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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기의 도보기행]<6> 강화의 보석 같은 섬, 동검도 해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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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펄과 오래도록 바다를 지켜온 바람, 바위, 갈대"

[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좁은 다리를 건너, 섬의 시간으로 들어서다

동검도 들어가는 다리 [사진=박성기 작가]
동검도 들어가는 다리 [사진=박성기 작가]

강화도 섬 속의 섬 동검도는 면적이 약 1.6㎢의 작은 섬으로, 초지대교를 건너 강화도 남쪽 해안을 따라 약 5킬로미터쯤 가면 만난다

동검도로 이어지는 연륙교는 좁아서 차량 교행이 불편하다. 차 한 대가 지나가면 다른 한 대는 잠시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조심스레 다리를 건너 동검도에 들어섰다.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난 길을 따라 채플갤러리로 향했다. 어젯밤 늦게 내린 비로 하늘이 맑고, 바람이 선선했다. 낮은 언덕에 올라서니 바닷물이 빠지고 드러난 개펄이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빛났다.

동검도 들어가는 다리 [사진=박성기 작가]
바닷물이 빠지고 드러난 개펄 [사진=박성기 작가]

바다를 향한 작은 예배당, 채플갤러리

채플갤러리는 깊은 울림을 주는 공간이다. 이곳은 조광한 신부가 지은 채플로, 예배당과 작업실이 마주 보고 서있다. 다양한 스테인드글라스 예술작품이 전시된 갤러리 건물을 지나면, 아주 작은 채플이 바다를 향해 서 있다.

동검도 들어가는 다리 [사진=박성기 작가]
밖에서 본 채플(예배당) [사진=박성기 작가]

채플(chaple,예배당) 문을 열고 들어서면, 몇 사람만이 들어갈 수 있는 7평의 아담한 공간이다. 스테인드글라스로 장식된 작은 예배당 안에는 색유리를 통과한 햇살이 벽과 바닥에 조용히 내려앉아 있다. 바다를 향해 난 작은 창과 그 너머로 펼쳐지는 개펄, 그리고 그 앞에 선 예수님상은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동검도 들어가는 다리 [사진=박성기 작가]
동검리 동검교회 [사진=박성기 작가]

채플갤러리를 나와 작은 동검교회를 지나니,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는 섬 끝 마지막 버스정류장이다. 바닷물이 빠져나간 개펄은 깊게 고랑을 드러내고 있었고, 그 위에 고인 물빛은 햇살을 받아 반짝였다. 개펄의 등 위로 내려앉은 빛이 반사되어, 개펄이 검게도 희게도 비치는 착시를 만들어냈다.

시선이 닿는 남쪽 끝, 청라신도시의 높은 건물들이 신기루처럼 솟아올라 마천루를 이루고 있었다. 시간이 멈춘 듯 평온한 동검도와 저 멀리 고층 빌딩들의 수직 풍경이 대조를 이루었다.

바위와 개펄 사이, 바다가 물러난 길을 걷다

동검도 들어가는 다리 [사진=박성기 작가]
동검리 바닷길. 밀려난 바닷물은 저멀리 끝으로 잘 보이지 않는다 [사진=박성기 작가]

캠핑장을 지나 바닷길로 들어섰다. 길은 모래사장이 아니라 해초와 다양한 모양의 바위가 어우러진 길이었다. 조심조심 넘어지지 않게 바닷길을 걸었다. 개펄은 말라 단단해져 있어 디뎌도 발이 빠지지 않았다. 여기저기 게의 숨구멍만 송송 뚫려 있었다.

이따금 바위 위에서 햇살을 즐기던 작은 생명들이 사람의 발걸음에 놀라 재빠르게 움직이며 사라졌다. 염생식물이 자리를 채워 눈을 즐겁게 했고, 바다를 가로막듯 선 갈대가 지천이었다. 갈대는 바람을 타고 고개를 흔들며 반가운 인사를 건네는 듯했다.

동검도 들어가는 다리 [사진=박성기 작가]
동검리 앞 개펄과 갈대 [사진=박성기 작가]

바람이 휙 지나갈 때면 갈대는 한꺼번에 몸을 기울였다가 다시 일어섰다. 그 모양이 숨을 쉬는 것 같아 "야, 섬이 숨을 쉰다"라며 환호를 올렸다.

길을 따라 걷다 보니 동검낚시터와 길게 이어진 산등성이 끝자락의 선착장이 보이는 곳에 도착했다. 100여 미터만 더 가면 편한 길로 올라설 수 있었지만, 길이 험해져 더 이상 진행하기가 힘들었다. 바다를 지키던 빈 초소 옆 오르막을 따라 올라가니 차도가 나타났다.

두루미가 쉬어가는 선착장

동검도 들어가는 다리 [사진=박성기 작가]
동검 선착장에서 바라본 동검리 마을회관 방향. [사진=박성기 작가]

오후로 접어드는 시간, 해는 중천에 걸려 있었고 5월의 봄볕은 따뜻했다. 동검도의 맨 끝자락, 동검선착장에 도착했다. 선착장 전망대에 서니 남쪽으로는 드넓은 개펄이 펼쳐져 있다.

이곳 전망대는 두루미 전망대이다. 안내판에는 3천여 마리밖에 남지 않은 천연기념물 보호종이 겨울 한철 이곳에 머문다고 적혀 있었다. 개펄이 품은 생명의 깊이에 경외감이 들었다. 겨울에 동검도에 다시 올 이유 하나를 마음에 두었다.

갈대의 길을 내는 섬의 끝

선착장을 지나니 길은 상쾌한 바람을 동반했다. 길가에는 풍경 좋은 카페들이 바다와 이웃해 걷는 자를 유혹하고 있었다. 차도를 따라 걷는데, 길과 개펄을 품은 바다가 갈대와 어우러져 한눈에 펼쳐졌다.

물이 빠진 자리마다 생명이 숨 쉬고, 바람이 지나간 자리마다 갈대가 흔들렸다.

섬의 마지막 귀퉁이, 거북 모양 섬의 오른쪽 어깨에 해당하는 곳으로 향했다. 감리마을을 지나자 차도는 끝나고 작은 길이 이어졌다. 나무를 헤치고 들어서니 처음 만났던 바닷길과는 다른 길이 나타났다.

동검도 들어가는 다리 [사진=박성기 작가]
갈대가 200미터쯤 바다로 뻗어가 장관을 이룬다. [사진=박성기 작가]

바닷길을 가득 채운 갈대는 바람에 길을 내고 있었다. 때로는 파도처럼, 때로는 참새 떼처럼 몰려다니는 장관을 보여주었다. 처음 걸었던 길이 바위의 길이었다면, 이곳은 나무와 갈대, 염생식물과 개펄, 그리고 바람이 어우러진 길이었다.

갈대는 개펄 위로 길고 좁게 뻗어 마치 둑처럼 200여 미터를 이어갔다. 한동안 그 풍경 앞에 머물러 정신없이 셔터를 눌러댔다. 길은 다시 거칠어졌다. 쓰러진 나무와 높게 자란 갈대, 아직 덜 굳은 개펄이 발걸음을 더디게 했다.

풀섶과 개펄 사이를 오가며 걷기를 여러 번 반복한 끝에 마침내 동검도 입구에 이르렀다. 한 바퀴 도는 길은 약 7킬로미터 남짓이다. 이곳저곳 둘러보고 걸어도 평지의 바닷길이라 세 시간이면 넉넉하다.

발 끝에 스미는 강화의 기억

동검도 들어가는 다리 [사진=박성기 작가]
다시 해변길이다. 여기서부터 코너를 돌때까지 갈대길이다. [사진=박성기 작가]

동검도를 걷는다는 것은 단순히 해변을 도는 일이 아니다. 개펄과 오래도록 바다를 지켜온 바람, 바위, 갈대 사이를 걷는 일이며, 오래된 시선을 함께 밟는 일이다. 물이 빠진 자리에는 개펄의 숨이 남아 있고,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는 갈대의 흔들림이 남아 있다.

그 사이를 걷다 보면 섬은 풍경으로만 다가오지 않는다. 오래전부터 이곳에 쌓여온 시간, 물때를 따라 드러나고 감추어지던 생명의 리듬, 그리고 바다를 향해 열려 있던 강화의 기억까지 천천히 발끝에 스며든다.

동검도 들어가는 다리 [사진=박성기 작가]
동검도를 한 바퀴 돌아 다시 동검도 연륙교 다리다. [사진=박성기 작가]
동검도 들어가는 다리 [사진=박성기 작가]
박성기 여행가

◇ 박성기는 자유(도보)여행가다. 일상에 반복 속에서 문득 '길'이 그의 눈에 들어온 이후, 배낭을 메고 우리나라 길을 걷고 있다. 길 위에서 만난 풍경은 그에게 말을 걸었다. 사람들이 가진 저마다의 사연은 걸음을 멈추게 했다. 그는 걷는 동안 자연을 다시 바라보고, 삶의 속도를 늦추는 기쁨을 기록해 왔다. 길이 건네는 위로와 걷는 이들의 따뜻한 시선을 모아 주변에 알리고 있다. 저서로는 '걷는 자의 기쁨', '걷는 자의 기쁨 – 그 두 번째 이야기'가 있다.

/이미영 기자(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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