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죽였던 롯데 타선이 경기 막판 한꺼번에 불을 뿜으며 역전 드라마를 써냈다.
롯데 자이언츠는 1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우리 히어로즈와의 시즌 12차전에서 8회말 조성환 강민호의 잇따른 득점타로 6-3 역전승을 거뒀다. 우리와의 이번 3연전을 싹쓸이한 롯데는 최근 3연승, 우리전 5연승을 기록하면서 33승(28패)을 올려 3위 자리도 지켜냈다.

우리는 6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한 선발 장원삼 덕에 3-0으로 리드했지만 구원진이 8회 6점이나 내주는 바람에 뼈아픈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사직 원정에 나서기 직전인 12일 KIA전에서 '무박2일' 혈전을 벌였던 후유증이 생각보다 심했다.
한 점 씩 실점한 것이 쌓여 0-3으로 뒤진 채 8회말 공격을 맞은 롯데는 2연승의 상승세가 한풀 꺾이는가 했다. 하지만 타순이 톱타자 정수근부터 시작된 것에 기대를 걸어볼 만한 분위기. 이런 기대대로 정수근과 2번 김주찬이 잇따라 안타를 쳐 무사 1, 2루 찬스를 열었다.
우리 벤치는 7회부터 등판해 있던 두번째 투수 송신영 대신 박준수를 마운드에 올려 불끄기에 나섰지만 달아오르기 시작한 롯데 타선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조성환이 박준수를 2타점 우중간 2루타로 두들겨 2-3으로 바싹 추격했고, 김대호가 볼넷을 골라 무사 1, 3루의 찬스를 이어갔다.
이번에는 강민호가 다시 우중간 담장 앞까지 날아가는 2루타를 뿜어내 두 명의 주자를 모두 홈으로 불러들이며 4-3 역전에 성공했다. 우익수의 실책이 가미돼 공식기록상 타점은 하나밖에 인정되지 않았지만 사실상의 역전타였다. 롯데는 이후에도 정보명의 3루타 등으로 2점을 더 뽑아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8회 1사 후에 등판, 0.2이닝만 던진 롯데 3번째 투수 강영식이 8회말 역전에 힘입어 행운의 승리투수가 됐고, 9회초 등판해 3자범퇴로 깔끔하게 경기를 마무리한 최향남이 가뿐하게 세이브를 올렸다. 롯데 선발 매클레리는 7이닝 2실점으로 제몫을 다한 뒤 타선 도움으로 패전을 면했다.
우리로서는 아쉬운 경기였다. 5회초 1사 3루에서 강정호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뽑았고, 6회초엔 이택근의 안타, 송지만의 2루타, 이숭용의 고의4구로 2사 만루 찬스를 잡은 뒤 김동수의 좌전 적시타가 터져 한 점을 추가했다. 이 때 롯데는 2루주자 송지만을 홈에서 잡아낸 좌익수 정수근의 호송구 덕에 더 이상 점수를 내주지 않은 것이 역전의 한 발판이 됐다.
우리는 8회초 행운까지 더해 쐐기점을 뽑았다. 이택근의 볼넷과 브룸바의 안타로 만든 1사 1, 3루서 이숭용 타석 때 스퀴즈 작전이 나왔다. 하지만 3루에 있던 송지만이 사인을 착각해 스타트도 끊지 않은 상황에서 이숭용은 번트를 댔다. 다행이 이 번트가 파울이 되는 행운이 따랐고, 강공에 나선 이숭용의 타구가 빗맞아 떼굴떼굴 유격수 쪽으로 굴러가는 내야안타가 되면서 3점째를 벌어들였다.
이렇게 리드를 잡아나갔고, 선발 장원삼이 6이닝 동안 롯데 타선을 산발 4안타(6탈삼진) 무실점으로 꽁꽁 틀어막고도 허약한 불펜진 때문에 승리를 날린 것이 우리로서는 너무나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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