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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스캔들', 영화와 다른 결말 썼지만⋯지루한 전개·아쉬운 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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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예진·지창욱·나나의 발칙한 내기⋯'스캔들', 9월 18일 넷플릭스 공개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실망이다. 손예진과 지창욱이 만났는데, 이렇게 지루하고 밋밋할 수 있다니. 여기에 미스 캐스팅까지 더해지면서, 아쉬움만 가득 남는다. 23년 전 영화를 뛰어넘는 것은 고사하고, 굳이 왜 2026년에 이런 시리즈를 만들었는지 의문이 드는 '스캔들'이다.

지난 18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감독 정지우)은 조선시대 여성으로만 갇혀 살기에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여인 조씨부인(손예진)과 조선 최고의 연애꾼 조원'(지창욱)이 벌이는 발칙하고도 위험한 사랑 내기, 그리고 그 내기에 얽힌 한 여인 희연(나나)의 이야기다. 손예진과 지창욱, 나나, 한선화, 신윤하, 강찬희(SF9 찬희) 등이 출연했다.

배우 손예진과 지창욱이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배우 나나와 지창욱이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2003년 배용준, 전도연, 이미숙의 영화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로 만들어져 뜨거운 반응을 일으킨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시리즈는 1782년 발표된 고전 소설 '위험한 관계'를 원작으로 하기 때문에 영화와는 다른 지점이 많다. 금기와 윤리의 질서가 지배하던 조선을 배경으로 그 시대의 질서 아래 숨겨져 있던 인간의 욕망을 그려낸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캐릭터의 관계성과 서사 그리고 결말 역시 다르다. 모두가 파국을 맞이한, 새드 엔딩의 영화와는 달리 시리즈는 조원(지창욱)이 떠난 후 각자 상황에 맞게 삶을 이어간다.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우는 해학적인 엔딩이다.

조윤(손예진)은 어린 시절부터 조선의 여인으로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 조원은 재능과 아름다움을 겸비한 사촌누이 조윤을 동경하며 마음 깊이 품게 된다. 시대의 한계에 가로막혀 여인으로서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없었던 조윤은 유일하게 속내를 털어놓을 수 있는 조원과 서신을 주고받으며 이루지 못한 열망을 달랜다. 그러나 조윤의 혼인과 함께 두 사람의 서신도 끊어지고 만다.

세월이 흐른 뒤, 조윤은 조씨부인으로 조원과 마주하게 된다. 조씨부인은 한양 밖까지 이름난 연애꾼이 된 조원에게 소실이 될 소옥(신윤하)의 배를 부르게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한다. 하지만 조윤의 마음은 오직 조씨부인에게 향해 있다. 이에 조씨부인은 혼례를 치르기도 전에 과부가 된 좌의정댁 며느리 희연을 꺾는다면 조원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겠다는 은밀한 내기를 제안한다. 조씨부인을 품에 안겠다는 열망에 사로잡힌 조원은 이 내기에 뛰어든다. 억압과 금기의 시대 조선, 욕망이 뒤엉킨 은밀한 유혹의 내기 판이 펼쳐진다.

시작은 꽤 흥미롭다. 과거 사촌지간인 조윤과 조원이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는 순간부터 그들이 각자의 삶을 살아가다가 내기로 얽히게 되기까지의 과정이 촘촘하게 그려지면서 앞으로 그려질 둘의 관계성과 더욱 깊어질 서사를 기대케 했다. 특히 손예진과 지창욱이 마치 줄다리기를 하는 듯 팽팽한 심리전은 아슬아슬한 텐션을 안겨준다. 별다른 스킨십이나 노출 없이, 두 배우의 눈빛과 표정만으로도 긴장감과 설렘이 증폭되는 분위기가 있다.

배우 손예진과 지창욱이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배우 손예진과 나나가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는 말이 딱이다 싶게 정작 내기가 시작되자마자 재미가 훅 반감된다. 8부작으로 러닝타임이 길어지면서, 조원이 희연에게 다가가고 마음을 얻는 과정이 자연적으로 늘어났는데 그 서사가 딱히 드라마틱하지 않다. 조원은 너무 쉽게 희연에게 접근하고 노골적으로 관심을 표현하는데, 희연이 어떤 계기로 조원에게 마음을 열게 됐는지는 모호하기만 하다. 물론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 꼭 명확해하는 것은 아닐뿐더러, 서신을 통해 조금씩 감정이 쌓일 수 있다고는 하나 조원이 몰래 읽은 글에서 드러나는 희연의 진심은 뜬금없다 못해 장르가 바뀐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희연의 감정에 깊게 공감할 수 없다 보니, 그 이후 이야기가 더욱 지루해진다.

물론, "'나는 누구인가'라는 근대적인 자아를 가진 인물들이 시대가 정해놓은 금기와 역할 속에서 자신의 욕망을 어떻게 선택하는지 보여주고 싶었다"라는 정지우 감독의 설명처럼, 시대에 순응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선택하려는 인물들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 봄으로서 현시대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그러나 '스캔들'의 이런 주제 의식은 선정적이고 불필요한 장면이 지나치게 많이 나오면서 퇴색될 수밖에 없다. '굳이 이렇게까지 보여줘야 하나?'라는 의문과 함께 빈번하게 등장하는 서신의 내용은 듣고 있기 민망하다 못해 저급하기까지 하다. 좋은 것도 한두 번이지, 극 내내 들려오는 성적 욕망의 목소리는 피로감으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작품에 담긴 한국적인 미는 눈부시다. 신문물이 유입되던 시기인 조선 후기를 배경으로 화려하고 우아한 북촌이 눈앞에 펼쳐진다. 또 각 인물의 특징을 녹여낸 아름다운 한복과 조선의 아름다운 풍경 역시 볼거리다. 판소리와 민화를 활용한 것은 '스캔들'만의 차별점이다. 특히 판소리를 잘 들어보면, 인물의 상황을 유쾌하게, 해학적으로 전달하고 있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배우 손예진이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배우 손예진과 지창욱이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배우 지창욱이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손예진과 지창욱은 기대만큼의 연기로 극의 중심을 꽉 잡아준다. 그나마 두 사람이 있어서 '스캔들'을 끝까지 완주할 수 있다. 24년 만에 사극으로 돌아온 손예진은 유교적인 조선의 금기에 맞서 유혹의 내기를 제안하는 조씨부인을 자신만의 매력으로 표현했다. 영화에서 이미숙이 '요부'로 관능미를 뽐냈다면, 손예진에게선 당당하면서도 우아한 기품이 느껴진다. 조선시대 가문과 명예를 중시하는 마님의 위치를 지키면서도 여자라는 이유로 자신의 능력을 뽐낼 수 없고, 진짜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꾸릴 수 없다는 현실 앞에서 슬픔을 감내하는 인물의 내면을 충실히 담아냈다. 자아실현을 하지 못한 인간의 삐뚤어진 욕망을 섬세하게 그려내는 동시에 한 여인으로서 애처로움을 담아낸 표정, 눈빛이 일품이다.

조원 역의 지창욱은 가질 수 없는 것을 향한 욕망에 사로잡힌 집착부터 여인들은 물론 왕까지 매료시키는 자유분방함, 조씨부인을 향한 깊은 연모 등 다채로운 감정을 깊이 있게 그려냈다. 여자들의 마음을 홀리고 다니는 역할인 만큼 수위 높은 정사신과 사랑을 갈구하는 장면이 꽤 많이 등장하는데, 지창욱 특유의 댄디한 이미지 덕분에 난잡하다거나 불쾌한 인상을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언뜻언뜻 눈빛과 표정에서 드러나는 고독함이나 상실감이 더 짙은 잔상을 남긴다.

반면 희연 역의 나나는 너무나 아쉽다. 희연은 혼례를 올리기도 전 남편을 잃고 과부가 된 인물로, 정절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자기 삶조차 허락받지 못한다. 그래서 생기 없이 바싹 말라버린 얼굴에 색 하나 없는 옷을 입고 살아간다. 문제는 이런 희연과 나나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무리 분장과 의상으로 감추려 해도 나나의 큰 키와 화려한 비주얼, 분위기가 먼저 도드라져서 극에 몰입하기가 힘들다. 또 '주어진 현실에서 벗어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는 인물'이라고 표현했지만, 모든 순간 어깨를 움츠리고 숨기만 하는 수동적인 모습과 특유의 표정은 답답한 인상까지 준다.

배우 손예진과 지창욱이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배우 나나가 넷플릭스 시리즈 '스캔들'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스캔들'의 새로운 발견은 소옥 역의 신윤하와 인호 역 강찬희다. 반짝이는 젊음을 드러내는 소옥은 당돌해 보이지만 밉지 않다. 솔직한 매력 역시 사랑스럽다. 신윤하는 손예진, 지창욱 등 베테랑 선배들 사이에서도 팡팡 터지는 에너지와 빛나는 존재감을 뽐내며 기대되는 신예 탄생을 제대로 알렸다. 강찬희는 소옥에게 반해 은밀한 관계를 이어가는 인물인 인호를 통해 사랑 앞에서는 허술하고 귀여운 매력을 보여준다. 소옥의 말이라면 뭐든 들어주는 다정함으로 시청자들의 미소를 유발한다. 후반 희연의 비밀을 알아채며 사건의 키를 잡나 했지만, 오히려 조원에게 약점이 잡혀 자연스럽게 무릎을 꿇어 웃음을 유발한다. 이뿐만 아니라 결말에서 입 밖으로 꺼낼 수 없는, 또 하나의 비밀을 만들면서 마지막까지 예상을 뛰어넘는 영향력을 남긴다.

9월 18일 넷플릭스 공개. 8부작. 19세 이상 관람가.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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