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본업인 클래식은, 매일 하던 루틴처럼 연구합니다."
국내 최초 서브컬처 음악 전문 제작사 대표이면서 지휘자인 진솔은 최근 '과업'을 하나 완성했다.
진솔 지휘자는 지난 4월 30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말러 교향곡 8번 '천인'을 무대에 올렸다. 국립합창단, 부천시립합창단, 위너오페라합창단, 김포시립소년소녀합창단, 8명의 솔리스트(성악)와 말러리안 오케스트라까지 400여명이 함께 했다. 예술의 전당에 설 수 있는 최대 인원의 대공연이다.
![플래직 대표이사 겸 지휘자 진솔이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플래직 ]](https://image.inews24.com/v1/86d58e9f9e4c6d.jpg)
이번 무대는 2017년부터 추진해 온 말러 교향곡 전곡 프로젝트의 아홉 번째 순서였다. 염원했던 말러 교향곡 8번 공연을 마친 진솔 지휘가는 "역사적으로 숭고한 마음을 갖고 임했다. '하늘에 있는 말러에게 잘 들어달라고, 응원해달라'는 마음으로 무대에 섰다"고 말했다.
많은 이들이 반대했고, 또 '성공하리라' 예상 못했던 도전이었다. 진 감독은 그러나 코로나19 시기를 제외하고는 매년 숙제처럼 말러의 곡들을 무대에 올렸다.
특히 말러 교향곡 8번의 별칭 '천인(千人)'은 말 그대로 1000명의 연주자가 동원될 정도의 대곡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연주자, 공연장 섭외 등 현실적인 제약으로 클래식 본고장인 유럽에서도 연주되기 어려운 곡이다.
"게임 음악을 공연할 때 '애들 가지고 노는 것을 클래식에 더하냐'는 괄시를 받았다면, 말러는 '아무나 도전하는 것이 아니다'고 만류했어요. '말러 지휘자는 서양인이면 더 좋고, 연륜을 가진 지휘자가 힘과 권력을 가진 상태에서, 훌륭하다고 여겨질법한 국공립 단원들을 가지고 겨우 진행할 만한 교향곡이야. 젊은 사람들이 함부로 도전하거나 무대에 올려서는 안돼'라는 관행이 있어요. 상상 이상으로 보수적이고 엄격한 클래식 업계에서 '감히, 발칙한 계집애'라는 시선도 존재했어요(웃음). 그러나 5년이 지나고 중반기에 접어들자 '이것 봐라, 포기하지 않네'라며 업계의 시선이 바뀌기 시작했고, 후반기에 이르러서는 격려와 응원으로 돌아섰어요."
![플래직 대표이사 겸 지휘자 진솔이 인터뷰에 앞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플래직 ]](https://image.inews24.com/v1/86367cf5fcc5e1.jpg)
오는 10월 말러 교향곡 2번 공연을 마치면, 그의 말러 전곡 연주 대장정은 10년 만에 마침표를 찍는다. 진솔은 아시아 최연소 말러 전곡 완주 지휘자이자, 세계 여성 지휘자 중에서도 최연소 완주 기록을 세우게 된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벽을 넘어설 때 비로소 큰 감동이 와요. 저는 공연을 통해 그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플래직과 말러리안은 의상과 화장법이 다를 뿐, 진심을 다한다는 본질은 같아요.말러는 제 전공을 살려 정공법으로 가는 것이고, 플래직 공연은 '세상에 없던 것을 선보이겠다'라는 마음으로 임해요."
그가 음악감독이자 대표 이사로 있는 플래직은 서브컬처 음악 전문 제작사다. 게임과 애니메이션 등 서브컬처 영역을 다루지만, 클래식의 토대 위에서 변주가 된다. 서로 다른 두 영역이지만, 끊임없이 음악적 영감을 주고받는다. 본업인 클래식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물리를 공부한다고 해서 수학을 놓을 수 없고, 수학을 공부한다고 해서 물리법칙을 무시할 수 없는 것처럼 당연하게 다 알아야해요. 몇 백년 전 이단아였던 사람들이 현재에 와서는 클래식의 거장이라고 평가받아요. 세상이 많이 바뀌어서 새로운 것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클래식을 배제할 순 없어요. 창조적인 삶을 연구하려면, 클래식도 연마하고 공부해야 해요. 저는 몇 백년 전 모험을 했던 사람들에 대한 존경과 동경이 있어요. 그들의 역사가 있는 작품들을 연마해야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에요. 뿌리를 공부할 수 있는 것에 대한 감사함이 있어요."
그는 게임, 드라마 음악 등 현대의 결을 입고 재탄생 한 음악들을 이야기 하며 "뿌리가 같은 전 세계의 음악적 요소들이 여기저기에 들어가 확인될 때마다, 배우면 배울수록 끝이 없음을 실감한다"고 했다.
지휘자로서, 그리고 대표로서 그가 그리는 앞으로의 큰 그림은 무엇일까. 진솔은 "지금까지는 스케치만 살짝 한 것 같다"며 겸손하게 이야기 했다.
"예술은 예술은 경제, 산업, 정치적 이슈나 시대를 따라가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생각할 수가 없어요. 한 발짝 늦게 따라가기 마련이기에 시대적인 큰 그림을 논하기엔 부족하지만, 끊임없이 변화하는 시장에 맞춰 제 생각도 계속해서 유연하게 바뀔 것 같아요."
진솔은 언어의 장벽이 없어지는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한국의 순수 예술가들도 다양한 융합 예술과 결합해, K콘텐츠처럼 세계 무대로 뻗어나갈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는 "K팝 스타들뿐만 아니라 순수 예술가들도 세상에 많이 던져질 수 있도록, 내가 그 시장에 살짝 글씨를 쓰기 시작한 것 같다"며 수많은 동료가 생겨나 함께 시장을 개척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미영 기자([email protected])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