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명민좌'의 매력에 푹 빠져 살아요."
배우 김명민(36)의 연기 세계가 빛을 발하고 있다.
김명민은 MBC 수목미니시리즈 '베토벤 바이러스'(극본 홍진아 홍자람, 연출 이재규)에서 괴팍하고 다혈질적인 지휘자 강마에로 등장해 놀라운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굵은 웨이브 머리와 검은 선글라스, 긴 바바리코트로 조화를 이뤄 애견 '토벤이'를 데리고 나타난 직설화법의 독설가 강마에. 그 첫 등장만큼이나 그는 범상한 인물이 아니었다.
실력은 뛰어나지만 그가 지휘를 맡으면 오케스트라는 항상 와해되고, 어떤 연주회에서든 마음에 안 들면 관객들에게 "환불받으시고 집에 가서 귀를 씻으세요"라고 충고하는 오만방자한 지휘자였던 것.
"아줌마 같은 사람을 뭐라고 하는 줄 알아요? 똥. 떵. 어. 리"라는 독설을 주저 없이 퍼붓는 강마에를 김명민이 아닌 다른 배우가 연기했다면 과연 어땠을까.
'베토벤 바이러스'가 중독성을 갖게 하는 것은 바로 의외의 웃음 코드에서 비롯된다. 너무나도 진지해 보이는 김명민의 표정연기에서 시청자들은 피식 실소한 뒤 갑자기 웃음보를 터뜨린다.
'베토벤 바이러스'가 소위 빵빵 터트리는 웃음이 아니라 한 템포 느리게 반응이 오는, 생각하면 할수록 재미가 배가 되는 그런 코미디를 보여주는 데에는 배우 김명민의 깐깐함과 치밀함이 자리하고 있다.
배우 김명민을 다시 보게 만든 드라마 '하얀거탑'에서 그가 연기한 의사 장준혁의 오만함과 지휘자 강마에의 오만함은 그래서 다르다.
지난해 방영된 '하얀거탑'은 현대극에서 늘 등장하는 그 흔하디흔한 멜로라인 하나 없이도 시청률 20%를 넘는 인기를 얻어 전문직 드라마의 성공 가능성을 입증한 작품이다.
드라마 속 악역이 죽는데 시청자들이 눈물을 흘리는 흔치않은 일이 벌어질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배우 김명민의 전율을 느끼게 하는 연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 역시 '하얀거탑'의 장준혁과 다를 바 없는 이기적이며 오만한 인물이다. 하지만 김명민은 이번 작품에서 그 오만함을 웃음으로 탈바꿈시키는 '마술'을 선보이고 있다.
강렬한 눈빛 속에 코믹함을 담아내는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강마에의 튀는 헤어스타일과 독특한 말투는 단지 이를 돋보이게 하는 장치일 뿐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김명민을 논할 때는 이를 거론하지 않는 게 예의가 아닐까.
시쳇말로 '똘끼'있는 예술가 강마에로도 보일 수 있는 역할을 너무나도 멀쩡히 소화해 내고 있는 배우 김명민, 아니 '명민좌'의 변신이 어디까지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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