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상욱 기자] “좋은 축제는 단순히 물건을 팔고 공연을 보여주는 행사가 아닙니다.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다시 찾고 싶어 하는 경험을 만드는 일입니다.”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양수진 교수는 자신을 교수보다 먼저 ‘문화기획자’라고 소개했다. 방송PD, 다큐멘터리 감독, 국가 행사 연출가, 문화도시 컨설턴트, 그리고 축제 총감독까지. 그의 이력은 한 분야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러나 그가 걸어온 길을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는 분명하다. 바로 ‘문화’다. 양수진 교수는 오랫동안 현장에서 문화 콘텐츠를 제작했으며, 지금은 대학 강단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전국의 문화도시와 지역 축제 현장을 누비고 있다.

- 현장을 떠나지 않는 학자
양 교수는 대학에 몸담은 지 10여 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자신을 현장형 교육자라고 말한다. “학생들에게 이론만 가르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문화예술 분야는 결국 현장에서 배우고 성장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문화예술계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과거보다 일자리는 줄었고, 젊은 세대의 진입도 쉽지 않다. 그래서 그는 학생들에게 실무 경험을 연결해주는 것이 교수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강조한다. 그의 강의실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공간이 아니다. 학생들이 실제 문화 현장과 만나는 출발점이다. “문화예술 교육은 결국 현장 투입을 준비시키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 문화는 도시를 살리는 마지막 자산이다
최근 양 교수는 가장 많은 시간을 문화도시와 도시재생 분야에 쏟고 있다. 그는 대한민국 지방도시들이 직면한 가장 큰 위기를 인구 감소와 지역 쇠퇴로 진단한다. “예전에는 공장을 세우고 기업을 유치하여 도시를 살렸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시대가 아닙니다. 결국 남는 것은 문화입니다.” 양수진교수가 설명하는 문화도시는 단순한 문화 행사가 아니다. 지역만의 고유한 이야기를 발굴하여 콘텐츠로 만들고, 이를 통해 외부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전략이다. 그는 영국 리버풀, 아일랜드 더블린, 벨기에 브뤼헤 등 유럽의 성공 사례를 연구하며 국내 여러 지역의 문화도시 프로젝트에 참여해왔다. 영월, 목포, 강진, 고창 등은 그가 직접 컨설팅에 참여한 대표적인 사례다. 영월은 역사와 공간을 활용했고, 강진은 음악 도시를 표방하기 위한 기획을, 목포는 문학 도시의 정체성을 살렸으며, 고창은 힐링 도시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구축했다. 그는 문화도시 성공의 핵심을 ‘주민’에게서 찾는다. “문화는 누군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닙니다. 주민들이 스스로 자기 지역의 콘텐츠를 발견하고 만들어 갈 때 진정한 문화도시가 됩니다.”

- 축제를 넘어 도시브랜드를 만들다.
양수진 교수는 오는 20일 부터 열리는 제24회 경기도 광주시 퇴촌토마토 거리축제의 총감독을 맡았다. 전국적으로 수많은 토마토 축제가 존재하지만, 그는 단순히 농산물을 판매하는 행사로 만들 생각이 없었다. 그가 가장 먼저 고민한 것은 차별성이었다. “전국의 축제들이 비슷합니다. 그래서 기억에 남는 시그니처가 필요했습니다.”이를 위해 새로운 토마토 캐릭터를 개발하고 대형 조형물을 기획했다. 방문객들이 자연스럽게 사진을 찍고 공유할 수 있는 공간도 구상했다. 무엇보다 그가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쉼’이었다. “요즘 사람들은 축제에서 단순히 구경만 하지 않습니다. 힐링을 원합니다.”그는 축제장 곳곳에 휴게 공간을 늘리고, 방문객들이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환경 조성에 집중했다. 축제를 소비의 공간이 아닌 경험의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의도였다.
- 축제의 주인공은 주민이다.
양 교수는 성공적인 지역축제를 만드는 주체이자 핵심으로 주민 참여를 꼽는다. 이번 퇴촌토마토 거리축제에서도 주민이 중심이되어 지역예술인, 노인, 어린이, 장애인, 여성 등 다양한 계층이 무대에 오를 수 있도록 기획했다. 그는 무대를 낮 시간에도 비워두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웠다. “축제는 지역 주민들이 만드는 것입니다. 지역민이 참여하지 않으면 축제는 결국 외부 행사에 불과합니다.”그가 꿈꾸는 미래의 퇴촌토마토축제는 브라질 삼바축제처럼 주민들이 1년 내내 준비하는 축제다. 주민들이 직접 퍼레이드를 준비하고, 축제를 통해 공동체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모습이 그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축제의 모습이다.

- 콘텐츠는 공부에서 나온다.
전국의 수많은 문화도시와 축제를 기획하면서도 그는 여전히 자신을 ‘공부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의 가장 큰 공부는 현장 경험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공부는 신문 읽기다. “제 지식의 원천은 신문입니다. 결국 트렌드를 읽어야 하거든요.”문화 콘텐츠에는 정답이 없다. 그래서 더욱 끊임없는 관찰과 학습이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그가 젊은 문화기획자들에게 가장 자주 하는 조언도 바로 이 점이다. “트렌드를 읽어야 합니다. 그리고 반드시 경험해야 합니다.”그는 특히 K-컬처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게 해외 경험을 권한다. “한국은 이미 세계가 주목하는 문화 강국이 되었습니다. 무엇을 만들든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그러니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 경험해 보길 바랍니다.”

- AI 시대에는 문화예술도 변화해야 한다.
인터뷰 말미에 양 교수는 문화예술계가 직면한 또 다른 과제로 AI 시대를 언급했다. 그는 문화예술인들이 여전히 감성과 예술성에만 머무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제는 문화예술에도 이성적이고 분석적인 사고가 필요합니다. AI와 문화는 앞으로 분리될 수 없습니다.”그는 문화예술인들이 기술과 데이터를 이해하고 새로운 시대에 맞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성과 창의성도 중요하지만,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력, 공학적마인드, 기획능력을 발전 시키고 키워야 예술과 기술의 융합을 이룰수 있으며, 이는 곧 미래 문화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 사람을 모으는 문화, 도시를 살리는 축제
양수진 교수의 철학은 명확하다. 문화는 단순히 공연 한 편이나 축제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문화는 사람을 모으고, 사람이 공동체를 만들며, 공동체가 도시를 살린다. 그가 전국의 문화도시를 누비며 축제를 기획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퇴촌토마토거리축제 역시 단순한 농산물 축제가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는 문화 프로젝트로 바라본다. “사람들이 축제를 다녀간 뒤 ‘즐거웠다’, ‘행복했다’, ‘다시 오고 싶다’고 느끼면 좋겠습니다.”문화기획자 양수진이 만드는 축제는 결국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는 경험을 만드는 일이다. 그리고 그 경험이 지역의 내일을 바꾸는 힘이 된다고 그는 믿고 있다.
/수원=박상욱 기자(sangwook@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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