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가수는 홍보를 위해 일정한 루트를 밟는다. 앨범을 만들고, 언론사를 돌며 기자에 뉴스거리를 제공하고, 라디오나 TV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 관계자를 만난다. 그밖에 다른 길들도 많겠지만 이 두 코스는 고속도로에 비유될 수 있다. 가장 빨리 대중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신인이라면 이 길은 더욱 더 유혹적이다. 특히 TV 가요 프로 출연은 그들의 염원에 가깝다. 하지만 그 길에 진입하는 것은 명절 때 고속도로 톨케이트를 지나는 일과 같다. 한 달에 300여장의 앨범이 쏟아지고 있는데 TV 가요 프로그램 수는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TV 가요 프로그램에 출연하려면 상당한 금액의 통행료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많다.
문제는 그 거리를 좁히면 좁힐수록 대중과 스타 사이는 더욱 더 멀어진다는 점. 이미지로서 스타는 대중과 더 가까워지지면 실체로서의 스타는 더 멀어진다. 그래서 가끔 스타는 본의 아니게 “저 친구 말이야, 변했어”라는 평가를 받는다.
TV 출연보다 라이브 무대를 선호하는 가수들은 일찍부터 TV가 개입된 대중과 스타 사이의 이런 묘한 역설 구조를 간파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구조에만 역설이 있는 건 아니다. 구조가 그런 만큼 스타가 되려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도 역설이 존재한다.
스타란 대중의 마음을 휘어잡는 존재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대중과 지속적으로 더 가까워져야 하는데, 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대중과 끊임없이 차별화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그들은 보통 사람과 뭔가 다르다는 점을 늘 생각해야 하며 속된 말로 ‘노는 물’이 달라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다. 그게 스타의 이중성이다. 그런 까닭에 대중이 스타를 바라보는 시선 또한 숭배와 멸시로 엇갈리기도 한다.
이런 역설 속에서 한 신인가수의 행보가 주목된다.
창훈. ‘헤어진다’라는 발라드를 들고 나온, 이제 스물을 갓 넘은 신인. 그 또한 기회가 된다면 TV 프로에 나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지만 현재로서는 그게 쉬운 일이 아닌 모양이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판도라TV. 판도라TV 채널 1330은 ‘신인가수 창훈이 꾸며가는 UCC'다. 창훈은 이곳에서 대중이 신청한 노래를 라이브로 불러주기도 하고, 비슷한 처지의 신인가수나 알고 지내는 가수를 섭외해 대중이 원하는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스스로 대중과의 소통 채널을 만들어 낸 것이다.
창훈이 UCC 방송을 만들자 주변의 반응은 위의 그 역설이었다. “질 떨어지게 아마추어하고 노느냐”는 반응이 많았던 것이다. UCC는 대개 아마추어들이 만드는 것이니, 비록 신인이지만 프로는 같이 놀면 안된다는 뜻이다.
하지만 창훈의 생각은 다르다. 좀 돌아갈지언정 UCC도 길이고, 어쩌면 자신을 더 튼튼하게 다지며 가는 길일 수 있다. 무엇보다 인터넷 TV의 경우 누구든 별 돈 안들이고 할 수 있는 일이고 공중파 TV와 달리 쌍방향 매체여서 대중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오히려 강점일 수도 있다. 지근거리에서 대중과 호흡하는 라이브의 매력이 그것이고, UCC 방송은 21세기형 라이브 콘서트인 셈이다.
창훈은 어찌됐건 당장 TV를 통해 하늘 높이 비상하는 길보다 인터넷을 통해 아마추어들 속으로 저공비행에 들어가는 길을 선택했다. 그의 선택이 가요계에 의미 있는 실험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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