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작구 대방동에 위치한 성남고등학교 야구부는 서울 시내에서 보기 드물게 넓은 운동장을 갖고 있는 팀이다 1953년 창단 이래 전국대회 4차례 우승과 준우승을 거뒀고, 근래 우승 기록은 이희수 감독이 모교에 부임했던 첫 해인 2004년 청룡기 대회였다.
최근 성남고 출신으로 야구팬들이 기억하는 선수로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에 대표로 출전하고 있는 고영민(2002년 두산 1번), 언더핸드 조용훈(2006년 현대 4번), 좌완 진야곱(2008년 두산 1차지명) 등을 손꼽을 수 있다.
이희수 감독의 뒤를 이어 2007년부터는 역시 동문인 홍우태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작년 성남고는 4월 황금사자기 1회전에서 인천고에게 11회 연장 끝에 5-6으로 패해 아쉬움을 남겼고, 7월에 개최된 제30회 대붕기 전국고교야구에서는 포철공고(9-0), 경주고(8-0) 경북고(8-4)를 잇따라 큰 점수차로 꺾는 막강 타력을 과시하며 결승전에 올랐다.
그러나 상대는 다시 인천고. 시즌 첫 대결에서 당한 연장전 패배의 후유증 탓이었을까? 양 팀은 똑같이 5안타를 주고받았지만 집중력에서 한 수 밀려 성남고는 0-5로 완패를 당했다.
비록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전국 대회 4강 그 이상의 가능성을 확신한 성남고는 봉황대기에서도 초반 출발은 좋았다. 1회전에서 세광고를 8-0으로 제압했고 2회전에서는 대통령배 준우승팀 경기고를 4-1로 이기며 기세를 몰고갔다. 특히 지금은 내야수로 전향했지만 경기고에서는 투수로 활약했던 오지환이 완투패를 기록해 화제를 낳았는데 당시 성남 타선은 무려 9안타를 터트리며 상대 에이스를 짓밟았다.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간 성남고의 다음 상대는 황금사자기와 대통령배에 거푸 4강에 오른 서울고. 서울고와의 맞대결은 1회에 승부가 판가름났다. 지금은 KIA 유니폼을 입은 안치홍(당시 서울고, 2차지명 전체1번)의 좌월 투런 홈런이 결정적이었다.
한 번 터지기 시작하면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막강 타선의 팀 이미지가 지난해 성남의 특징이었다면 올해는 거기에 든든한 마운드까지 겸비해 그 어느 해보다 희망적이다.
* 국보급 좌완의 대를 이어갈 유망주, 정대현(187cm/89kg)

정대현은 일단 체격 조건이 나무랄 데 없이 좋다. 타석에 선 타자들로서는 기가 죽을 정도로 마운드를 꽉 채우는 큰 키가 단연 돋보인다. 거기에 빠른 볼을 갖춘 좌완이라는 점도 8개 프로구단에서 눈독을 들이기에 충분하다. 아직 평균 구속은 140km대에 진입하지 못한 상태지만 최고 141km까지 나왔다며 솔직하게 구속을 밝힌 그는 2008 베이징올림픽 결승전에서 마무리투수로 나와 특유의 배짱투구로 금메달을 확정짓게 한 SK 정대현 투수와 이름이 같아 기억하기 쉽다.
"주변에서 자주 비교를 하시죠. 그런데 전 좌완이고 외모도 많이 다르잖아요.(웃음)"
인천 서림초등학교 1학년 때 야구를 시작한 계기도 남보다 우수한 신체조건 때문이었다. 부모님의 권유로 야구에 발을 들여놓아 청원중학교를 졸업하고 청원고에 입학했지만 1학년 가을 성남고로 전학을 왔다. 체격 조건만큼은 고교야구계에서 화제를 뿌릴 만큼 눈에 띄었지만 구속이 붙기 시작한 건 작년 가을부터였다.
"작년 봉황대기 때 많은 발전이 있었던 거 같아요. 김해님 코치님이 투구 폼이라든가 구질을 가르쳐주셨는데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작년 봉황대기 2회전에서 경기고 오지환과 맞대결을 펼친 정대현은 7.2이닝 동안 2피안타 8탈삼진 1실점의 빛나는 호투를 선보였다. "그 때 이후 자신감이 생겼어요. 동계훈련 기간에도 조금씩 볼이 빨라지면서 빨리 대회에 나가고 싶어졌어요."
의외로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고 조용한 성격이지만 마운드에 올라서면 타자를 압도하는 카리스마는 타 학교 타자들의 입소문을 통해 유명해진 상태다. 동료들도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기대를 많이 걸고 계셔서 부담은 되지만 자신 있어요. 친구들이 좀 잘 던진다고 요즘 거들먹거리는 것 같다며 놀리는데 최대한 겸손한 자세를 잃지 않고 노력하는 선수가 될게요."
중학교 시절 거포 좌타자로도 활약했지만 이젠 야구인생을 투수로 선택한 만큼 어떤 상황과도 당당히 맞서는 류현진같은 투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요즘 유심히 지켜보는 선수로는 광주일고 투수 심동섭(좌완)을 꼽았다.
*팀 주장 류현철(우투양타, 185cm/80kg)

2학년까지는 1루수를 맡아 전 경기에 나선 류현철의 원래 포지션은 외야수다. 올해부터는 중견수이자 5번 타자로 나설 예정이다. 작년 타율은 2할9푼6리에 머물렀지만 체격이 우수한데다 힘도 제법 있어 지금 당장은 아니라도 '미완의 대기' 역량을 갖춘 선수로 평가된다. 스스로는 타격의 기복이 심한 것이 흠이라고 소개했지만 빠른 발과 스위치 타자라는 강점을 갖고 있다.
"프로 입단이 꿈인데요, 아직까지 부족함이 많아서 걱정이에요. 일단 저보다는 팀 성적을 내야죠. 며칠 전 군산에서 4승1패를 하고 왔는데 왠지 올해는 작년보다 예감이 좋아요. 프로가 목표지만 그렇다고 신고 선수로 가고 싶진 않아요. 3학년이 되고 보니 이래저래 마음이 심란해요."
* 대붕기 타격 1위 김종원(우투우타, 178cm/77kg)

"고영민 선배님 같은 선수가 되고 싶어요. 저도 나중에 성남고를 대표하는 선수로 이런 사진 찍고 싶어요."
일산 백마초등학교 3학년 때 야구를 시작해 성남중학교를 나온 김종원은 준우승을 한 대붕기 대회에서 11타수6안타(0.545)를 기록해 타격 소질을 뽐낸 맞히기에 능한 선수다. 발은 빠르지 않아도, 성실함으로 승부하는 철벽수비의 대명사 박진만을 존경한다는 김종원은 "국내 아마야구는 프로 진출이 좌절되면 갈 곳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며 "우리도 하루 빨리 실업리그가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지난 1월 중순 휘문고 경희대와 함께 일본으로 동계훈련을 갔는데요, 거기 동호인 야구팀에 우리 대학 졸업 선수들이 뛰고 있는 걸 보고 오니까 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선수 수가 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다시 돌아오는 경우도 많고, 한국에서 (야구를) 계속할 수 있으면 굳이 나갈 필요 없잖아요."
작년엔 수비에서 실책을 기록하지 않았다며 자신의 포지션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그는 성남고가 최근엔 약체로 분류되고 있어 속상하다며 올해는 그 평가를 뒤집어놓고 싶다며 당찬 의욕을 보였다.
성남고 역시 다른 서울 팀들과 마찬가지로 2009 춘계 겸 제43회 대통령배와 제64회 청룡기에 나서는 예선전에 컨디션을 맞추고 있다. 14개 팀 가운데 8개 팀을 가리는데 A조에 속한 성남은 8일 충암고와 첫 대결을 시작으로 신일-휘문-중앙고와 차례로 만난다.
A조 5개팀 가운데 3팀만 결승 토너먼트에 진출하는데 선수들은 첫 상대인 충암을 꺾겠노라 전의를 불태웠다. "자주 연습경기를 하는 팀이라 서로가 너무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더 지고 싶지 않아요. 올해는 명성을 되찾는 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지켜봐주세요."
고교 최고의 좌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정대현은 자신감이 넘쳐났고 김종원과 류현철도 듬직한 에이스가 버티고 있어 해볼 만하다며 밝은 표정을 지어보였다.
지난해 보여준 타격 파워를 발휘한다면 확실한 좌완 에이스가 버티고 있어 성남고는 2004년 이후 5년 만에 정상의 자리를 노려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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