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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리에 빛을 담아 우리 삶의 새로운 표정을 찾아내는 장채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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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의 형태를 넘어 빛과 공간, 그리고 관람자의 경험으로 확장하다.

[조이뉴스24 박상욱 기자] 처음에는 가장 싫었던 재료였다. 쉽게 깨지고, 온도와 시간에 매우 예민했다. 원하는 형태를 만들기까지 예상치 못한 일이 계속해서 반복되었다. 유리 작가 장채린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재료를 자신의 작업 재료로 선택했다. 실패 끝에 얻는 성취감과 빛을 만날 때마다 달라지는 색과 형태가 그녀를 사로잡았다. 한때 작업을 그만두고 일에만 집중할까 고민했지만, 유리를 놓기는 어려웠다.

“정말 너무 좋았고 계속하고 싶었습니다.”

장채린 작가 [사진=장채린]

인터뷰에서 꺼낸 이 짧은 말에는 작업을 계속하는 이유가 담겨 있다. 작가 장채린에게 유리는 다루기 어려운 재료이면서도, 여전히 더 깊이 탐구하고 싶은 대상이다. 그녀가 만드는 것은 유리의 형태이지만, 진정으로 탐구하는 것은 그 형태가 빛과 만나 변화하는 순간이다.

손으로 만드는 일에 대한 관심은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었다. 부모님과 함께 도자기 공방에서 물레를 경험한 것이 계기였다. 대학에서 공예를 전공할 때도 도자를 배우고 싶었지만, 금속과 유리, 도자를 두루 접하면서 마음이 움직였다. 가장 큰 부담을 주던 유리 작업을 마쳤을 때는 가장 큰 성취감을 느꼈다. 그는 대학원에서 유리를 전공하며 그 가능성을 더욱 탐구했다. 처음의 어려움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유리는 경험을 쌓아도 새로운 변수를 만나는 재료다. 온도를 맞추고 시간을 조절해도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오곤 한다. 달라진 점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작가의 태도이다.

“지금은 오히려 처음에 어렵게 느꼈던 그 예측할 수 없는 변화와 불확실성이 제 작업의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작품 '광명(光明)3' [사진=장채린]

장채린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유리를 통제하는 것보다 조화를 찾아 조율하는 과정에 가깝다고 설명한다. 원하는 방향으로 형태를 만들되, 재료가 보여주는 예상치 못한 결과에도 주목한다. 빛이 들어왔을 때 나타나는 모습 역시 모두 결정할 수 없다는 점이 작업의 흥미를 더한다. 처음에는 실패의 위험으로 다가왔던 불확실성이 이제는 새로운 이미지를 발견하는 기회가 되었다.

그녀의 작품에서 빛이 중요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같은 유리라도 자연광과 인공조명 아래에서 다르게 보이며, 관람자의 위치에 따라 색과 이미지가 달라진다. 빛은 완성된 작품을 비추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의 모습을 끊임없이 변화시킨다.

“저는 빛을 작품을 완성하는 또 하나의 재료라고 생각합니다.”

초기작 〈광명〉에서는 빛을 통해 이전에 보이지 않던 것이 드러나는 현상에 주목했다. 투명하거나 무채색으로 보이던 유리가 뜻밖의 색을 드러내는 순간에 관심을 기울였다.

장채린 작가의 작업사진 [사진=장채린]

〈변화의 향연〉에서는 다면체의 구조를 복잡하게 구성하고, 면의 방향과 각도에 변화를 주어 그 변화를 확장했다. 비대칭적인 형태 또한 이를 위한 선택이다. 서로 다른 면에서 반사와 굴절이 겹치도록 설계하여 빛의 경로를 다양하게 만든다. 규칙적으로 정돈된 형태를 벗어나 관람자가 움직일 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도록 의도한 것이다. 우연을 수용하되, 그 우연이 발생할 조건을 만드는 데에는 작가의 판단과 기술이 필요하다.

〈Carnival of Light〉에서는 관심이 여러 유리 조각과 그 사이의 공간으로 확장된다. 작가 노트에서 장채린 작가는 고정된 시선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정물의 개념을 유리와 빛을 통해 재고한다. 멈춰 있는 사물도 주변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매 순간 다른 표정을 지닐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변화하는 모습 중 어느 것이 작품의 진정한 모습일까?

“어느 한 장면이 작품의 진짜 모습이라기보다, 그 모든 변화가 작품의 진짜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생각은 우리가 대상을 바라보는 태도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한 번 본 모습만으로 대상을 모두 안다고 할 수 있는가? 투명하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이 있는 그대로 드러난다고 믿어도 되는가? 장채린 작가는 유리의 반사와 굴절을 통해 지금 보이는 모습이 전부가 아닐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작품 '변화의 향연' [사진=장채린]

작업은 작가 자신의 시선도 바꾸었다. 예전에는 사물의 형태를 먼저 바라보았다면, 이제는 그 형태를 둘러싼 환경과 부수적이라고 여겼던 요소들을 더 세심하게 살핀다. 물이나 거울에 빛이 반사되어 색이 나타나는 순간, 시간에 따라 같은 공간의 인상이 달라지는 현상들이 작업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탐구를 지속하는 데는 현실적인 노력이 따른다.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 데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수개월이 걸리기도 한다.

그는 현재 갤러리 업무와 작가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개인 작업실을 따로 두지 못해 공간을 빌리거나 졸업한 학교의 시설을 이용한다. 일과 창작에 시간을 나누고 작업 장소를 옮겨 다니면서도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긴 호흡을 유지한다. 그에게 가장 아쉬운 점은 한 작업에 오래 집중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작업을 이어가는 이유는 분명하다. 빛과 유리로 해보고 싶은 일이 아직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 관람객이 공간 안을 직접 걸으며 빛과 유리의 변화를 몸으로 경험하는 설치 작업으로 나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하나의 물체를 만드는 데서 시작한 관심이 공간 전체의 경험으로 확장되고 있다. ‘유리공예 작가’라는 이름에 대해서도 재료나 쓰임만으로 작업의 범위가 한정되지 않기를 바란다.

“유리를 사용한다는 이유만으로 하나의 범주에 한정되기보다는, 결국 어떤 생각과 이야기를 작품으로 보여주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작품 'Carnival of Light 2' [사진=장채린]

기술은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한 토대이다. 장채린 작가는 충분한 숙련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도, 기술 자체가 작품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어떤 기법을 사용했는지뿐만 아니라, 그 기법으로 관람객에게 어떤 경험을 선사할 것인지를 고민한다. 관람객에게 바라는 것도 거창한 해석이 아니다. “예쁘다”는 반응은 작품에 다가가는 좋은 출발점이다. 다만 그 앞에서 조금 더 머물고 움직이며, 방금 본 모습과 지금 보이는 모습이 왜 다른지 궁금해지기를 바란다. 작가가 유리를 놓지 못하게 한 발견의 즐거움을 관람객도 함께 경험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장채린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통해 남기고 싶은 질문은 단 하나다. “내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이 이 대상의 전부일까?” 그녀의 작품은 성수아트페어에서 만나볼 수 있다.

2026 성수아트페어는 서울숲 거울연못(10월1일-11일), 언더스탠드 에비뉴 & 아트스탠드(10월1일-6일), 슈퍼패스트 서울숲 5층(10월2일-11일), 성수1가 2동 공공복합청사(10월2일-11일), 성수아뜰리에(10월2일-11일), oxxy444스튜디오(10월2일-11일)등에서 75명의 작가가 참여하여 진행 되고 있다.

/수원=박상욱 기자(sangwook@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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