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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 PDx작가 "현실 피해자 多⋯사이다 복수는 안된다고 판단"(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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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2000년대 '범죄 실화 모티브 3부작' 실현될까
"깊은 여운 남았으면"⋯"온전한 위로와 위무됐길"

[조이뉴스24 김양수 기자] '허수아비' 박준우 PD가 이지현 작가와 3부작 시리즈의 시작을 예고해 기대감을 자아냈다.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커피숍에서 ENA 드라마 '허수아비' 박준우 PD, 이지현 작가의 종영 인터뷰가 진행됐다.

'허수아비'는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을 수사하던 형사가 자신이 혐오하던 놈과 뜻밖의 공조 관계를 맺으면서 펼쳐지는 범죄 수사 스릴러. '이춘재 연쇄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돼 화제를 모았다. 지난 26일 최고시청률 8.1%(닐슨코리아, 유료방송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허수아비' 박준우 PD와 이지현 작가 [사진=스튜디오 안자일렌 ]
'허수아비' 박준우 PD와 이지현 작가 [사진=스튜디오 안자일렌 ]

이하 일문일답

-드라마가 큰 사랑을 받으며 종영했다. 소감은

"사실 이렇게 잘될 줄 몰랐다. 5년 전에 처음 기획하고 편성을 준비했는데, 워낙 어둡고 무거운 이야기다 보니 거절을 많이 당했다. 어떻게든 편성을 받기 위해 이지현 작가님과 초반부에 장르적 임팩트를 많이 가미했다."(박PD)

-무겁고 조심스러운 실화 소재를 굳이 선택한 이유는?

"2020년 5월, '모범택시' 촬영을 끝내고 고 김용복 선생님과 윤성여 씨를 만났다. 극 중 윤석만은 윤성여 씨를, 혜진은 실종 피해자이자 김용복 선생님의 따님을 모티브로 삼은 것이다. 그분들이 지나가는 말로 "이런 것도 드라마로 만들 수 있냐"고 하셨는데, 그게 마음이 남았다. 범죄 사건을 통해 그 시대를 돌아보는 드라마를 만들고 싶어졌다. 이 작가를 1년 가까이 설득했다."(박PD)

"처음엔 실화를 다루는 부담감도 컸고, 경찰이 아이를 매장하는 내용까지 다뤄야 해서 바로 거절했다.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아 6개월 동안 거절했는데, 감독님이 한두 달 후에 찾아와 관련 책을 툭 던져주더라. 마치 거절당한 걸 잊은 것처럼 계속 찾아오셨다. 지나고 보니 나를 포기하지 않고 작가로 참여할 수 있게 이끌어주셔서 감사하다."(이 작가)

-모티브가 된 실제 인물이나 유가족분들의 반응은?

"극중 혜진 양의 아버지인 김용복 선생님은 돌아가셨고, 지금은 남동생 김현민 씨만 남아 계신다. 방송 때마다 연락을 했는데, 윤성여 씨는 "왜 12부작밖에 안 하냐, 더 길게 하지"라며 아쉬워하셨다. 반면 김현민 씨는 가족의 비극이 얽힌 이야기라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아 방송을 보지 못하셨다고 하더라.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두 분으로 인해 시작한 드라마"라고 강조했고, 바쁘더라도 꼭 다시 찾아뵙자고 이야기를 나눴다."(박PD)

-매회 '고구마 전개'가 이어졌다. 사이다 전개로 갈 순 없었나?

"제작사(스튜디오 지니) 측에서도 제발 사이다 전개로 가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다. 하지만 작가님과 나는 그럴 수 없다고 버텼다. 현실의 피해자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진실화해위원회에 올라간 이춘재 사건 피해자만 50~60명이다. 윤성여 사건은 재심이 됐지만, 다른 사건은 시신도 없고 공소시효도 지나 현실에서는 어떤 응징도 이뤄지지 않았다. 현실이 이런데 드라마에서만 통쾌한 복수를 그리는 건 안된다고 생각해서 버텼고, ENA와 지니 측에서도 결국 우리의 뜻을 존중해 주었다."(박PD)

-전반적인 극의 뼈대를 잡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원칙은?

"이 작가에게 두 가지만 주문했다. '잘못된 수사의 회고록'처럼 시작과 끝은 반드시 현재 시점이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윤석만·혜진 사건'은 무조건 중심 축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범인도 실제 사건처럼 동네 형이어야 했다. 나는 뼈대만 던져줬을 뿐인데 이 작가가 온전히 살을 붙여 작품을 완성해 줬다. 흥행하지 못했다면 나를 엄청 미워했을 거다."(박PD)

-총 12부작 중 7부에 범인을 공개했다. 빠르게 범인을 밝힌 이유는?

"제목인 '허수아비'가 가진 다층적인 의미를 보여주고 싶었다. 7부까지는 허수아비인 척하며 살인을 저지르는 기환에게 초점을 맞췄다면, 진범이 밝혀진 이후에는 '또 다른 허수아비들'을 조명하고 싶었다. 제 역할을 못한 공권력, 범인을 잡으려다 실패한 태주(박해수 분), 상부의 지시대로 아이를 묻은 대호(류해준 분) 모두가 허수아비다. 후반부에는 이들이 극을 이끌어가도록 설계했다."(이 작가)

"범인을 빨리 밝혀야 진짜 하고 싶은 본질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7부가 적당하다고 판단했다. 초반에 범인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기심이 컸던 점은 감사하지만, 그 뒤에 보여줄 메시지가 더 많았기에 빠른 공개를 밀어붙였다."(박PD)

-범인이 공개되는 방식이 갑작스러웠다. 어떤 의도였나?

"대본 자체가 슬픈 감정을 이어가다가 확 공개해 버리도록 쓰여 있었다. 전적으로 작가의 역량이다. 편집할 때 기존 드라마의 관성이나 템포를 의도적으로 무시했다. 음악도 깔지 않고 엇박자로 툭 보여주자고 결정했다. 고심한 끝에 나온 장면이다."(박PD)

'허수아비' 박준우 PD와 이지현 작가 [사진=스튜디오 안자일렌 ]
'허수아비' 박준우 PD [사진=스튜디오 안자일렌 ]
'허수아비' 박준우 PD와 이지현 작가 [사진=스튜디오 안자일렌 ]
'허수아비' 이지현 작가 [사진=스튜디오 안자일렌 ]

-최종회 엔딩에는 강성 지역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웃는 장면이 나온다. 어떤 의도였나?

"드라마를 집필하며 내내 생각했던 테마였다. 당시 연쇄살인으로 너무나 많은 사람이 고통받았는데, '만약 그 사건들이 없었다면 이들의 일상이 얼마나 소소하고 평화로웠을까' 하는 가정을 꼭 담고 싶었다. 피해자들이 한자리에 앉아 평범한 하루를 보내며 웃을 수 있는 결말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위로를 건네고 싶었다."(이 작가)

"나는 사실 기환(정문성 분)과 시영(차시영 분)은 신에서 빼는 게 어떻냐고 제안했다.(박PD)

"악인들을 긍정하는 의미가 아니다. 어쨌든 그 비극적인 사건만 없었다면 이들이 평범한 이웃이나 친구 관계로 남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법정에서 태주가 시영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장면처럼, 피해자가 가해자의 상처를 극복해 내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이 작가)

-'허수아비'는 전작 '모범택시'와 정반대의 결이다. 현실적인 드라마로 그린 이유는?

"'모범택시'는 범죄 오락 드라마로서 훌륭한 장점을 가졌지만, 종영 후 '현실의 문제는 전혀 해결하지 못하면서 판타지만 채워주고 피해자들을 헛되이 이용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가슴에 콕 박히는 맞는 말이더라. 그래서 다음 작품은 정반대로 현실을 깊이 반영하는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 사이다 드라마도 의미가 있지만, '허수아비'처럼 묵직하게 현실을 비추는 드라마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박PD)

-시청자들에게 어떤 작품으로 기억되길 바라는가?

"80년대를 지나 90년대, 2000년대까지 아우르는 범죄 실화 모티브의 3부작 시리즈를 이 작가에게 제안했는데 단칼에 거절당했다. (웃음) 배우들은 또 하고 싶다고 난리다. 이런 류의 드라마를 통해 가까운 한국 현대사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현실에는 윤성여 씨나 김용복 선생님 같은 분들이 여전히 많다. 우리의 노력이 그분들에게 온전한 위로와 위무가 되었을지는 조심스럽지만, 오래 기억되길 바란다."(박PD)

"거창하게 오래 기억되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다만 마지막 회를 보시고 나서 답답한 고구마의 기억보다는, 가슴에 깊은 여운이 남는 작품으로 기억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다."(이 작가)

/김양수 기자(lia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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