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다'의 순 우리말이자, '강원FC와 함께 승리를 향해 날자'라는 뜻을 가진 서포터 '나르샤'의 응원구호 선창을 통해 강원도 축구팬들은 '프로'의 응원 방법을 알았다. 그리고 선수들의 세련된 경기를 통해 좀 더 수준 높은 축구를 관전하는 행복을 얻었다.
역사적인 창단 첫 홈경기에 몰려든 2만2천여 구름관중은 신생팀 강원FC의 장밋빛 미래를 예감케 했다. 흔한 수상 경력 하나 없는 윤준하가 결승골을 넣고 제주 유나이티드에 1-0 승리를 거두자 관중석에서는 기립박수가 터져나왔다.
우리 고장에도 프로팀이 생겼어요
8일 오후 K리그 막내 강원FC의 홈 개막전이 열린 강릉 종합운동장은 날짜(8)처럼 '팔팔' 끓는 물이 돼 뜨겁게 넘쳐 흘렀다.
강원 선수단은 경기장을 빠져나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승리에 흥겨운 팬들이 본부석 입구에 진을 치고 있다 한 명씩 선수가 나오면 박수와 환호로 열광적인 성원을 보냈다.
이을용, 정경호 등 K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은 노련하게 관중의 환호에 화답했지만 처음 경험해보는 신인 선수들은 멋쩍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버스에 올라탔다.
제주의 알툴 베르날데스 감독은 "많은 관중과 뜨거운 축구 열기에 놀랐다. 상대방을 비방하지 않고 박수로 화답해줘서 고맙다"라며 축하 인사를 전했다. 강원 최순호 감독도 "이제부터 대한민국 축구의 중심은 강원도"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프로축구에 목말랐던 강원도 축구팬들은 관전 그 자체만으로도 큰 행복이라며 강원FC의 순항을 바랐다. 또, 프로팀을 통해 고교 축구가 좀 더 활성화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잊지 않았다.
프로팀이 없어 가장 가까운(?) 수원 삼성을 좋아하다 창단과 함께 강원FC를 응원하게 됐다는 김재훈(17, 강릉 명륜고) 군은 "그 동안 소외감을 많이 느꼈지만 프로팀 창단으로 해소됐다"라며 기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지역 통합과 경기 회복을 기대
강원FC는 오는 8월 2일 정규리그 18라운드부터 도청 소재지 춘천에서도 네 경기를 갖는다.
강릉과 춘천을 오가는 강원FC로 인해 지리적인 여건으로 영동과 영서로 나눠져 보이지 않는 감정싸움을 했던 과거를 지우고 강원도민이 하나가 될 수 있는 매개체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솔솔 피어오르게 됐다.
실제 경기장에는 춘천, 철원, 태백, 정선, 원주, 양구 등 내륙 지역의 팬들이 상당수 찾아와 관전했다. 경기장의 광고판도 강원도 내 지자체들의 성원이 한데로 모여 있었다.
가족과 함께 경기장을 찾은 관중 조윤철(37, 춘천시 석사동) 씨는 "그 동안 축구에 관심이 많은 편이 아니었는데 강원FC가 창단하면서 주주가 됐다. 앞으로 춘천, 강릉을 막론하고 경기장을 자주 찾아 강원도의 뜨거운 축구 열기를 보여주겠다"라며 즐거워했다.
지역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다. 경기장 밖에는 한우, 한과 등 강원도의 농특산품 장터가 설치돼 상당한 판매 수익을 올렸다. 강원 체신청이 발행한 창단 기념우표에 대한 관심도 뜨거워 우표 1만매(8천원), 우표첩 1천권(1만5천원)의 절반 이상이 현장 판매됐다.
최북단에 위치한 프로팀이라 원정팀 선수단이 적어도 이틀 정도는 먼저 도착해 쓰고가는 비용에 대한 기대감도 높았다. 강릉시청의 한 공무원은 "원정팀이 경기를 오면 팬들도 따라오게 된다. 이들이 쓰고갈 비용을 생각하면 여름휴가 특수만 노렸던 강원에 새로운 관광자원이 생긴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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