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년 전 TV 개그프로그램에서 한 개그맨이 '정말 퐈야~'라는 유행어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한 적이 있다. 개그 도중 답답하거나 짜증나는 일이 발생하면 그 개그맨은 여지없이 '퐈~'를 내뱉으며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배꼽을 쥐게 만들었다.
프로야구판에서도 요즘 '퐈~'(FA)가 화제다. FA(자유계약) 자격을 획득하고 이를 행사하기 위해 당당하게 신청한 선수들은 '대박'의 기대감에 부풀어있다.
물론 올 초 야구단 수장이 모여 '돈잔치'를 자제하자고 야규 규약까지 신설, 분위기는 작년과 사뭇 다르다. 이런 가운데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지난 5일 자격 선수를 발표, FA 시장은 본격적인 서막을 열었다.
내년 시즌 FA 자격이 있음을 확인한 선수들은 오는 8일까지 구단측에 FA 자격 행사를 하겠다고 요청한 뒤 승인 선수로 인정받게되면 본격적으로 타 구단과 협상 테이블에 마주앉을 수 있다.
KBO가 공시한 자격 선수는 총 27명이다. 자격유지 11명, 재자격 5명, 그리고 신규 8명에 작년 소속팀이 히어로즈로 바뀌는 과정에서 기존 FA 계약을 보장받지 못한 3인을 추가한 인원이다.
그런데 여기서 '자격유지 11명'에 눈길이 간다. 즉, 예전에 이미 FA 자격을 얻었지만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선수들이다.
FA 자격은 9시즌 동안 KBO에서 규정한 일정 조건을 충족시킨 선수들이 획득할 수 있다. 타자는 페넌트레이스 총 경기수의 2/3 이상 출전해야 1시즌을 인정받는다. 투수는 규정투구 획수의 2/3 이상을 투구해야 한다. 98년 이후부터는 1군 등록일수 150일(2006년부터 145일) 이상도 기준으로 적용할 수 있다.
결국 1군에서 매 시즌 맹활약을 펼쳐 9년이 지나야 첫 FA 자격(이후는 4시즌)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FA 선수를 영입하기 위한 구단은 선수 본인에게 줘야할 연봉말고도 원소속 구단에게 보상금을 지급해야한다. 지난 시즌 연봉 50% 인상금액의 200%와 보상 선수 1명(보호선수 18명 제외) 혹은 지난 시즌 연봉 50% 인상금액의 300%를 부수적으로 지급해야 한다.
이런 부담 때문에 구단들은 정말로 필요한 선수가 아니라면 FA 선수 영입에 시큰둥하다. 올해는 어찌될 지 모르지만, 몇 배나 뛰어오른 연봉에다 상당한 보상금까지 지급해야하기 때문에 웬만한 실력의 선수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여기서 선수들의 딜레마가 발생한다. FA 자격행사 신청을 해놓고 익년 1월 15일까지 어떤 구단과도 계약하지 못한다면 그 해는 실업자 신세가 된다. 스스로 자신감을 가지고 있더라도 8개 구단이 그의 값어치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말 그대로 '낙동강 오리알'이 되는 셈이다. 때문에 FA 자격요건을 갖추더라도 선수 본인이 자신이 없으면 섣불리 FA 요청을 할 수 없다.
지난해 KIA 이재주가 이런 수모를 당했다. 당당하게 FA 신청을 했지만 불러주는 팀이 없었다. 결국 1월 15일이 다가오자 이재주는 'FA 미아'에서 벗어나기 위해 원 소속팀 KIA와 전년도 1억800만원에서 2천800만원 깎인 연봉 8천만원에 한숨을 내쉬며 도장을 찍었다.
결국 FA 대박은 커녕 괜히 힘만 소진한 꼴이었다. 이런 위험성(?) 때문에 자격이 있더라도 선수들은 섣불리 FA 신청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FA 신청을 하고 싶어도 의미가 없음을 알기에, 이 시기만 되면 'FA 자격유지'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니는 선수들에게 FA는 대박은 커녕 '퐈~'를 외치고 싶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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