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박해일이 '헤어질 결심'과 '한산' 이후 약 4년 만에 극장가에 돌아왔다. 이번엔 '덕혜옹주' 이후 허진호 감독과 10년 만 재회한 '암살자(들)'이다. 처음으로 맡게 된 기자라는 역할에 호기심이 컸다는 그는 늘 그렇듯 진중하고 열정적인 태도로 극과 캐릭터에 접근했다. 촬영이 없어도 리허설을 한다는 개념으로 촬영장에 찾아가 후배 이민호의 대사를 맞춰준다거나 중요한 촬영 전날 연습을 하고 마음을 다잡기 위해 현장을 찾는 등 누구보다 진심 다해 연기에 집중하고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를 향한 대중의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암살자(들)'에선 '박해일이 박해일 했다'는 말이 딱 맞아떨어지는 열연과 무게감으로 큰 울림을 선사한다.
오는 9월 23일 개봉되는 '암살자(들)'(감독 허진호)은 1974년 8월 15일,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영부인 저격 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이야기다. 1974년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의 거대한 미스터리를 영화적 상상력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모두가 목격했던 충격적인 사건에서 출발해, 그날에 숨겨진 진실을 집요하게 추적하는 인물들을 그린다.
![배우 박해일이 영화 '암살자(들)'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주)하이브미디어코프]](https://image.inews24.com/v1/6208c71cc48301.jpg)
유해진과 박해일, 이민호를 비롯해 박정민, 배성우, 엄지원, 박지환, 박훈, 류혜영, 장률, 최유리, 류경수, 김대명, 심은경, 박해준, 박성훈, 오정세, 신현빈, 정우성, 오달수, 엄태웅, 유연석 등이 출연해 탄탄한 연기 앙상블을 보여준다. 박해일은 '덕혜옹주'에 이어 허진호 감독과 10년 만에 재회해 또 한번 묵직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박해일은 무수한 검열과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사건의 진상을 규명해 나가는 신문사 동성일보 사회부 부장 재환 역을 맡았다. 재환은 모두가 사건을 서둘러 결론지으려 할 때, 이면에 숨겨진 모순된 정황을 파고들며, 흩어진 단서들 속에서 결정적 연결고리를 포착하는 베테랑 기자다. 예리한 통찰력과 집요한 취재를 통해 사건의 미스터리에 다가선다. 박해일은 독보적인 카리스마와 인간적인 온기, 깊이 있는 연기력으로 인물에 강한 설득력과 현실감을 부여한다. 박해일 특유의 단단한 눈빛과 목소리가 강점으로 작용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다음은 박해일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완성본을 본 소감은 어떤가?
"매번 느끼지만 그 즈음에 보는 기분은 굉장히 부끄럽다. 잘했든 못했든 전체를 못 보고 제 것만 보는 시점이라 부끄럽다."
- 기자, 그것도 사회부 부장 역할을 맡았다. 리얼하게 구현이 된 것 같은데 그런 연기를 해본 소감은 어떤가?
"신문사 공간을 받아놓고 그 시대처럼 리얼하게 만들었다. 기자들이 영화에서 많은 분량을 담당한다. 여러 부서를 통해 그런 결과물(신문)이 나오는 걸 처음 알았다. 기사가 편집국까지 가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들으며 알았다. 부장 직책의 연기를 하는 것도 배우로서 부담스럽다. 큰 사건이 나와서 작품이 되기는 하지만, 이제 제가 그런 역할을 맡을 나이가 됐다는 생각이 들더라. 후배 기자를 대하는 방식도 생각해야 하는데, 조직 안에서 사람과 사람이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가 다 다를 수 있다. 이번 작품에선 허 감독님이 다루는 태도인 걸 알게 됐다. 테이블 앞에 앉아서 취재 자료를 놓고 얘기를 한다. 그럴 때 수평적인 관계가 보인다. 아직도 선배, 부장 같은 호칭을 쓰고 유지되고 있는 것이 놀라웠다. 조직 사회에서 다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 인상적이고 좋다는 생각을 했다."
![배우 박해일이 영화 '암살자(들)'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주)하이브미디어코프]](https://image.inews24.com/v1/784263531dd20e.jpg)
- 그렇다면 기자에 대한 이해도는 상승했나?
"발톱의 때만큼이라도 그 직종에 대해 이해했다면 좋을 것 같다. "언론인의 이미지를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을 받곤 하는데, 제 식으로 답하면 제가 2000년에 데뷔했다. 1년에 한편씩 한다고 했을 때 최소 26번 기자를 만나는 경험을 했다. 그런데 내가 이 직업을 가지고 연기해 볼 생각을 하지 못했나 싶었다. 그래서 이 직업에 대한 제안을 받았을 때 '이거구나.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호기심과 잘 해보고 싶었다. 공부해 본 적도 없고 알아본 적도 없지만, 자주 봐왔던 모습이라 기자가 흥미롭고 호감 가는 존재로 기억이 되더라. 직업적으로는 굉장히 흥미로운데, 쉬운 직업은 아니더라."
- 기자에 대해 참고한 부분이 있나?
"따로 기자를 만나기보다는 감독님께서 이 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제가 1977년생이라, 제가 태어난 이후의 일이긴 하다. 아장아장 걸어 다닐 때라 굵직한 사건이 있었다 정도의 분위기를 안다. 제안받아 거슬러 올라갔을 때 알아보고 싶었고, 감독님께서도 70년대는 처음이라 이 시대가 궁금하다며 같이 알아가면서 만들어 보자고 하셨다. 그 시대의 공기를 느껴볼 수 있는 자료를 저에게 넘겨주셔서 간접 경험을 해봤다. 또 많은 배우가 나온다. 배우들이 잘 어우러지면서 잘 녹아들자는 마음이 다른 작품에 비해 유독 많이 들었다. 밸런스를 잘 맞추려고 노력했다. 흘러가는 속도감이 허진호 감독님 작품인가 싶을 정도였다. 감독님 작품 중 호흡이 가장 빠른 작품이지 않을까 싶었다. 작정하신 것 같다. 속도감을 계속 찾아가려 했고 저 또한 멈추지 않으려고 했다."
- 이민호 배우의 첫 촬영에 직접 가서 대사를 해줬다고 했다.
"저는 현장을 미리 가보는 배우이기도 하다. 그게 저에게 유리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민호 씨가 공중전화에서 전화를 거는 것이 첫 촬영이었다. 초반이었고, 전화를 거는 상대가 저다. 제가 찍을 장면이라 옆에서 대사를 쳐주면 미리 리허설을 할 수 있는 개념이었다. 민호 씨는 어떻게 연기를 준비하고 해내는지 먼저 느껴보는 것도 있었다. 신문사는 미술팀이 공들여서 만든 공간이다. 오픈 세트여서 리얼리티가 있었다. 그 공간에 미리 들어가 보기도 했다. 부장이기도 하니까 오랫동안 그 공간에서 계속 결과물을 내왔던 사람이었을 것이니 익숙함이 필요하다. 걷고 앉아보고 공간도 이해해 보고 타이핑도 쳐봤다. 대사도 해보고 상상도 해봤다. 촬영에 들어가면 정신이 없기 때문에 그런 준비가 필요해서 간 것이다."
- '자유 언론 실천 선언'은 가장 뜨거운 장면이지만, 박해일 배우의 연기가 더해져서 과하지 않고 담백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장면 촬영할 때 어떤 마음으로 준비했는지 궁금하다.
"저는 책을 받고 연기할 부분을 생각할 때 신마다 레벨을 체크해 놓는다. 이 작품 안에선 크게 네다섯 군데 정도 난도가 상급이라고 생각하는 신 중 하나였다. 신문사 안에 류혜영, 김대명, 배성우 등 정말 많은 배우가 나온다. 단역, 보조 출연자도 항상 있다. 기승전결이 다 있고 다 같이 있다 보니 배우끼리 오랜 시간부터 자연스럽게 결속된 연대감이 생기더라. 그래서 그 장면을 찍을 때 한두 마디도 필요 없이 끈끈한 연대감이 명확하게 들었다. 선언문을 외칠 때 그들의 온도가 저보다 더 뜨거운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우당탕 상황도 벌어지고, 어떨 때는 뜨겁기도 하지만 어떨 땐 냉정하게 던질 필요가 있지 않나 싶었다. 특히 허진호 감독님이 가진 기질이 그런 상황에서도 다른 태도를 유지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렇게 연기할 수 있었던 건 허진호 감독님의 기질로 나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배우 박해일이 영화 '암살자(들)'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주)하이브미디어코프]](https://image.inews24.com/v1/87fbc1c2b15a7c.jpg)
- 이와 함께 최종 수사 결과 발표 장면 역시 기자로서의 투철한 사명감이 명확하게 도드라진 명장면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장면 역시 어떻게 촬영했나?
"이 장면이 레벨 2다. 그것도 미리 전날 밤에 가서 연습을 많이 했다. 기자들이 있는데 치고 들어가야 하고 추궁할 정도까지 가야 하는 센 장면이라 부담감이 컸다. 대사도 많고 테이크도 많이 갔는데 감독님께서 끝까지 지켜봐 주셨다. 그래서 용기 내서 했던 장면이다. 그 온도가 더 뜨거웠다. 그래서 무섭고 공포스러운 신이기도 했다. 기자로서 물어볼 질문을 했을 뿐인데, 이 영화가 가진 결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60~70% 찍을 때였는데, 그 신을 터트리면서 재환의 톤을 잡았다고 수 있다. '괴물' 같은 경우엔 크랭크인 때 합동 분향소를 제일 처음 찍었다. 센 것부터 하느냐, 아니면 한 걸음 차곡차곡 쌓아 올리느냐의 차이가 있다. 이번엔 중반부 이상이 되긴 했지만, 앞으로 펼쳐질 것을 잡게 되는 계기였다."
- 재환은 전사, 가족이 나오지 않고 오로지 직업적인 부분만 드러나는 인물이다. 어떻게 인물을 잡아갔나?
"저는 다양한 역할과 감정을 전해야 해서 기준점을 두지 않고 유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감독님과 재환의 과거엔 뭐가 있는지, 결혼은 있는지 얘기를 나누면서 빌드업을 위해 쉬운 것부터 찾아갔다. 하지만 감독님은 이 정도만 보여주면 좋겠다고 하셨다. 사건에 집중했으면 좋겠다는 말일 것이다. 대신 신문사 팀원을 가족처럼 대하며 다가갔으면 좋겠다는 콘셉트를 잡았고 감독님도 동의해 주셨다. 중견 기자면 경험치가 풍부할 것이고, 앞뒤 문맥을 잘 파악할 줄 알아서 영일에게 과감하게 취재도 해보고 써보라고 던져줬을 것 같다. 그것도 재환이 가진 기질이다. 티는 안 나지만 계산을 많이 하는 인물이다. 수가 있어야 후반부에 가서 배후의 결정적인 인물을 취재하러 가는 인물이지 않을까. 할 때는 몰랐는데 전체를 다 보니 감독님이 작은 것 하나하나 심어놓은 것 같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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