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경제 연예 스포츠 라이프& 피플 포토·영상 스페셜&기획 최신


엔터경제 연예 스포츠
라이프& 피플 포토·영상
스페셜&기획 조이뉴스TV

[조수진의 패션 잉글리쉬] 버버리인 줄 알았던 트렌치코트, 마이로 불렀던 재킷

본문 글자 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한국에서는 '버버리'가 옷 이름으로 통하지만, 영어권에서는 상표명이다. 외국인 친구에게 "I’m wearing a Burberry(버버리 옷을 입고 있어요)"라고 말하면 상표를 자랑하는 말처럼 들릴 수 있다. 정작 입고 있는 코트가 다른 브랜드라면 말하려던 옷의 명칭은 trench coat(트렌치코트)다.

그룹 아일릿(ILLIT) 윤아가 26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아일릿 미니 5집 '브레이크 이븐(BREAK EVEN)' 미디어 쇼케이스에 참석해 타이틀곡 '체포하겠어'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그룹 아일릿(ILLIT) 윤아가 26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아일릿 미니 5집 '브레이크 이븐(BREAK EVEN)' 미디어 쇼케이스에 참석해 타이틀곡 '체포하겠어'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1879년 토머스 버버리(Thomas Burberry)는 비에 강하고 가벼운 gabardine(개버딘) 원단을 개발했고, 이후 제1차 세계대전의 trench(참호) 속 영국 장교들을 위해 이 코트를 만들었다. 지금은 멋을 내는 장식처럼 보이는 부분들도 당시에는 저마다 맡은 일이 있었다. 어깨의 epaulette(에폴렛·견장)은 계급장을 달거나 장갑을 끼워 두는 자리였고, 허리띠의 D링에는 수통과 지도 가방을 걸었다. 가슴의 덧단 역시 총을 쏠 때 개머리판이 닿는 자리여서 gun flap(건 플랩·총 덧단)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쌀쌀한 가을, 트렌치코트와 함께 옷장에서 꺼내 드는 옷이 재킷이다. 그런데 이때 “마이 하나 걸쳐야겠다”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온다면, 옷보다 나이를 먼저 꺼내 보인 셈일지도 모른다. 요즘 세대에게는 재킷이 익숙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마이'가 입에도 몸에도 더 편하다. 그렇다면 옷 한 벌에 세대까지 슬쩍 드러내는 이 말은 어디에서 왔을까.

일본어 가타마에(片前)는 앞여밈이 한 겹인 싱글 재킷을, 료마에(両前)는 두 겹인 더블 재킷을 가리킨다. 양복점에서 이 말들이 '가다마이' '료마이'로 굴러다니다가 앞부분은 떨어져 나가고 '마이'만 남았다. 영어로는 각각 single-breasted(싱글 브레스티드·홑여밈의), double-breasted(더블 브레스티드·겹여밈의)라고 한다. 일본은 앞(前)을 보았고 영국은 breast(가슴)를 보았지만, 가리키는 차이는 같다. 단추가 한 줄이냐 두 줄이냐 하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우리가 무심코 쓰는 '마이'라는 짧은 말 속에도 재킷 앞섶의 단추 한 줄이 숨어 있는 셈이다.

이처럼 옷 이름을 하나씩 들추다 보면, 그 안에서는 사람과 전쟁의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Cardigan(카디건)은 1854년 크림전쟁에서 경기병 돌격을 지휘한 카디건 백작의 이름에서 왔다. 추운 전장에서는 머리 위로 뒤집어쓰지 않고 앞을 열어 입을 수 있는 니트가 필요했던 것이다.

같은 전쟁의 총사령관이었던 래글런 경도 옷에 자신의 이름을 남겼다. 워털루에서 오른팔을 잃은 그를 위해 어깨선 없이 목까지 통째로 이어지는 소매를 재단했는데, 이것이 raglan sleeve(래글런 슬리브·목둘레에서 겨드랑이로 이어지는 소매)다. 한 전쟁이 오늘날까지 입는 옷의 이름을 두 개나 남긴 셈이다. 여기에 Wellington boots(웰링턴 부츠)는 웰링턴 공작에게서, blazer(블레이저)는 케임브리지 조정 선수들이 입던 blazing(불타는 듯한) 빨간 재킷에서 이름을 얻었으니, 옷장은 생각보다 많은 인물과 풍경을 품고 있다.

잠바는 jumper(점퍼), 와이셔츠는 white shirt(화이트 셔트·흰 셔츠), 츄리닝은 training wear(트레이닝 웨어·운동복)가 일본을 거쳐 우리 입에 익숙한 소리로 자리 잡은 말이다. 그런데 재미있게도 영국에서 jumper(점퍼)는 우리가 생각하는 점퍼가 아니라 니트 스웨터를 뜻한다. 그러니 한국에서 입던 잠바를 떠올리며 런던에서 이 말을 쓰면, 상대방의 머릿속에는 스웨터가 그려지는 것이다. 같은 말이 여행을 다녀오는 동안 서로 다른 옷을 입게 된 셈이다.

그룹 아일릿(ILLIT) 윤아가 26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아일릿 미니 5집 '브레이크 이븐(BREAK EVEN)' 미디어 쇼케이스에 참석해 타이틀곡 '체포하겠어'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배우 김지원이 2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송은에서 열린 불가리(BVLGARI) 비제로원 전시 개최 포토월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옷의 이름이 국경을 넘으며 달라지는 동안, 쓰임도 시대에 맞춰 변해 왔다. 버버리는 이번 가을·겨울 컬렉션에서 실크와 faille(파이유) 소재의 트렌치코트를 밤 외출복으로 선보였다. 참호의 비바람을 막던 옷이 백 년 뒤 런던의 밤거리를 빛내게 된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줄리엣은 "What’s in a name?(이름이 뭐가 중요한가요?)"이라고 물었다. 이름이 사랑하는 사람의 본질을 바꾸지는 못한다는 뜻이었다. 버버리라 부르든 트렌치코트라 부르든 옷 자체는 같다는 점에서 옷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 이름의 유래를 알면, 무심코 걸치던 옷에서 전쟁터의 필요와 오래된 양복점의 풍경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니 영어로 trench coat(트렌치코트), jacket(재킷)이라는 표현을 익힐 때, 우리가 왜 버버리와 마이라고 불러 왔는지도 함께 기억해 두자. 정확한 이름은 뜻을 전하고, 그 이름에 담긴 사연은 대화를 이어 준다. 이름을 몰라도 옷은 입을 수 있지만, 이름을 알고 나면, 그 옷에 담긴 시간까지 입게 된다.

그룹 아일릿(ILLIT) 윤아가 26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열린 아일릿 미니 5집 '브레이크 이븐(BREAK EVEN)' 미디어 쇼케이스에 참석해 타이틀곡 '체포하겠어'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조수진영어연구소' 조수진 소장 [사진=조수진영어연구소]

◇ 조수진 소장은 베스트셀러 '패션 X English'의 저자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영어교육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특히 패션과 영어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로 영어 교육계에 적지 않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UPENN) 교육학 석사와 스톡홀름 경제대학교(SSE) MBA 출신으로 (주)일미푸드의 대표이사와 '조수진영어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김양수 기자(liang@joynews24.com)



주요뉴스


공유하기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원하는 곳에 붙여넣기 해주세요.
alert

댓글 쓰기 제목 [조수진의 패션 잉글리쉬] 버버리인 줄 알았던 트렌치코트, 마이로 불렀던 재킷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댓글 바로가기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