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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환, "난 반쪽 선수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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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2 사간도스에서 여전히 맹활약...지도자 수업도 병행

1990년대 중·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을 풍미했던 '천재 미드필더' 윤정환(35, 사간도스)이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K리그 신인 선수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전화를 걸었다.

갑작스런 인터뷰 요청에 잠시 고민하던 윤정환은 "그럼 2시 30분에 뵙죠"라며 흔쾌하게 응해줬다.

4일 오후 2시 30분. 검은색 정장에 땡땡이 무늬가 있는 와이셔츠 차림으로 깔끔하게 차려입은 윤정환이 정확히 약속 시간에 맞춰 모습을 드러냈다.

중·고교 시절 그의 팬이어서였을까? "복 많이 받으시라"는 자연스런 인사말과 함께 시작된 인터뷰는 예상 시간을 훌쩍 넘겨 40여 분 가까이 진행됐다. 이는 물론 어떤 질문에도 싫은 내색없이 성실하게 답변해 준 윤정환 덕분이다.

이제 얼추 인터뷰를 마무리할 시간이 됐다는 생각에 시계를 보니 3시 17분. "제가 너무 오래 붙잡았죠"라고 묻자 윤정환은 "아닙니다. 그런데 제가 강의가 처음이라 좀 준비를 하고 들어가려고 했는데"라고 답했다.

아뿔싸. 윤정환이 이날 강의를 하기로 한 시간은 3시 30분. 윤정환 역시 인터뷰가 즐거웠기에 시간가는 줄 몰랐을 거라고 스스로 위안을 삼았지만 상당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번 인터뷰가 윤정환의 첫 강의에 방해가 된 것은 아닐까?

◆"반쪽 선수라 생각한 적 한 번도 없다"

윤정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허를 찌르는 패스', '창조적인 플레이어', '비운의 천재 미드필더' 그리고 하나가 더 있다. 바로 '반쪽 선수.'

지금에와서 윤정환의 반쪽 선수 논쟁을 끄집어내는 것은 사실 별 의미가 없다.

윤정환은 지난 10여 년 간을 (남들의 인식안에서) 반쪽 선수로 살아왔고 "나만 그렇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다"는 그의 말처럼 그런 지적에 이제는 무덤덤한 모습이었다.

오히려 이 시점에서 다시 반쪽 선수 이야기를 거론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을 듯 싶었다.

그러나 잘못 알려진 것은 바로잡아야 하겠기에 이야기를 시작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는 반쪽 선수가 아니다.

"90분 풀 타임을 뛸 체력은 충분히 갖췄습니다. 선수 생활을 하면서 단 한 번도 90분을 소화할 체력이 없다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제 입으로 반쪽 선수라고 말한 적이 있지 않냐구요? 그런 말 한 적 없습니다."

이 뿐 아니다. 윤정환에 따르면 그를 지도했던 어느 지도자에게도 체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2002년 당시 히딩크 감독 역시 그에게 "체력이 부족하다고 들었는데 직접 테스트를 해보니 그런 문제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는 것.

그렇다면 반쪽 선수 논쟁은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글쎄요. 제 스타일 때문일 지도 모르죠. 저는 뛰어야 할 때만 뜁니다. 효율적이지 않은 움직임은 필요없다고 생각해요. 드리블도 웬만하면 안 합니다. 원터지, 투터치 패스가 대부분이죠. 그리고 웬만하면 전진 패스를 시도합니다."

"그런데 사람들의 인식이라는 것이 참 무서운 것 같아요. 두어 번 그런 소리를 듣다보니 이제는 아예 그렇게 되어버렸네요. 처음에는 화도 났지만 이제 면역이 됐어요. 저만 제 플레이에 충실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죠."

30대 중반인 나이에도 그는 J2리그 사간도스에서 주전 미드필더로 뛰고 있다. 지금도 90분 풀 타임을 뛰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지난 시즌에는 부상 중임에도 불구, 48경기 중 30경기를 거뜬히 소화했다.

사간도스는 매 경기 1만명에 가까운 관중이 들어차는 J2리그의 인기 구단 중 하나다. 윤정환은 이 팀에서 후배 선수들을 컨트롤하고 이끄는 위치에 있다. 지난 2006년에는 윤정환의 활약 덕분에 리그에서 4위에 올라 한국 선수에 대한 이미지도 상당히 좋다.

계약 기간은 2009년까지로 되어있지만 타 팀으로의 이적이나 한국으로의 복귀 그리고 윤정환이 원한다면 팀 내에서 은퇴 후 지도자 수업까지 받을 수 있도록 옵션 조항이 들어가 있다. 이 정도면 사간도스에서 차지하는 윤정환의 비중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윤정환과 애틀랜타 올림픽

많은 축구 팬들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때의 윤정환의 모습을 기억한다. 최용수, 이기형, 서동명, 최윤열 등 호화 멤버로 꾸려진 대표팀에서 윤정환은 핵심 미드필더였다.

한국은 조별리그 1차전에서 가나를 1-0으로 꺾고 2차전에서 멕시코와 0-0으로 비기며 8강 진출을 눈 앞에 두고 있었다. 마지막 3차전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비기기만해도 8강에 오를 수 있는 상황.

하지만 하늘은 한국의 8강행을 허락하지 않았다. 한국은 이탈리아에 1-2로 패하며 1승1무1패를 기록하고도 아쉽게 8강에 오르지 못했다.

윤정환은 당시 가나전에서 페널티킥 결승골을 넣었고 올림픽 대표팀에서 뛰는 동안 수 없이 많은 도움을 기록했다. 몇 개의 도움이나 올렸을까?

"몰라요. 너무 많아서. (웃음) (최) 용수 형이 넣은 골은 대부분 제가 어시스트했으니까요."

하지만 당시 대표팀 사령탑이었던 비쇼베츠 감독이 처음부터 윤정환을 주전으로 기용한 것은 아니었다. 비쇼베츠 감독은 체격이 좋은 선수를 선호하는 스타일이었다.

우연히 기회가 찾아왔다. 대표팀 소집 후 첫 평가전이 있던 날 주전 미드필더였던 선수가 음식을 먹고 탈이났고 갑작스레 윤정환에게 출전 기회가 주어졌다.

땜빵으로 출전한 그 경기에서 윤정환은 두 개의 도움을 올리는 맹활약을 펼쳤고 이후 쭉 비쇼베츠 사단의 중심 선수로 활약했다.

프로 데뷔 후 유공에서 빠른 시간에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도 비쇼베츠 감독 덕분이었다.

비쇼베츠 감독은 평소 친분이 있던 니폼니쉬 감독에게 윤정환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윤정환은 니폼니쉬의 두터운 신임 속에 그가 추구하는 '즐거운 축구'의 정점에 설 수 있었다.

"선수에게는 어떤 지도자를 만나느냐가 상당히 중요한 것 같아요. 그에 따라 그 선수의 플레이가 살기도 하고 죽기도 하죠. 비쇼베츠 감독님 밑에서 자리를 잡은 것이 니폼니쉬 감독님의 가르팀을 받을 때도 큰 도움이 됐죠. 니폼니쉬 감독 밑에서 오랜 기간 코치로 있었던 조윤환 감독님도 저에 대해 잘 아셨고 많은 부분을 믿고 맡겨주셨습니다. 그 때는 참 재미있게 축구했던 것 같아요."

윤정환은 지금도 성인 무대에 와서 자신을 이끌어 준 은사로 비쇼베츠와 니폼니쉬, 조윤환 감독을 꼽는다.

비단 윤정환 만이 아니다. 부천의 수 많은 팬들 역시 그 때의 부천 축구에 큰 즐거움과 감동을 느꼈다고 말한다.

◆선수와 지도자 수업 병행

30대 중반의 나이. "축구 선수로서 이제는 은퇴를 생각할 나이가 아니냐"고 묻자 윤정환은 "그런가요?"라고 웃으며 반문했지만 그 역시 자신의 미래를 위해 차근차근 준비 중이다.

윤정환은 지난 2006년에 대한축구협회 3급 지도자 자격증을 획득했고 다음 주부터 2급 지도자 자격증 교육에 들어간다. 하지만 이에 대해 말하기를 상당히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제 목표는 선수 생활을 하면서 지도자 자격증을 따고 지도자 공부를 병행하는 겁니다. 여러 선배님들도 좋은 생각이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리고 지도자 공부를 해보니 선수 입장에서도 큰 도움에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지도자 교육을 받고나면 꼭 '윤정환 은퇴', '지도자로 복귀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요. 그게 참 부담스럽더라고요."

그렇다면 윤정환은 어떤 지도자상을 꿈꾸고 있을까. 이 질문에 윤정환은 말을 아꼈다.

윤정환은 "아직 나는 지도자가 아닌 선수다"고 일정한 선을 그으면서 "개개인 선수의 스타일에 맞는 것을 요구할 생각이다. 체격이 크지 않은 선수와 큰 선수 모두에게 같은 것을 요구하는 것은 옳지않은 것 같다"고 답했다.

"감독의 업무 분담 역시 중요한 과제라고 봅니다. J리그는 1부는 물론 2부리그 팀에도 모두 피지컬 트레이너가 있습니다. 선수들의 체력, 몸 상태 등은 모두 트레이너가 철저하게 관리하죠. 감독은 팀의 전술적인 부분만 관여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K리그는 그런 시스템이 갖춰져있지 못한 것이 안타깝습니다."

조이뉴스24 /파주=윤태석기자 sportic@joynews24.com 사진 류기영기자 ryu@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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