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 유독 가을에 강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던 손광민(20, 롯데)은 자신이 한 말을 증명했다. 하지만 로이스터 감독이 말한 "고른 활약을 펼치는 롯데"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8년 만에 가을 야구에 참석한 롯데와 1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삼성의 첫판 명암은 한 이닝에서 갈렸다. 8일 롯데는 사직구장서 열린 삼성과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먼저 1점을 뽑고도 3회초 대거 7점을 내줘 무기력하게 무너졌다. 최종스코어 3-12. 홈에서 1차전을 가진 롯데로서는 속쓰린 패배가 아닐 수 없었다.
느려진 구속이지만 노련한 관록투를 선보인 삼성 배영수에게 롯데 타자들은 속절없이 무너졌고, 총 9개의 안타가 산타(散打)에 그쳐 3득점에 머물렀다. 조성환-이대호-가르시아로 이어지는 클린업 트리오는 총 16타수 3안타로 부진했고, 조성환의 경우 4타수 무안타로 고개를 숙였다. 믿었던 선발 송승준도 2.2이닝동안 7피안타 6실점하며 3회를 못넘기고 조기강판당했다.
이런 와중에 고군분투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롯데의 2년차 외야수 손광민이다.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한 손광민은 이날 경기서 그야말로 '혼자 치고 혼자 달렸다'. 4타수 3안타 1타점 1득점 1도루. 총안타수 9개로 3득점한 팀 공격력을 감안하면 '펄펄' 날았던 셈이다. 투타 부문에서 믿었던 선수들이 머리카락 잘린 삼손처럼 맥빠진 모습을 보였지만 손광민만은 달랐다.
사실 손광민은 경기 전 이미 맹활약을 스스로 예고(?)했다. 긴장감 탓에 평소와는 달리 기자들의 질문에 손사레를 치며 달아난 여타 선수들과 달리 손광민은 수십명의 기자들에게 둘러싸여도 자신감을 잃지 않고 당당히 인터뷰에 응했다. 생애 처음으로 경험하는 준플레이오프지만 긴장은 커녕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난 원래 가을에 강하다. 고등학교 때부터 가을만 되면 잘했다. 나도 스스로에게 내심 기대하고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리고 손광민은 경기에 들어서자 불방망이를 과시하며 수 시간 전 본인이 직접 꺼냈던 말이 허풍이 아니었음을 여실히 증명했다. 문제는 나홀로 '크레이지 모드'였다는 점이다.
로이스터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에게 이런 말을 했다. 페넌트레이스와는 달리 단기전의 성격을 띤 포스트시즌에는 속칭 '미치는 선수'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롯데는 그런 팀이 아니다. 한 명이 잘해서 이기는 팀이 아니라 한 명이 못하면 나머지 선수들이 이를 메꿔주는 팀"이라고 목소리를 높이며 협업체제의 롯데를 강조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손광민은 혼자서 미친 듯이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고, 나머지 8명의 선수들은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한 채 고개만 숙였다. 그 결과가 대패였다.
"나를 알릴 좋은 기회가 왔다"고 야심찬 각오를 밝히며 분투했지만 '협업 롯데'가 무너지면서 씁쓸히 덕아웃으로 들어와야 했던 손광민의 맹활약이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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