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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의 패션잉글리쉬]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가 말하는 패션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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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뉴스24 김양수 기자]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The Devil Wears Prada 2)'는 20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왔다. 이 영화는 단순한 패션 영화의 귀환이라기보다는 보단 한 시대의 '성공 공식'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에 가깝다. 1편의 앤디 색스(앤 해서웨이)는 패션을 모르는 사람이었다. 헐렁한 스웨터와 실용적인 옷차림은 그녀의 가치관을 상징하였다. "옷은 중요하지 않다"는 태도였지만 런웨이(Runway) 매거진에 들어간 뒤, 그녀는 점점 하이패션의 언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 포스터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 포스터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그리고 영화 속 가장 유명한 장면 중 하나가 등장한다. 바로 미란다 프리슬리(메릴 스트립)가 앤디에게 "세룰리언 블루(Cerulean Blue)" 스웨터를 설명하는 장면이다. 세룰리언과 네이비(Navy)는 같은 파란색이라 할지라도 감각적인 면에서 차이가 있다. 네이비가 회의실의 파랑이라면, 세룰리언은 갤러리의 파랑에 가깝다. 한국어는 모음의 작은 변화에 색감의 차이가 느껴진다. 예를 들면, '파란 바다'는 맑고 깨끗한 풍경 묘사인 반면, '퍼런 바다'는 차갑고 깊고 약간 위협적인 느낌까지 느껴진다. 영화는 단순한 파란색 티셔츠처럼 보였던 옷 하나도 사실은 수많은 디자이너, 런웨이, 유행, 산업 구조를 거쳐 내려온 결과라는 것을 연출한다. 패션은 허영이 아니라 거대한 문화 시스템이라는 선언이었다면 2편에서는 이 공식이 다소 달라진다.

2편에서는 패션은 단순히 "비싼 브랜드를 아는 사람"의 세계가 아니다.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조용한 럭셔리(Quiet Luxury), 올드머니(Old Money), 빈티지(Vintage), 젠더리스(Genderless) 같은 가치들이 패션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1편의 패션이 "나를 증명하는 갑옷(Armor that proves who I am)"이었다면, 2편의 패션은 "내가 어떤 가치로 살아가는 사람인가(A reflection of the values I choose to live by)"를 보여주는 언어에 가깝다.

실제로 의상 변화는 성격 변화와 거의 동시에 움직인다. 앤디가 처음 입던 루즈핏의 니트(knitwear) 스타일은 현실적이고 방어적인 성격을 보여주는 반면, 스타일 변신 이후 등장하는 테일러드 코트(tailored coat), 니하이 부츠(knee-high boots), 실루엣(silhouette)이 강조된 룩은 그녀가 점점 더 냉정하고 도시적인 인물로 바뀌고 있음을 드러냈다.

캐릭터의 감정은 대사보다 재킷의 어깨선에서 먼저 드러나는 것과 같이 패션 영화에서 옷은 심리 묘사에 가깝다. 패션 용어의 영어 표현에도 흥미로운 점이 있다. 테일러드(Tailored)는 단순히 "잘 맞는 옷"이 아니다. 어원은 tailor(재단사)에서 왔으며, "누군가를 위해 재단된 옷"이라는 뜻으로, 기성복보다 개인의 정체성을 더 강하게 담는 단어다. 또 하나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실루엣(Silhouette)인데, 이 단어는 프랑스 재무장관 에티엔 드 실루엣(Étienne de Silhouette)의 이름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지나친 절약 정책으로 유명했는데, 당시 사람들은 값싼 그림자 초상화를 비꼬며 "실루엣 같다"고 불렀다. 그 말이 오늘날 패션에서 '옷의 윤곽'으로 자리 잡았다.

패션은 늘 사치의 언어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절약과 생존, 계급과 연결된 단어들이 많다. 이번 속편 또한 성공은 여전히 화려하지만, 사람들은 더 이상 화려함만을 동경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무엇을 입느냐보다 "왜 그렇게 입느냐"가 중요해진 시대를 시사한다. 원작 소설 'The Devil Wears Prada' 역시 비슷한 질문에서 출발했으며 작가인 로런 와이스버거(Lauren Weisberger)는 실제 패션 매거진 업계 경험을 바탕으로, 성공과 욕망, 커리어와 자아 사이의 균열을 그려냈다. 결국 이 이야기는 옷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나는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로 사람들은 옷을 갈아입는다고 생각하지만, 때로는 옷이 사람의 태도를 먼저 갈아입힌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지금, 프라다는 여전히 악마를 입고 있지만 사람들은 이제 브랜드보다 그 안의 실루엣(silhouette)을 더 오래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진짜 스타일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화려함이 아니라, 자신만의 방식으로 테일러드된(tailored) 삶에 가까운 것인지도 모른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 포스터 [사진=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조수진영어연구소' 조수진 소장 [사진=조수진영어연구소]

◇ 조수진 소장은 베스트셀러 '패션 X English'의 저자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영어교육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특히 패션과 영어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로 영어 교육계에 적지 않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UPENN) 교육학 석사와 스톡홀름 경제대학교(SSE) MBA 출신으로 (주)일미푸드의 대표이사와 '조수진영어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김양수 기자(lia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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