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달라붙는 의상과 붉은 숏팬츠-'수퍼맨', 얼굴을 가리는 블랙 가면과 옐로우 박쥐 마크-'배트맨', 거미줄 패턴의 레드&블루 의상-'스파이더맨'.
할리우드 영화 속 초인간적 영웅들을 떠올릴 때면 먼저 생각나는 것이 바로 그들이 입고 있는 의상이다. 이들 슈퍼 히어로들의 의상은 때론 방탄막이가 되기도 하고, 때론 하늘을 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심지어 옷을 벗으면 평범한 서민으로 돌아오는 영웅도 있다.
2008년 여름 국내에도 '한 패션'하는 수퍼 히어로들이 떴다. 얼마 전 종영한 '쾌도 홍길동', 현재 인기리에 방영중인 '일지매', 그리고 첫 방송을 눈앞에 둔 '최강칠우'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외국의 히어로들처럼 방탄의상은 없다. 시시하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퓨전 사극, 전통 사극 등을 표방하며 신세대 취향에 맞춰 훨씬 젊어진 SBS '일지매'와 KBS2 '최강칠우'. 이들 사극 속 독특한 의상이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에게 또 하나의 볼거리가 되고 있다.

여자 보다 예쁜 남자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일지매로 변신에 성공한 '일지매'의 이준기는 고증에 충실하기보다는 캐릭터에 맞춰 현대적으로 재탄생한 의상으로 보는 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일지매로 활약하는 이준기의 갑옷과 마스크는 퓨전성이 다분히 가미된 현대적인 스타일이다. 특히 팔에 두른 갑옷에서 활이 발사되는 등 조선시대라고는 믿지 못할 만큼 초현대적이다.
'일지매' 이준기는 총 3가지의 갑옷으로 변화를 준다. 그는 극중 상황에 따라 옷을 바꿔 입고 활동하게 된다. 그중 가슴에 입는 반갑의(甲衣)의 경우 금속공예가 박준 씨가 이준기의 몸을 피팅해 무려 4개월간의 시도 끝에 손으로 직접 제작한 수공예품이라 가치가 높다.
갑의의 밝은색을 일부러 부식시키는 노력을 더했다는 후문이다. 이준기가 입는 일지매 갑의 세 벌의 제작비만 약 500만원. 통상 사극에서 장군들이 입는 갑옷보다 훨씬 비싼 수준이라고.
'일지매'의 의상을 담당한 SBS 아트텍 탁은주 디자이너는 "일지매 복장은 다양한 무기 사용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기존 사극의 갑옷과 차별화를 주어 활동성을 강조했다"며 "특히 작은 장신구와 아대 등도 일일이 손으로 만들어 일지매를 더 돋보이게 하려 했다"고 밝혔다.
평범한 청년으로 돌아왔을 때의 일지매, 즉 용이의 모습은 짙은 다크톤의 의상에 조끼 등을 레이어드해 입는 스타일을 즐긴다. 또 올풀림 원단을 사용해 털털하고 다소 엉뚱한 용이의 캐릭터에 맞도록 제작했다.
퓨전이 아닌 전통 사극임을 표방한 '최강칠우'. 극중 등장인물이나 사건들 모두 '조선왕조실록'에 근거한 것이고 의상 등도 고증을 거쳤다. 액션신 때 마상 무술과 채찍을 많이 사용해 자칫 '퓨전'으로 보일 수 있으나 '최강칠우'는 퓨전이 아닌 전통 사극이라는 것.
하지만 에릭의 의상이나 헤어 스타일을 살펴보면 크로스 오버적인 요소가 가미된다. 특히 상투를 튼 머리와 함께 어깨까지 내려오는 펌 스타일의 두가지 헤어 스타일을 선보이는 그는 전통과 퓨전을 오간다.
의상은 전통적인 마고자 대신 조끼 형태로 변형된 발끝까지 내려오는 길이의 배자를 입음으로써 활동성을 강조했다. 특히 '최강칠우'에서 에릭은 대부분 블랙 혹은 카멜 컬러의 의상으로 단조로운 듯 보이지만, 어깨와 허리 부분에 금색단을 덧대 변화를 준다. 평범한 듯 아닌 듯, 전통 사극에서 기대되는 영웅이 실제로 그 시대에 입었을 법한 의상이다.

이외에 MBC '태왕사신기'에서는 후드티가 등장했다. 또 KBS2 '쾌도 홍길동'에서 홍길동은 선글라스를 꼈고, 활빈당원은 더플코트와 같은 겉옷을 선보였다. 퓨전사극 의상은 정해진 틀이 없다.
물론 일각에선 퓨전 사극이 신세대 취향을 고려해 젊은 시청자들까지 사극으로 유도했다는 긍적적인 평가도 있지만, 자칫 전통 사극에 대한 역사성과 전통 의상에 대한 정체성을 잃어 버릴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복연구가 박술녀씨는 "과거 우리네 한복의 저고리 고름 하나, 동정 하나에 까지 얼마나 깊은 생각이 들어간 것인지 안다면 함부로 퓨전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젊은층에서 입기 편한 옷, 일상에서도 접할 수 있는 친근한 옷, 아름다운 옷이라는 발상의 전환에 대해서는 반가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퓨전 사극의 의상을 보고 '전통이다', '아니다' 운운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한복도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함은 물론이고, 그 변화를 새로운 무엇인가로 만들어 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최강칠우'는 전통적인 고증으로 철저하게 무장하면서도 에릭이라는 서구형 미남 스타를 기용했다는 점에서 '일지매'와는 다른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할 듯하다.
조이뉴스24 /홍미경 기자 mkho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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