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양수 기자] 8월 1일과 2일, 미국 뉴저지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BTS 월드투어 '아리랑'에는 이틀간 총 15만 7천 명의 관객이 모였다. 무대에 오른 일곱 멤버는 검은 의상에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등장했다. 과거의 단정하고 풋풋한 소년 이미지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신 한층 성숙하고 터프한 분위기가 무대를 채웠다. 한 현지 매체는 이들의 변화를 두고 "시간이 스타성을 약화시킨 것이 아니라, 그 질감을 바꾸어 놓았다(Time had not diminished their star power so much as altered its texture)"고 평가했다.
![방탄소년단이 무대에서 노래하고 있다. [사진=빅히트뮤직]](https://image.inews24.com/v1/f31cc7c552921e.jpg)
BTS 전 멤버가 입은 검은색 의상에서 읽을 수 있는 패션 언어는 deconstructed tailoring(해체주의적 재단)이다. Deconstruct는 '떼어내다·반대로 되돌리다'라는 뜻의 접두사 'de-'와 '구성하다'라는 뜻의 construct가 결합한 단어다. 단순히 옷을 망가뜨린다는 의미가 아니라, 기존의 구조와 규칙을 해체한 뒤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구성한다는 뜻이다.
지난 3월 광화문 컴백 라이브에서 선보인 Lyrical Armor(서정적 갑옷)은 한복과 조선시대 갑옷의 구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의상이였다. 뉴욕 무대에서 비대칭으로 흘러내리는(asymmetrical draping) 의상을 선보였다. Armor(갑옷·보호 장비)는 라틴어 armātūra에서 유래했으며, '무기·장비'를 뜻하는 arma에서 나온 단어로 고대 프랑스어 armeure와 중세 영어 armure를 거쳐 오늘날의 armor가 되었다.
BTS의 노래가 담고 있는 메시지를 살펴보면, 'IDOL'은 남이 붙인 이름표 대신 자기 자신을 택하겠다는 선언이고, 'ON'은 상처를 안은 채로도 계속 나아가겠다는 의지다. 'Yet to Come'은 최고의 순간을 과거에 가두지 않고 앞으로 밀어 보내겠다는 메시지다. 그러면서도 'ARIRANG'은 세계의 한가운데 서면서 그들의 출발점과 뿌리를 단 한 번도 지우지 않는다. 마치 옷처럼 전통을 박물관에 그대로 보존하지 않고, 잘라내고 겹치고 흔들리게 하면서 지금의 몸에 다시 입힌다.
뉴욕 공연 전인 7월 29일에 그들의 용기 있는 선택이 있었다. BTS는 2027년 제 69회 그래미 어워즈에 작품 출품(submission)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음악이 지역이나 언어로 나뉘기보다 음악 그 자체로 들리기를 바란다는 뜻에서, 그래미가 신설한 Best Asian Pop Music Performance(최우수 아시아 팝 음악 퍼포먼스) 부문에 대한 인상적인 응답이었다. 영어권 매체는 이를 boycott(보이콧·집단적 거부)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BTS의 선택을 설명하는 또 다른 표현은 opting out(스스로 참여하지 않기로 선택하는 것)이다. "싸우겠다"기보다 "그 칸에는 들어가지 않겠다"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배려처럼 보이는 별도의 칸도 만들어지는 순간 하나의 경계가 될 수기 때문이다.
갑옷은 원래 몸을 지키기 위해 입는 옷이다. 그런데 이들의 갑옷은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입은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인정받기 위해 서구의 옷으로 갈아입지 않았고, 상을 받기 위해 자신들의 음악을 ‘아시아 전용 칸’에 맞추지도 않는다.
"You at the side, at the back, at the front. (당신은 곁에도 있고, 뒤에도 있으며, 앞에도 있다.)" 아리랑이 흘러 나오는 'Body to Body'의 가사처럼 어느 한쪽에 배치되거나 정해진 칸에 갇힌 존재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아리랑을 부르고, 옷으로 역사를 입으며, 행동으로 경계를 벗어나고 있는 BTS를 응원한다.
![방탄소년단이 무대에서 노래하고 있다. [사진=빅히트뮤직]](https://image.inews24.com/v1/1d33d3860ea3e4.jpg)
◇ 조수진 소장은 베스트셀러 '패션 X English'의 저자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영어교육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특히 패션과 영어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로 영어 교육계에 적지 않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UPENN) 교육학 석사와 스톡홀름 경제대학교(SSE) MBA 출신으로 (주)일미푸드의 대표이사와 '조수진영어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김양수 기자(liang@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