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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사람의 취향과 삶을 연결하는 어드바이저, 최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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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작품을 좋은 집으로 보내는 일”

[조이뉴스24 박상욱 기자] 평창동 가나아트갤러리에서 만난 아트 어드바이저 최소은의 첫 인상은 예상과 달랐다. 흔히 떠올리는 화려한 ‘아트 딜러’의 이미지보다는, 오래 알고 지낸 사람처럼 편안하고 따뜻한 인상이 먼저 다가왔다. 하지만 대화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가 단순히 그림을 판매하는 사람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최소은 아트 어드바이저는 작품보다 사람을 먼저 본다고 말했다. 그림을 설명하기에 앞서, 먼저 그 그림을 좋아하게 된 사람의 마음을 읽는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 컬렉터가 스스로 자신의 취향과 삶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왜 이 작품이 좋은지 함께 이야기하다 보면, 컬렉터들이 어느 순간 ‘아, 그래서 내가 이 그림을 좋아했구나!’ 하고 스스로 깨닫는 순간이 있어요. 그때 굉장히 기뻐하시죠.”

최소은 아트 어드바이저의 역할은 단순히 작품을 추천하거나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작가와 작품, 그리고 컬렉터의 삶을 연결하는 데 더 가깝다.

최소은 아트 어드바이저 [사진=최소은]

그림보다 먼저 사람을 읽다.

“사람들이 그림을 산다고 하면 보통 투자나 유명세를 먼저 떠올리잖아요. 그런데 저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가’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컬렉션을 ‘취향의 기록’이라고 말한다. 유행만 따라 작품을 구매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금세 흥미를 잃게 되지만, 진심으로 좋아하는 영혼의 반려자 같은 작품은 시간이 흘러도 삶 속에 오래도록 남는다는 것이다.

“정말 좋아서 산 그림은 가격이 오르내리는 것이 중요하지 않아요. 아침마다 그림을 보며 ‘안녕’ 하고 인사하게 되거든요. 그 그림은 그날그날 다르게 보이기도 하고요. 내가 슬플 때, 기쁠 때, 피곤할 때마다 다른 얼굴을 보여줍니다.”

그녀는 컬렉터들에게 늘 같은 말을 한다고 했다. “우선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먼저 알아야 합니다.” 그 말은 단순한 미술적 조언에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삶을 대하는 태도에 가깝다.

컬렉터들에게 작품을 소개하는 모습 [사진=최소은]

작품은 결국 제 주인을 찾아간다.

최소은 아트 어드바이저는 작품과 사람 사이에‘보이지 않는 인연의 끈’이 있다고 믿는다. “남들이 보기에는 비슷한 그림 같아도 결국 한 점뿐인 작품이잖아요. 그리고 그 작품은 결국 어떤 사람에게 가는 거고요. 저는 그것이 인연을 만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녀는 작품을 ‘판매한다’는 표현보다 “좋은 집으로 보낸다”는 표현을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저는 작품을 컬렉터의 집에 걸어드리고 돌아올 때면, ‘좋은 집에 잘 갔구나’ 싶어 뿌듯해 집니다. 아울러 오랜 시간 그곳에 행복하게 걸려 있을 그림을 생각하면 마음이 참 편안하고 좋습니다.” 그녀가 들려준 해외 컬렉터의 일화는 그의 철학을 잘 보여준다. 어느 날, 한 해외 컬렉터가 출국 전날 갑자기 문의를 해왔다. 그는 한국 작가의 작품에 큰 관심을 보였지만, 너무 늦은 시간이었고 최소은 아트 어드바이저는 이미 퇴근한 상태였다. 그러나 문득 우리나라 작가를 한사람이라도 더 소개하고 싶다는 생각에 다시 갤러리로 돌아와 새벽까지 자료를 준비했고, 컬렉터가 출국하기 전에 간신히 자료를 전달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 정성이 통했는지, 그 컬렉터는 이후 작가 스튜디오 방문까지 이어졌으며, 작품 구매와 함께 그 인연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그 컬렉터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다. “많은 갤러리스트를 만났지만, 당신은 늘 한 발짝 뒤에 서서 작가를 먼저 보여주더군요.” 그 말은 그녀가 사람과 작품을 대하는 태도를 잘 보여주는 문장이었다.

해외 컬렉터와 박영남작가 스튜디오 방문 [사진=최소은]

심리상담 공부가 가르쳐준 것들

최소은 아트 어드바이저는 심리상담사 1급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처음에는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알고 싶어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공부를 계속할수록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고 한다. “심리상담사가 하는 일과 갤러리스트가 하는 일이 크게 다르지 않더라고요.” 상담사는 내담자의 욕구와 바람을 듣고 이해하는 사람이다. 아트 어드바이저 역시 컬렉터가 무엇을 원하는지, 왜 그 작품에 끌리는지를 읽어내는 사람이다.

“손님들도 결국 자기 마음을 잘 모른 채 오는 경우가 많아요. ‘누가 좋다더라’, ‘유명하다더라’ 하는 이유로 방문하는 경우도 많고요. 그런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스스로도 몰랐던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게 되죠.”

테파프 마스트리트 전시장에서 [사진=최소은]

미술은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인터뷰 후반부에서 그녀는 아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집에 걸린 그림을 보며 아들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 그림이 있어서 마음이 편안해요.” 최소은 아트 어드바이저는 그 말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있었다. “저는 미술이 사람에게 안정감과 위안을 준다고 생각해요. 꼭 거창한 것이 아니더라도요. 단지 공간에 그림 하나가 있을 뿐인데도 사람의 마음이 달라지거든요.” 그래서 그녀는 아이들이 미술관을 ‘놀이터처럼’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어릴 때부터 좋은 미감을 자연스럽게 몸에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좋은 것을 많이 보고 자란 사람은 결국 삶을 바라보는 감각도 달라지게 마련이에요.”

한국 미술의 가능성을 믿는 이유

그녀는 해외 아트페어와 글로벌 컬렉터들을 만나면서 한국 미술의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K-컬처의 영향력이 정말 큽니다. 해외 컬렉터들도 이제 자연스럽게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찾고 있어요.” 특히 단색화 계열의 한국 현대미술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 젊은 작가들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녀는 한국 작가들의 강점으로 ‘감각’을 꼽았다. “한국 작가들은 자신의 생각을 작품 속에 잘 구조화 합니다. 그리고 뛰어난 감각과 센스를 지니고 있습니다.”

최소은 아트 어드바이저의 애정 작품 (박재훈 작가) [사진=최소은]

결국 예술은 사람에게 돌아온다.

인터뷰를 마치고 갤러리를 나서는 순간에도 그녀의 말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좋은 작품을 좋은 집에 보내는 일.” 최소은 아트 어드바이저는 작품이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림 한 점에는 누군가의 취향과 시간, 그리고 삶의 감정이 담겨 있다. 그래서 그녀는 작품을 판매하기보다는 사람과 작품이 서로 만나게 하는 일에 더 가깝게 보였다. 어쩌면 예술이 사람에게 필요한 이유도 바로 그 점에 있을지 모른다.

삶을 조금 더 아름답게 바라보게 하는 것. 그리고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자신의 시간과 마음을 돌아보게 만드는 것.

최소은 아트 어드바이저는 오늘도 그렇게, 한 사람의 삶 속으로 그림 한 점을 조용히 보내고 있다.

/수원=박상욱 기자(sangwook@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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