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선과 악의 경계가 불분명해서 모두가 이해되기도 하고, 반대로 모든 것이 이해되지 않는 '들쥐'다. 도대체 들쥐는 누구이며, 그는 왜 이런 일을 벌였는지 궁금증을 따라가다 보면, 극이 가진 묵직한 메시지에 나를 돌아보게 되는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질투와 열등감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잔혹한 결과를 만드는가를 깨닫게 되는 동시에, 내가 나라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나라는 사람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김홍선 감독 역시 초반의 의심을 잊고, 10부까지 다 보게 된다면 충분히 '이럴 수 있다'라고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8일 전 세계에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들쥐'(감독 김홍선)는 의문의 존재 '들쥐'에게 이름, 얼굴, 인생을 송두리째 빼앗긴 소설가 문재(류준열)와 잃어버린 돈을 회수하려는 사채업자 노자(설경구), 그리고 형사 순용(이규형)이 들쥐의 정체를 쫓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추적 스릴러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며, '보이스', '손 더 게스트', '탄금' 등의 김홍선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김홍선 감독이 넷플릭스 시리즈 '들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fef90e19e0d9ff.jpg)
'쥐가 손톱을 먹으면 사람이 된다'라는 설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들쥐'는 '내 삶을 누군가가 통째로 훔쳐 간다면?'이라는 설정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문재의 삶을 빼앗은 그가 과연 누구인지, 왜 문재에게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인지에 대한 의문과 호기심이 회를 거듭할수록 증폭되고, 조금씩 문재와 '들쥐' 사이에 존재하는 비밀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내가 지금까지 믿었던 '진실'이 반전과 함께 뒤집어지는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진짜라고 믿었지만 사실은 가짜였고, 가짜였지만 진짜가 되어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전개 속 도대체 이 이야기의 결말은 어떻게 되는 건지 궁금해져 10회까지 정주행하게 된다. 다만 후반으로 갈수록 더욱 헷갈리는 전개와 다소 허술한 개연성 등은 아쉬움을 자아낸다. 또 결말에 대해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류준열은 제문재 역을 맡아 1인 2역에 도전했으며, 설경구는 노자 역을, 이규형은 순용 역을 맡아 극을 탄탄하게 이끈다. 또 박윤호, 무진성, 김성오, 현봉식 등이 출연해 묵직한 연기 앙상블을 완성했다. 다음은 김홍선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류준열 배우가 1인 2역을 맡았는데, 어떤 점이 좋아서 그를 캐스팅했나?
"'올빼미'가 가장 컸다. 영화를 봤고 이 배우가 이런 걸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류준열 배우와 여러 고민을 많이 하면서 만들어갔다."
![김홍선 감독이 넷플릭스 시리즈 '들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4e2c287fbbfa5b.jpg)
- 류준열 배우가 아이디어를 굉장히 많이 냈다고 하던데, 어떤 점이 그랬나?
"준비를 정말 많이 해왔다. 본인 성향상 다른 작품도 그럴 거라고 본다. 1인 2역도 해야 하고 본인도 '이게 맞나' 하는 생각에 준비를 많이 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서로 "이건 어때?"라고 하면서 여러가지 케이스를 놓고 얘기를 많이 했고, 좋은 것을 찾아갔다. 답을 내려놓고 갔던 것이 아니라 하면서 계속 찾아갔다. 제시해 주면 좋은 점을 찾곤 했는데, 저에게 도움이 많이 됐다. 외모나 목소리 톤을 잡은 건 류준열 배우의 노력이 컸다. 시도를 많이 했는데 최종적으로는 "네 생각이 맞는 것 같아"라고 했다."
- 박윤호 배우가 연기한 서유민 캐릭터 역시 흥미로운데, 이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는 무엇인가?
"류준열 배우를 먼저 캐스팅하고 난 후 제문재를 똑같이 따라가야 하는 친구가 필요했다. 오디션을 봤는데, 사실 외형, 생김새가 좀 더 비슷한 배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 친구가 연기하는 것이 서유민에 더 맞겠다고 생각했다. 외형이 너무 다르면 안 되긴 하지만, 서유민을 이 친구가 연기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다."
- 문재와 들쥐의 가장 큰 차별점은 목소리인 것 같은데, 평소와 다른 하이톤이다. 두 배우가 이 톤을 어떻게 잡아갔는지 궁금하다.
"둘의 목소리를 7대3, 6대4, 5대5 등등 섞어 보기도 하고 반대로 해보기도 했다. 그러다 최종적으로 류준열 혼자 만드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톤을 바꿔서 했고, 그 뒤에 박윤호 배우에게 들어보라고 한 후에 따라가게 만들었다. 자세히 보면 목소리뿐만 아니라 문재와 들쥐는 귀의 모양도 다르다."
- 문재가 공황장애를 앓고 있다는 것을 연출적으로 표현해야 했는데, 그렇게 설정한 이유는?
"저는 공황이랑은 상관이 없는 사람이다. 주변에 겪어본 사람들에게 느낌이 어떤지 물어보고 그들이 말하는 걸 종합했다. 꽉 갇혀있는 느낌이 들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하더라. 그래서 물을 이용했다. 물에 빠지면서 공포감을 느낀다거나 그 사람 자체는 가만있는데 주변이 모이는 것을 표현하려고 했다."
![김홍선 감독이 넷플릭스 시리즈 '들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f098ae07cc75db.jpg)
- 진짜 들쥐는 누구라고 생각하나?
"제가 생각하는 진짜 들쥐는 류준열이 연기한 제문재다. 사실 선과 악은 정해져 있지 않다. 다 빌런이고 이유가 있다. 하지만 서사만으로 용서하자는 마음도 없었다. 결과적으로 다들 응징받아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마음으로 연출했다."
- 소설을 통해 자신이 저지른 일이 세상에 드러나고 승규(김성오 분)가 찾아오는 것에서 극이 끝난다. 하지만 통쾌함이 있는 엔딩도 아니라, 열린 결말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결말의 의도는 무엇인가?
"문재는 들쥐의 삶을 살기로 하고 그 안으로 들어갔고 소설은 출간됐다. 자신의 악행이 드러나는 상황이 됐고 모든 사람이 안다. 저는 응징이라고 생각하고 만들었지만, 보시는 분들에겐 상상에 맡기자는 마음이었다. 물론 응징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거다. 생각할 수 있는 공간이길 바랐고, 커튼을 닫으면서 끝내자고 했다. 그 안에서 소리가 난다는 식으로 시도할 수도 있지만, 모든 것은 시청자들이 생각하셨으면 해서 그런 결론을 내렸다. 이것도 고민이 많았다."
- 배에서 제문재와 들쥐가 마지막 대결을 하는 장면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떻게 촬영했나?
"찍고 다시 옷 갈아입고 찍고, 또 바꿔서 찍고를 반복했다. 류준열 배우가 그걸 재미있게, 집중해서 촬영했다. 저는 그 장면이 하이라이트라고 생각한다. 비하인드가 하나 있는데, 그 장면을 편집해 놓고 음악을 깔았다. '스탠바이미'였는데, 저작권 허가를 못 받았다. 그 노래가 들어간다면 완벽할 수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너무 아쉽다. 어쩔 수 없이 다른 음악을 사용했는데, 두 사람의 관계성이 농축된 장면이라 더 아쉬웠다. 너무 좋아하는 장면이라 개인적으로 보관하려고 한다."
- 과거와 현재가 왔다 갔다 하고 구분이 잘 안 가서 헷갈린다는 반응도 있다.
"사실 두 가지 버전이 있었다. 시간대대로 가는 것이 있고, 다시 과거를 보여주는 버전 두 가지였는데 저는 혼재되어 보이길 바랐다. 헷갈릴 수 있다고도 생각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이걸로 최종 결정했다. 손해가 있더라도 이게 맞다고 생각했다."
![김홍선 감독이 넷플릭스 시리즈 '들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b9f42674414d16.jpg)
![김홍선 감독이 넷플릭스 시리즈 '들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f7ffbc936fd142.jpg)
- 현봉식 배우 역시 극에서 진한 인상을 남겼다.
"현봉식 배우가 연기한 캐릭터가 아주 재미있다. 여담으로 저는 현봉식 배우를 "봉식씨"라고 부른다. 저보다 훨씬 어린데 이상하게 범접할 수 없는 것이 있다."
- 김성오 배우가 연기한 승규는 독특한 지점이 있었다. 마지막 대결할 때 그의 집 미장센부터 독특했는데, 노자에 대한 마음이 어떤 것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산 채로 묻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증오하는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애틋함이 보이기도 했다. 살려주기까지 하지 않나. 그런 캐릭터라 연기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기도 했는데, 김성오 배우와는 어땠나?
“저 사람처럼 되고 싶은 존경의 마음이 있었고, 지금은 애증으로 표현이 되는 것 같다. 김성오 배우와는 여러 작품을 같이 했다. 할 때마다 자기 역할을 120% 다 잘해주는 배우라 이번에도 편하게 맡겼다. 독특한 캐릭터다. 원한을 가진 건지 미워하는지 모르겠고 들러붙어서 끝까지 쫓아간다. 자기 나름의 인생을 사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마지막에 문재를 찾아오지 않나.”
- 사실 첫 설정부터 '이게 말이 되나?' 싶은 지점이 있었다. 사람들을 피해 은둔 생활을 하던 사람이 단 한 명의 친구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다 맡긴다는 것부터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떻게 이렇게 의심 한 번 안 할 수가 있나 싶기도 하고. 게다가 10회까지 다 봐야지만 모든 것이 이해되고 퍼즐이 맞춰지는 구조이지 않나. 요즘 드라마는 1, 2회에서 판가름이 난다고 하는데, 그런 지점에서 걱정이 되거나 하지는 않았나?
"맞다. 요즘은 1, 2부에 결판이 나는데 이 드라마는 다 봐야 이해가 되는 이야기다. 그래서 넷플릭스 기대작은 아니었다. 1부만 봐서는 솔직히 말이 안 된다. 저도 '그럴 수 있나? 이렇게까지 될 수 있나?' 질문을 해봤다. 그런데 없다고 말하기도 힘들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럴 수 있겠다고 이해되는 지점은 결국 작품 속에 있더라."
- 제목만 말해도 모두가 인정하는 스릴러 장르물을 많이 만든 감독님이라 '장르물의 대가'라고 불리기도 하고, 신작이 나온다고 하면 기대를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혹시 부담이 되기도 하나?
"당연히 부담이 되고, 실제로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닌 것 같다. 재미있고 좋은 작품이 많다. 모든 사람이 자기 작품을 잘 만들고 있다. 그래서 저는 그런 말을 들을 정도는 아니다. 그저 홍보하기 위해 채널에서 만들어낸 말이라고 생각한다."
![김홍선 감독이 넷플릭스 시리즈 '들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3b1efb3ded0a44.jpg)
- 혹시 다른 장르에 도전하고 싶은 생각도 있나?
"돌고 돌아서 이 장르로 오는 것 같다. 시도를 안 해본 것은 아니다. 예전에 작가 협회 인터뷰를 할 때 "멜로 하고 싶다. 대본 좀 보내달라"라고 한 적이 있다. 그래서 대본이 쌓였었다. 열어서 읽어봤는데 나중에 방송이 된 작품도 있었다. 다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그런데 그중에 끝까지 안 열었던 작품이 있다. 그게 '손'이다. 제목만 봐도 장르여서 열기가 싫었다. 그렇게 계속 멜로를 보다가 결국엔 '손'을 하게 됐다. 그게 ‘손 더 게스트’다. 늘 이런 식이다. 제 성향이 그런 것 같다."
- '손 더 게스트' 얘기가 나와서 궁금해졌는데, '손 더 게스트' 영화화가 된다고 했었지 않나? 그 이후에 제작이 되지 않았는데 제작 가능성이 있는지 궁금하다.
"저에게 그런 얘기 하지 말아달라.(웃음) 그건 CJ에 얘기해야 할 문제인 것 같다. 사실 영화 시장 잘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드라마도 힘들지만, 영화 시장이 너무 힘들다. 활성화가 되었으면 한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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