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속팀 풀럼FC로 복귀를 선언하며 지난달 30일 영국 런던행 비행기에 오른 설기현(30)은 "풀럼에서 남은 1년이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라며 배수의 진을 쳤다.
지난 2008~2009 시즌 설기현의 출발은 괜찮았다. 8월 17일 헐 시티와의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에서 첫 골을 작렬하며 로이 호지슨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그러나 바비 자모라, 앤디 존슨 투톱이 부상에서 복귀한 이후 설기현의 설 자리는 좁아졌다. 설상가상으로 미국 출신 클린트 뎀프시에게도 밀렸다. 뎀프시는 최근 끝난 '2009 국제축구연맹(FIFA)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미국을 결승전까지 이끈 바 있다.
이후 10월 5일 웨스트브롬위치와의 7라운드 이후 설기현은 벤치에 머무르는 일이 잦아졌다. 자연스럽게 호지슨 감독에 대한 불만을 터트렸고 불화설이 피어오르기도 했다. 호지슨 감독이 최소한의 선수로 경기를 이끄는 것도 설기현의 입지를 좁게 했다.
결국, 올 1월 설기현은 사우디아라비아 알 힐랄에 6개월 임대 이적했다. 조건만 맞으면 임대 기간이 종료된 뒤 완전 이적도 가능했다. 사우디리그에선 26경기를 소화하며 1골 6도움으로 공격포인트도 괜찮았다.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했던 설기현은 시즌 개막을 한 달 보름 남짓 앞두고 풀럼으로 돌아갔다. 설기현은 "팀이 유로파리그(전 UEFA컵)에도 진출해 출전 기회가 많을 것"이라며 주전 경쟁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편한 마음으로 도전을 준비 중인 설기현이지만 경쟁자들은 그를 가만히 두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웨스트브롬위치에서 지난 시즌 직전 이적해온 졸탄 게라는 대표적인 경쟁자다. 중앙과 측면을 가리지 않고 소화할 수 있는 졸탄 게라는 지난 시즌 38경기(FA컵, 칼링컵 포함)에 출전해 3골을 넣었다.
게라는 정규리그 32경기 중 20경기를 선발로 출전하며 호지슨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오죽하면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서 "(그라운드에서) 유령과도 같았던 게라보다 설기현이나 뎀프시가 더 괜찮았을 것"이라며 호지슨의 게라에 대한 편애를 꼬집었을 정도다.
컨페드컵 4강에서 미국이 스페인을 격파하는 데 선봉장이었던 뎀프시의 눈부신 활약은 설기현에겐 악재 중 악재다. 지난 시즌 주전에서 밀렸던 이유 중 하나가 공격진에 볼 배급이 좋았던 뎀프시를 뛰어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1골 1도움으로 스페인을 무너트리며 미국의 결승행을 이끌었던 뎀프시도 지난 시즌 초 설기현처럼 게라, 자모라, 존슨에 밀리며 벤치 신세가 됐지만 이후 중용되며 28경기에 선발 출전해 7골로 호지슨의 믿음을 얻어냈다.
이 외에도 사이먼 데이비스, 디오망시 카마라, 에릭 네브랜드 등 설기현이 뛸 만한 위치에는 극복 대상 선수들이 다수 버티고 있다. 교체 명단에 주로 포함됐던 네브랜드는 20경기 중 16경기를 교체로 나서 4골을 넣으며 '슈퍼 서브'임을 인정받았다. 풀럼에서 안정적인 출전을 통해 대표팀 재승선을 노리는 설기현에게는 더욱 머리를 아프게 하는 또 다른 경쟁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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