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때 주더라도 떳떳하고 정당해지고 싶었다."
26년 한국프로야구 사상 첫 퍼펙트게임의 희생자가 될 뻔 했던 김시진 현대 감독(49)이 당시의 복잡했던 심정을 담담하게 털어놓았다.

김 감독은 4일 수원 SK전에 앞서 전날 잠실 두산전에 대해 "선수도 선수지만 감독인 내 마음은 어땠겠냐”며 "말은 안했지만 속이 정말 타들어가더라"고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이날 두산 선발 다니엘 리오스는 최고 147km에 달하는 직구를 뿌려대며 9회 1사까지 25명의 현대 타자들을 농락했다. 단 한 개의 안타나 볼넷도 내주지 않고 퍼펙트로 틀어막았다. 그러나 9회 1사 후 포수 강귀태에게 좌전 안타를 허용, 사상 첫 퍼펙트게임을 날려버렸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선수시절을 보낸 김 감독으로서 프로야구 사상 처음이라는 기록의 희생자로 전락할 수 있었던 만큼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다. 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기습번트를 비롯해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하라는 지시를 내렸을 법 하다.
그렇지만 김 감독은 손사래를 쳤다.
김 감독은 "리오스가 잘 던져서 그런 것이니 만큼 정정당당하게 경기에 임하고 싶었다"며 "선수들에게도 번트를 대지 말고 보이면 휘두르라고 지시했다. 그래도 안 되면 담담하게 기록을 받아들이고 축하해줄 작정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 김 감독은 "보통 기록도 아니고 26년만에 처음 나온 기록이고 영원히 남을텐데 왜 변칙에 대한 유혹이 없었겠냐"며 "그렇지만 그 상황에서 번트나 다른 작전을 지시했다면 스스로도 떳떳하지 못했을 것이고 영원히 입방아에 오르내렸을 것이다. 당당하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김 감독은 이날 리오스의 투구에 대해 한마디로 "영리했다"고 평했다.
평소 리오스는 커트와 체인지업 등으로 카운트를 잡은 뒤 승부구로 직구를 타자 몸 쪽에 붙이거나 바깥쪽으로 가져 갔다. 그러나 이날 현대전에서는 1회부터 계속해서 직구 위주로 승부를 펼쳤다. 한마디로 현대가 분석한 투구 분석을 완전히 뒤집었고 평소와 전혀 다른 투구 패턴에 타자들이 속수무책이었다.
김 감독은 "리오스가 초반에는 구위가 그다지 좋지 못했다. 그런데 4회 들어서부터 최고 147km에 달하는 직구를 뿌렸고 제구도 잘 됐다"며 "우리와 대결했을 때와 전혀 다른 투구 패턴을 들고 나와 선수들이 당황했다"고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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