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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人] '경주기행' 감독 "이렇게 망가져도 되나 했던 변요한, 오히려 신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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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미조 감독, '경주기행'으로 첫 상업 영화 연출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웃음과 눈물이 공존하는 영화 '경주기행'은 김미조 감독의 첫 상업 영화다. 이미 '갈매기'로 연출력을 입증 받은 그는 '경주기행'에 자신의 경험과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녹여내 '수작'의 탄생을 알렸다. 이정은, 공효진, 박소담, 이연에 변요한까지. 세대를 초월해 '믿고 보는 배우'들만 모아놓은 '경주기행'이라, 연기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오는 8월 26일 개봉되는 '경주기행'(감독 김미조)은 수학여행에서 돌아오지 못한 막내딸 경주(황현정 분)를 위해, 8년의 기다림 끝에 '죽이는' 여행을 떠난 네 모녀의 가족 복수극이다. 이정은과 공효진, 박소담, 이연, 변요한 등이 출연했다.

김미조 감독이 영화 '경주기행'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김미조 감독이 영화 '경주기행'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엄마 옥실(이정은 분)과 세 딸 장주(공효진 분), 영주(박소담 분), 동주(이연 분)는 막내 경주의 생일을 맞아 경주로 향한다. 수학여행을 떠난 막내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지 8년이 흐른 지금, 가해자의 출소 소식과 함께 경주로 떠난다. 봉고차 트렁크에는 이들이 그토록 기다려온 한 남자가 실려 있다. 이 남자를 죽이기 위한 복수 여행을 떠난 이들은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맞닥뜨리고, 같은 마음이라고 굳게 믿었던 네 모녀의 서로 다른 생각과 감정이 충돌하기 시작한다.

'경주기행'은 깊은 상실과 분노를 바탕에 두고 있지만, 기존의 복수극과는 달리 아주 평범하다 못해 벌레 한 마리도 못 잡아서 난리를 치는 네 모녀가 복수를 감행하는 과정을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그려냈다. 일촉즉발의 위기 속 현실감 넘치는 대화는 웃음과 공감을 자아내는 한편, 이토록 평범한 가족이기에 더욱 절실하고 뭉클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연출을 맡은 김미조 감독은 장편 데뷔작 '갈매기'로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대상, 제68회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특별 언급을 비롯해 국내외 유수 영화제의 주목을 받으며 탄탄한 연출력을 인정 받았다. 우리 사회를 향한 예리한 시선과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로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온 김미조 감독은 이번 '경주기행'을 통해 스릴러와 블랙 코미디, 가족 드라마의 요소를 아우르며 또 하나의 수작을 탄생키셨다. 다음은 김미조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상업 영화로는 처음인데 어떤 마음으로 작품에 임했나?

"지금까지 제가 궁금하고 제가 하고픈 이야기했다. 근본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상업 자본이 들어간 작품이라 보시는 관객들을 생각해야 한다. 내가 느끼는 것을 관객들도 똑같이 느낄 수 있고 애정을 가질 수 있게 하고 싶었다. 사적 제재가 민감하기에 보시는 분들이 "저렇게까지 해?"라는 감정보다는 "나라도 할 수 있겠다"라는 감정을 가지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 극에 나오는 선택과 갈등을 공감할 수 있게 설계하는 것이 중요했다. 장르적인 긴장감도 살려야 해서 의식하면서 만들게 되더라. '경주기행'을 만들 때 세 가지 목표가 있었다. 같이 한 배우, 스태프들이 창피하지 않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 첫 번째고, 두 번째는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것, 세 번째는 이 작품을 계기로 다음 작품의 좋은 발판이 되는 것이다. 이 세 가지 목표를 생각하면서 만들었다."

김미조 감독이 영화 '경주기행'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김미조 감독이 영화 '경주기행'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굉장히 비극적인 내용을 다룸에도 코믹함이 묻어있다. 이렇게 설정한 이유가 있나?

"영화는 제 인생과 맞닿아 있다. 부모님, 특히 아버지가 굉장히 유머러스하다. 제가 수능을 4번 봤는데 딱하게 보기보다는 웃음으로 넘기신다. 제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유산이 그거다. 가족들이 아무리 심각해도 많이 웃는다. 좋게 넘기려 한다. 심각해도 웃으려 한다. 저라는 사람이 사안을 그렇게 바라본다. 제가 쓴 것이라 저의 특성이 많이 반영이 됐다.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할 때 심각하게 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무렇지 않게, 부담 없이 말하기도 한다. "내 이야기 좀 들어볼래?"라고 가볍게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비극적이니까 비극적으로 보라는 것이 아니라 "사랑스러운 가족 사이에 이런 일이 있었다"라며 마음을 놓고 시작해야 응원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 시사회 이후 반응을 봤을 텐데, 현재 어떤 마음인가?

"걱정하고 긴장을 많이 해서 잠을 한숨도 못 자고 갔다. 블라인드 내부 시사를 많이 해서 반응은 알고 있었다. 이 작품을 만들 때 느낀 감정, 진심을 느끼면 좋겠는데 "비극적인 것을 블랙코미디로 왜 틀었어?"라며 싫어하는 분들도 있지 않나 걱정도 컸다. 긴장했는데 좋게 봐주신 분들이 있어서, 한숨 놓인 느낌이 들었다. 다행이다."

- 앞서 해외 영화제에서 호평을 얻었다. 그렇게 호평을 얻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저를 면대면으로 보고 호평을 해준 것이 아니라 좋은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상영했을 때는 어떻게 보실까 싶어서 늘 긴장을 많이 한다. 좋은 이야기를 해주시면 다행이다.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은 건 결국 가족 이야기라 그런 것 같다. 만국 공통으로 가족 이야기는 애정과 복잡한 감정으로 쌓여있다."

- 경주에 수학여행을 가서 벌어진 사건 때문에 이야기가 시작되기에 세월호를 떠올릴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 것을 인지하기도 했는지, 어떻게 기획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저에게서 출발한다. 영화가 저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세상을 봐온 시선, 비극적인 사건을 보고 나서의 감정이 담기는 것 같다. 비극적인 일이 왜 이렇게 일어나고, 어떻게 되는 건지가 늘 궁금했다. 그 궁금증이 자꾸 이야기 안에 잠겨있다. 다음이 궁금해서 그분들의 이야기나 사건을 계속 담는 것 같다. 세월호도 충분히 떠올릴 수 있다. 이야기를 처음 시작하게 된 건 경주로 가족 여행을 갔었다. 파란색 우비를 입고 걷는 가족을 보면서 기이하다고 생각했다. 경주라고 했을 때 밝고 예쁜 것만 생각했는데 경주엔 비가 많이 온다. 낮에는 화창했다가 저녁에는 비가 오는 것이 들쑥날쑥했다. 경주가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비극적인 일이 일어나고 해결하기 위해 가족들이 오는 이야기를 하면 어떨까 생각했다. 또 경주가 대표적인 수학여행지라 그것을 얹었다."

배우 박소담, 공효진, 이정은, 이연이 영화 '경주기행'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전작인 '갈매기'나 '오프사이드'도 중년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번 옥실도 그러한데, 중년 여성을 그린 이유가 있나?

"저는 해낼 수 없던 인물이 그것을 해낼 때 쾌감을 느끼고 궁금하다. 훈련이 되어 있는 사람이 복수를 하는 것보다 절대 할 수 없는 사람이 그 일을 할 때 이 사람의 원동력이 궁금했다. '갈매기'도 가족 시스템 안 중년 여성이 사회적 위치를 뚫고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옥실은 페널티가 많다. 중년 여성이라 힘을 못 쓰고 트라우마와 딸이 있다. 그 인물이 가슴 속 불덩이를 끄기 위해 어떻게 할지 궁금하고 보고 싶었다. 끝까지 가서 불덩이를 끄고 평온까지는 모르겠지만, 진짜 이별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오프사이더'는 '경주기행' 투자를 받으려던 상황에 답답해서 썼다. 그 당시 옥실이 제 관심사라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 이정은, 공효진, 박소담, 이연 네 배우를 네 모녀로 구성한 이유도 궁금하다.

"제가 이 영화를 2014년에 구상하며 시작했다. 제가 장편영화를 찍으면 반드시 복수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때다. 초고를 썼을 때부터 정은 선배가 주인공이었다. 감정적 울림을 동경했다. '빨래'도 그렇고, 제가 그리는 엄마가 정은 선배와 가까워서 초고를 쓸 때부터 같이 하고 싶었다. '갈매기'를 찍고 '오마주' 스크립터를 하게 됐다. 카메라 가까이서 보면서 확신했다. 감독님보다 제가 더 몰입해서 정은 선배 연기에 울고 있었다. 그때부터 '반드시 기필코 해야겠다'라고 마음먹었고 정은 선배님께 "언젠가 선배님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라고 말씀드렸다."

"장주는 존재감이 없는 것처럼 보이다가 후반에 마음을 고백한다. 중심을 잘 잡아줘야 한다. 제가 공효진 배우 광팬이다. 저는 성덕인 거다. '질투의 화신'을 비롯해 (공효진 배우) 드라마를 10번 넘게 본다. 비중이 지금까지와 비교했을 때 크지 않아서 안 해주실 줄 알았다. 해주실 줄 몰랐는데 성사가 됐다. 영주는 소담 배우가 너무 잘 어울린다. 영주는 외로운 섬 같은 캐릭터다. 잘나고 가진 것은 많지만 배경이 뒤따라주지 않고, 말은 세게 하지만 여리다. '유령' 보면서 외로워 보인다고 생각했다. 소담 배우도 안 해줄 줄 알았는데 해줬다. 이연 배우는 '담쟁이'라는 독립영화를 봤는데 너무 좋았다. 영화제에서 연락처를 여쭤보고 노트에 적어놨다. 동주 쓸 때도 너무 어려웠다. 과장되거나 억지스러울 수 있는데 이연 배우가 가진 에너지로 해줄 수 있을 거라는 걸 '소년심판'을 보고 느꼈다. '소년심판'을 보고 너무 놀라서 저 분과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제가 다 메모장에 적어놓은 분들이 캐스팅된 거다."

- 기존 복수극에서 보던 클리셰가 없다는 것이 신선하기도 했다. 상업 영화다 보니 클리셰가 있어야 한다는 갈등이 있지는 않았나?

"변요한 배우가 '노 개런티를 왜 하셨지?' 할 정도로 연기를 정말 열심히 해주셨다. 사실 백상현이 잔인하게 사람을 해치는 걸 찍어두기는 했다. 그가 잔혹성을 노출하는 장면이 많았다. 경주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는 없지만, 백상현의 악행을 묘사하는 것에서 스릴러 요소가 있고 그것이 장르적인 긴장감을 끌어올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작품의 초심, 본질을 생각했다. 슬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데 잔인한 장면을 묘사하는 것이 맞나 싶었다. 애꿎은 사람들에게 잔인하게 하는 걸 보여주는 것이 이 영화에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런 장면보다는 감정에 집중했다."

김미조 감독이 영화 '경주기행'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변요한이 영화 '경주기행'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 변요한 배우의 분량이 이렇게 많을 줄 예상하지 못했다. 변요한 배우와 이 잔혹한 역할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궁금하다.

"본인도 이렇게 많을 줄 몰랐을 거다.(웃음) 백상현이 제일 어려운 캐릭터다. 네 딸들, 형사 캐릭터는 참고할 수 있는 것이 있다. 제 안에 있는 것을 끌고 와서 하나를 극대화하는데, 백상현은 제 안에 어떤 지점도 끌어오기 쉽지 않았다. 가장 많이 참고했던 건 '묻지마 범죄' 케이스다. 그런 범죄자들의 모습을 많이 섞었다. 나중에는 폭주하고 충동형의 모습을 보여준다. 전형적인 내로남불로, 오히려 복수를 하려 한다. 변요한 배우와는 캐릭터 얘기를 많이 했다. 요한 배우 안에도 그런 것이 없어서, 어떤 모습을 모티브로 잡아야 하는지 많은 이야기를 했다. 여러 명의 충동형 범죄자를 말씀드리니까 많은 살을 붙여주셨다. 머리를 잘 감지 않는다거나 다리를 저는 특성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주셨고, 이렇게 망가져도 되나 했는데 오히려 신나 하고 행복해했다. 본인이 더 변요한의 모습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마음 편하게 의견을 줄 수 있었다. 실제로 발을 다쳐서 목발을 짚고 다닐 때였다. 미팅할 때 목발을 짚고 왔다. 그 때문에 다리를 전다는 것을 반영해 넣었다."

- 막내 경주 역할을 한 황현정 배우를 캐스팅한 이유는 무엇인가?

"'소년심판'에 나왔다. 얼굴이 뽀얀데 다양한 인물이 있다고 생각해서 메모장에 적어뒀다. 그러다 인터넷에 검색해서 찾아봤다. '소년심판'에선 센 역할이었는데 단발에 교복을 입고 찍은 사진이 있더라. 해사하게 웃는 사진을 보자마자 내가 찾던 경주라고 생각했다. 이것이 꿈인지 아닌지, 선명하지 않고 겹겹이 쌓인 인물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황현정 배우 이미지가 그랬다. 엔딩에서의 연기도 그렇게 해주길 바랐다. 현실인지 꿈인지, 알게 모르게 모호하게 표현하고 싶었는데 잘해주셨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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