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홍만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지난 연말 '격투황제' 에밀리아넨코 표도르와 MMA 대결을 벌이더니 올해는 '전율의 하이킥'으로 '최강'의 인기를 구가했던 미르코 크로캅과 한판 대결을 펼쳐야 한다.
지난 18일 K-1 측은 일본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최홍만과 미르코 크로캅의 대결을 공식 발표했다. 둘간의 대결은 큰 화제를 모았고, 발표 당일부터 격투팬들은 경기 양상을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다.
하지만 최홍만의 데뷔부터 관심있게 지켜본 팬들이라면 그의 이러한 행보가 서글프지 않을 수 없다. 표도르와 크로캅이라는, 실력과 인기로 프라이드를 양분했던 대어급 파이터와의 잇따른 대결이지만 그 간의 흐름을 보면 사실상 최홍만이 K-1 파이터로서 매력을 잃었다는 주최 측의 속내를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드림의 사사하라 게이이치 프로듀서는 "최홍만의 큰 덩치는 종합격투기에서 큰 무기가 된다. 이후에도 드림 대회에 자추 출전했으면 좋겠다"고 최홍만의 MMA 출전을 독려했다.
에둘러 표현하기는 했지만 이는 최홍만에게 드림 출전 오퍼를 계속해서 넣겠다는 말이다. K-1 소속으로 입식 링으로 격투계에 데뷔한 최홍만이 슬그머니 MMA로 전향하는 수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사실 이전에도 이러한 언급이 있었다. FEG 다니가와 사다하루 대표는 지난 6일 K-1 월드그랑프리 파이널 대회 직전 "이제 K-1에는 세미 슐트나 최홍만같은 대형 파이터는 더 이상 필요 없다"고 빠른 전개를 통한 화끈한 불파이팅을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게다가 12월초 레이 세포와 경기를 가진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는 시점에서 최홍만은 크로캅과 MMA 대결을 펼쳐야 한다. 아무리 흥행성으로 매치업시키는 연말 이벤트라고는 해도 최홍만이 주최측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최홍만은 아직까지 K-1 정상에 올라보지 못했다. 지난 2005년 3월, 씨름계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최홍만은 K-1에 진출했다. 당시 최홍만은 "꼭 월드 그랑프리 챔피언이 되겠다"고 호텔방에서 자다 일어나서도 굳게 각오를 다졌다고 했다.
4년 전 '파이터'로서 우뚝 서겠다고 입술을 다문 최홍만. 크로캅과의 대결 여부를 떠나 주최측으로부터 '이벤터' 취급을 당하고 있다는 느낌에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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