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조범현 SK 와이번스 감독이 사퇴의사를 밝힌 뒤 대부분 언론들은 차기 감독으로 이만수 시카고 화이트삭스 불펜 코치가 유력하다는 예상을 내놓았다.
신영철 SK 사장이 기자회견에서 "신임 감독은 SK를 패기있고 근성있는 강팀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선진야구 경험이 있고 SK 야구가 추구하는 스포테인먼트(스포츠+엔터테인먼트)를 구현할 수 있는 후보를 감독으로 선임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문제는 '스포테인먼트'라는 단어에 있었다. 김성근 감독(당시 지바롯데 코치)도 유력 후보로 꼽혔지만 엔터테인먼트적 요소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 대부분의 판단이었다.
그러나 SK의 생각은 달랐다. 김성근 감독이 승부에서의 강점은 물론 팬들과 함께 호흡하는 야구에 대해서도 열린 생각을 갖고 있음을 여러 경로를 통해 확인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지난 2년동안 지바 롯데에서 코치로 활동하며 마케팅 분야에 대해서도 새로운 생각을 갖게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일본 야구에서 '마케팅 감독'으로까지 불리는 바비 밸런타인 감독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며 많은 영향을 받았다.
밸런타인 감독은 팬들을 위한 마케팅 행사에는 언제나 두 팔을 걷어부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스타일이다. 직접 유니폼 디자인도 바꾸고 팬들에게 등번호 '26번'(엔트리 25명외에 또 한명의 선수라는 뜻)을 부여하기도 했다.
지바 롯데는 밸런타인 감독의 활발한 활동에 힘입어 우승을 차지한 지난해 전년 대비 관중 30% 증대라는 성과를 이끌어낸 바 있다. 비인기 구단의 설움을 톡톡히 겪어 온 지바 롯데로서는 의미 있는 변화였다. 많이 이기고 보다 많이 팬들과 호흡하면 인기를 끌어올릴 수 있음을 몸으로 보여준 사례였다.
김 감독도 언론에 기고한 칼럼에서 여러 차례 "팬들이 야구장을 찾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강한 의욕을 보인 바 있다.
실제로 김 감독의 첫 행보부터 뭔가 다른 느낌을 주고 있다. 김 감독은 감독 선임이 결정된 뒤 등번호를 정해달라는 구단측 부탁에 '38'번을 요구했다. 담당자가 "38번은 아무래도 선수들 번호라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하자 "'72'번도 괜찮다"는 뜻을 전했다.
그러더니 묻지도 않은 이유까지 밝혔다. "38번은 광땡 아닌가. 또 내가 충암고 감독시절 우승했을때 번호기도 하다. 72번은 가보(섯다에서 가장 높은 끗수)라서 그렇다. 팬들이 등번호 보면서 한번이라도 웃을 수 있으면 좋겠다."
김 감독은 국내무대서 마지막 감독을 했던 지난 2002년 LG 감독 시절 76번을 달았다. 당시엔 큰 뜻 없이 남는 번호여서 선택했었다.
SK 구단 관계자는 "작은 일이었지만 감독님으로부터 무척 편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받았다. 주위의 편견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실 거란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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