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하나의 메시지, 하나의 시선으로 정의할 수 없는 다층적이고 깊은 이야기가 '가능한 사랑' 속에 펼쳐진다. 해고 노동자, 그리고 그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너무 무겁지도 또 너무 가볍지도 않다. 눈물이 고이다가도 금방 웃음이 터지는 상황의 연속이다. 그래서 더 현실 같아서 눈길이 가고 마음이 쓰이는 '가능한 사랑'이다.
21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감독 이창동)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현장에는 이창동 감독과 배우 설경구, 조인성, 조여정이 참석했다. 전도연은 연극 '벚꽃동산' 뉴욕 공연 일정으로 인해 화상으로 참여했다.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와 그의 아내 그리고 다큐멘터리 감독과 그녀의 남편, 두 부부가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만나 서로 다른 삶과 숨은 욕망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이창동 감독의 8년 만 신작으로, 제83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두 번째 권위의 상은 은사자상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이에 이창동 감독은 2002년 '오아시스'로 은사자상 감독상을 탄 이후 24년 만에 같은 영화제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에 대해 이창동 감독은 "공식적인 자리에서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진심으로 기쁘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라며 "이 영화가 처음으로 세상에 나와서 관객과 만나는 자리가 베니스영화제였다. 관객들이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여 줄까가 훨씬 더 중요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 이 영화가 쉽고 자극적인 영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영화에 가지는 질문이나 영화의 메시지를 잘 느껴주시고 있다는 것이 관객들의 표정이나 태도에서 잘 느껴져서 그게 다행이었고 기뻤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 그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냐는 질문에 답하기가 어렵다. 한두 마디로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우리의 세계를 단순하고 쉽게 이야기하기보다는 좀 여러 층위에서 사는 세계가 단순하지 않고 여러 복잡한 모습을 감추고 있는데 그걸 같이 관객과 이야기하고 싶어서 만들었다"라고 영화를 통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설명했다.
그리고 "계급 간의 갈등 같기도 하고 영화 만드는 사람의 윤리나 태도의 문제 같기도 하다"라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같기도 하지만 여러 층위를 두 부부를 통해 관객과 함께 느끼고 생각하고 질문을 나누고 싶어서 이런 영화를 만들었다"라고 덧붙였다.

또 "해고 노동자 또는 노동의 문제에 있어서 자기 삶이 파괴되고 자기 일을 잃음으로 정체성을 상실한, 마음속이 텅 빈 자아를 느낀 인물의 이야기를 직접적으로 들려주고 싶었다"라고 전한 그는 영화의 시작에 등장하는 "남의 것을 탐하지 말라"는 글에 대해 "여러 의미가 있다. 상우 부부의 삶을 부러워하는 미옥 부부의 마음도 있고, 미옥 부부를 부러워하는 예지의 마음도 있고, 직접적으로 영화 속 '호루라기'라는 사물도 될 수가 있다"라고 밝혔다.
전도연과 '밀양' 이후 다시 작업을 한 이창동 감독은 "저는 나름대로 현장에서 오케이를 안 하는 게 맞다는 생각과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웃기고 편협한 생각이지만 '세상에 오케이가 어디 있냐'는 생각이 있다"라며 "제가 답을 가지고 있고 배우에게 답을 요구해서 제가 생각하는 목표에 도달했을 때 오케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답은 제가 가지지 않았고, 배우나 상황이 만들어내고 갖고 있는 것이며 영화는 그렇게 찍어야 하는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오케이라 안하고 '너무 괜찮네'라 생각하고 넘어갔다"라고 고백했다.
하지만 '시'를 찍으면서 달라졌다고. 그는 "윤정희 선생이 너무 연로하시고 혼자서 오랜만에 끌고 가시는 걸 불안해하시고 신체적으로 힘들어하셨다. 그래서 오케이라는 소리라도 시원하게 내서 도와주려는 마음에 그때부터 오케이라고 했다"라며 "전도연, 문소리 등 현장의 위문을 와서 제가 오케이 하는 걸 보고 깜짝 놀라면서도 배신감을 느끼더라. 나보다 얼마나 잘하길래 저러냐고 생각했을 것 같다. 오케이를 해보니까 그렇게 고집할 게 아니라 생각 들어서 이후에는 시원하게 오케이를 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예전에 전도연, 설경구와 작업할 때는 저도 뭔가 해내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에 쫓기고 있을 때라 배우와 감독 사이의 긴장감이 있었다. 제가 완벽해지려고 하는 태도가 예전에는 더 강했을 수도 있다"라며 "이번에는 저도 마음을 많이 놓아서 편했고 공기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거기에는 이 네 분이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기운을 주고 굉장히 잘하려고 팀워크를 잘 만들어서 제가 굉장히 편했다. 이런 스타급의 톱배우들은 자기 태도나 작업의 기준이 뚜렷하기 때문에 부딪힐 수도 있는데 이번에는 놀라울 정도로 즐겁고 편하게 해줘서 제가 할 일이 그리 없었다"라고 좋았던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설경구는 베니스 국제영화제 상영 당시 눈물을 흘렸던 순간을 회상했다. 그는 "베니스에서 영화를 두 번째 본 거다. 베니스에서 정말 몰입해서 영화를 봤다. 미옥이 일말의 희망을 찾는 모습이 보이면서 '과연 이게 희망이 있을까?'라며 달을 보는데 마음이 막 동했다"라며 "고흥에서 촬영했던 게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더라. 그러면서 눈물이 터졌다"라고 고백했다. 그는 "베니스 갔다 와서 한국에 잠깐 있다 토론토에 갔는데 한국에 있는 동안 정말 연락을 많이 받았고 창피해서 혼났다"라며 "조인성이 같이 울어줘서 위로가 됐고, 전도연은 제가 너무 울어서 울 기회가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가능한 사랑'은 9월 23일 극장 개봉 후 11월 6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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