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빠른 스피드, 강인한 몸싸움, 매끄러운 볼터치, 화려한 개인기, 날카로운 슈팅력, 높은 제공권, 정확한 패스 등 스트라이커가 갖춰야할 모든 것을 갖춘 선수.
삭발에 가까운 짧은 머리와 등번호 12번을 단 북한 공격의 '핵' 정대세(24, 가와사키 프론탈레)다.
오는 10일 한국 대표팀은 또다시 정대세를 만난다. 올해만 세 번째. 극단적인 수비전술을 펼치다, 역습을 시도하는 북한의 전술. 최전방에 정대세가 있다. 정대세의 능력을 신뢰하지 않는다면 펼칠 수 없는 전술이다. 그런 정대세를 제대로 막을 수 있다면 북한의 득점력은 0%에 가까워진다.
정대세의 능력은 지난 2월20일 동아시아대회에서 느낄 수 있었다. 1-0으로 앞서가던 한국은 후반 27분 정대세에 통한의 동점골을 허용했다. 정대세는 한 번의 패스를 받아 드리블로 치고 들어가며 오른발로 살짝 밀어 넣었다. 강민수와 곽태휘가 달라붙었지만 소용없었다.
이런 정대세의 모습은 동아시아대회에서 마지막이었다. 그는 한국을 만나면 점점 작아졌다. 이 후 정대세는 한국전에서 골을 넣지 못했고, 위협적인 장면도 거의 만들어내지 못했다. 바로 한국에 '정대세 킬러' 이정수(28, 수원)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정수의 제공력은 정대세를 압도했다. 정대세로 향하는 공중패스는 소용없었다. 이정수가 한 발 앞서 차단해버렸고, 정대세는 함께 뛰어도 큰 키(184cm)와 높은 점프력으로 무장한 이정수를 당해낼 수 없었다. 정대세로 가는 패스의 길목이 차단되니 아무리 '인민 루니'라 할지라도 방법이 없었다. 또한 정대세가 공만 잡으면 악착같이 달라붙었다. 그리고 저지했다.
이정수는 3월26일 열린 북한전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플레이로 정대세를 꽁꽁 묶었다. 특히 후반 22분 정대세의 슈팅을 몸을 날리며 막는 이정수의 모습은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6월22일 펼쳐진 북한전 역시 정대세는 이정수 앞에서 맥을 추지 못했다. 전반 16분 때린 힘없는 왼발 슈팅이 정대세의 처음이자 마지막 슈팅이었다. 이정수에 막혀 90분 내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런 이정수가 부상 등의 이유로 이번 허정무호에 합류하지 못했다. 정대세를 가장 효율적으로 막을 수 있는 최고의 수비수가 빠진 것이다. 이미 세 번을 만나본 강민수가 여전히 수비 라인에 있지만 파트너가 바뀔 수밖에 없다.

허정무호에는 김진규(23, 서울)가 있다. 강민수와 호흡을 맞추며 정대세 봉쇄의 임무를 맡았다. 허정무호 출범 이후 단 한 번도 발탁되지 않았던 김진규는 이번 북한전을 앞두고 부름을 받았다. 국가대표팀에 오랜만에 모습을 비춰 더욱 절실하고 더욱 어깨가 무겁다.
강민수와는 올림픽대표팀에서 꾸준히 함께 해와 호흡에는 문제가 없다. 허정무 감독 역시 중앙수비라인에 강민수-김진규 콤비를 신뢰하고 있다. 베스트 11로 예상되는 팀의 훈련에서 강민수-김진규 라인이 빠진 적이 없었다.
김진규는 이번에 정대세를 처음 만나게 된다. 하지만 자신감에 넘쳤다. 김진규는 "정대세는 힘이 좋고 빠르다고 알고 있다. 수비수들끼리 커버플레이에 신경쓸 것이다"며 정대세 봉쇄에 대한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이어 김진규는 홍영조 역시 경계하고 있었다. "홍영조가 북한의 키플레이어다. 그를 잘 잡으면 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극단적인 수비전술을 펼치는 북한에 골을 내어주면 북한은 더욱더 잠그게 되고, 패배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그만큼 실점하지 않는 것이 북한과의 경기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즉, 정대세의 득점을 막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이번 허정무호에 '정대세 킬러' 이정수는 없지만, 새로운 '정대세 킬러'로 거듭날 수 있는 김진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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