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출발해 영동고속도로를 달린 고속버스가 강릉 요금소를 빠져나오자 주황색 현수막 하나가 눈에 띄었다. 다음달 8일 강원도 강릉시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프로축구 강원FC의 홈 개막전을 관전하려는 주주들에게 입장권을 배부한다는 내용이었다.
현수막은 강릉시내 눈에 띄는 곳 어디에나 게시되어 있었다.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법으로 인해 자치단체와 보이지 않는 갈등을 겪고 있다는 어느 구단의 연고지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축구에 빠져든 강릉의 24일 도심 풍경이다.
강릉, "축구에 미쳤어~"
강원FC의 역사적인 프로 출범을 알리는 홈 개막전에 주주들에게 배분되는 입장권은 정확히 1장씩이다. 경기 당일 현장에서 입장권은 팔지 않을 예정이다. 오로지 강원FC 주주들만 입장할 수 있다. 다행히 가족단위의 주주가 많아 나홀로 관전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은 편이다. 그래도 2만2천여 석의 강릉종합운동장을 순수 주주들로만 메운다는 것,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강릉에서 벌어지고 있다.
강릉의 축구 열기는 전국적으로 유명한 '농상전', 즉 강릉농공고-제일고(전 강릉상고)의 지역 라이벌전으로 대변된다. 강원FC에는 두 학교 출신 선수들이 네 명 있다. 신현준과 오원종이 농공고, 정경호와 이을용이 제일고 출신이다.
농공고 출신이라는 택시기사 한만택 씨는 "강원FC에 제일고 출신의 유명한 K리그 선수들이 영입됐다. 왜 농공고 출신은 안 데리고 오는지 모르겠다. 우리 쪽에는 우성용도 있고…"라며 아쉬움을 마음껏 표출했다.
그래도 한 씨는 "어느 도시인지 몰라도 축구 수도네, 축구 특별시네 하던데 원래부터 우리가 구도(求都)입니다"라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강릉의 축구 열기가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짐작할 만했다.
강원FC의 마무리 훈련이 한창인 관동대학교에서 만난 강원FC 김원동 사장은 "강릉은 강원FC의 개막전에 모든 포커스가 맞춰진 상태"라고 표현했다.
개막전 지상파 중계 잡히고, 캠페인 펼치고...
김원동 사장의 말대로 강릉은 강원FC에 미쳐 있다. 홈 개막전에는 경찰 8개 중대 병력이 경기장 내외곽에 배치될 예정이다. 경기 중계도 스포츠 전문 케이블이 아닌 지상파에서 전국으로 생중계하기로 결정됐다. 애초 SBS-GTB(강원민방)가 할 예정이었으나 막판 MBC로 중계가 넘어갔다는 것이 김 사장의 설명이다.
지역 방송도 강원FC를 매일 주요 소식으로 다루고 있다. 강원도의 양대 지역지인 강원일보와 강원도민일보 간의 강원FC 마케팅도 치열하다. 강원도민일보는 24일 ▲300만 도민 강원FC 서포터 되기 ▲시즌권 사기 ▲출향 도민의 원정 응원 ▲디지털 사진 공모전 등 '4대 빅이벤트(캠페인)'를 대대적으로 알렸다.
경기장 정비도 거의 완료됐다. 본부석 양옆을 제외한 모든 관중석의 의자를 새로 설치했다. 라커룸에는 최신식 옷장도 구비되어 있고 음향시설도 스피커 추가 설치 등을 통해 보완했다. 25일에는 최명희 강릉시장을 비롯한 지역 인사들이 직접 경기장 점검에 나선다.
선수들도 이런 열기에 적잖이 놀란 눈치다. 미드필더 권순형은 "강릉종합운동장에서 첫 훈련을 할 때 많은 팬이 찾아왔다. 너무나도 열기가 뜨거웠고 열성적이었다"라며 "준비를 잘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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