 자리로 돌아간다.
자신을 쉼 없이 괴롭히는 수비수로 인해 골 찬스를 몇 차례 날린 이동국은 결국 폭발했다. 수비수에 손을 올리는 동작을 취하며 참았던 짜증을 내뿜은 뒤 주심을 향해 '왜 경고를 안 주느냐'고 흥분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등장한다.
당시 이동국을 막아내던 수비수는 현재 수원 중앙 수비의 핵으로 성장한 곽희주(28)다. 곽희주는 그해 6월 8일 잠시 요하네스 조 본프레레 감독의 부름을 받아 대표팀에 합류, 쿠웨이트와의 2006 독일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 후반 22분 김동진과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는 행운을 누렸다.
지난해에는 허정무호의 부름을 받아 2월 동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우승을 맛보는 등 태극마크 후보로 손색없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외눈 신화'를 쓰며 수원의 가슴에 네 번째 별(우승)을 새겨넣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동국은 12일 오후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2년 8개월 만에 곽희주와 만날 것으로 보인다. 수원을 상대하는 것도 지난해 프리미어리그 미들즈브러에서 성남 일화를 통해 K리그에 복귀한 후 처음이다. 2006년 11월 12일 플레이오프 후반 교체출전이 프리미어리그 진출 전 마지막 수원전이었다.

수원전 맹활약이 필요한 이유
곽희주의 수원을 이동국은 총 다섯 차례 만나 1승1무3패의 성적을 거뒀다. 공격포인트조차 기록하지 못해 사실상 곽희주가 이동국을 완벽하게 봉쇄했다고 봐도 무방하다.
역대 자신의 한 시즌 최다골(12골)을 돌파하며 부활을 알린 이동국으로서는 '허정무호'의 피가 흐르는 천적 곽희주를 상대로 최근 형성되고 있는 대표팀 발탁 자격 논란을 조용히 잠재울 만한 실력을 보이며 자신만의 길을 걸어야 한다.
이미 대표팀 붙박이 중앙 수비수 조용형(제주 유나이티드)과는 지난 5월 2일 경기에서 겨뤄 해트트릭으로 완벽한 우위를 보여 허 감독을 상대로 간접적인 시위를 하기도 했다.
수원에 약세를 보이는 것도 멈춰야 한다. 1998년 프로에 데뷔해 통산 202경기 출전 79골 29도움을 기록했던 이동국은 수원과의 경기에는 20차례 나서 1골 2도움으로 별다른 공헌을 하지 못했다. 수원을 상대로는 지난 2001년 10월 24일 경기에서 터뜨린 1골이 마지막이었다.
올 시즌 정규리그 14위에 처져있는 수원이지만 실점 부문에서는 인천 유나이티드(11점)-FC서울, 광주(이상 12점)-경남FC(13점)에 이어 15점으로 4위에 올라있다. 마토-이정수가 이적했음에도 곽희주를 중심으로 한 수비력이 여전하다는 뜻이다.
자신을 조모컵 올스타 구성원으로 인정하지 않은 차범근 감독 앞에도 성과물을 내놓아야 한다. 마침 양 팀의 경기에는 "좀 더 가다듬어야 한다"라고 냉철한 평가를 내린 대표팀 허정무 감독도 박태하 코치를 대동해 관전할 예정이다.
'천적'이자 '대표급' 수비수 곽희주를 넘어서 걸출한 활약을 통해 자신의 명예를 세우는 것이 이동국에게는 필요하다. "지금 K리그에서 이동국만큼 골감각을 보이는 선수가 있느냐"라며 자신을 적극 옹호한 전북 최강희 감독을 위해서라도 이동국에게 수원전은 너무나 중요한 경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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