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양수 기자] 한국의 꽃샘 추위(cold snap), 영어권의 인디안 서머(Indian Summer)는 계절의 경계가 흔들리는 현상을 두 문화권이 반대로 포착해 사용하는 재미있는 표현이다. 즉 꽃샘추위는 ‘꽃을 시샘하는 추위’라는 한국어의 시선을 담고 있고, Indian Summer는 '떠나지 못한 여름의 여운'을 담고 있다.
하지만, 요즘 날씨는 한국의 꽃샘추위와 초여름이 하루에 번갈아 등장하며 두 언어권 어디에도 딱 맞는 표현이 없는 날씨로 흘러가고 있다.
![배우 차정원의 간절기 스타일링. [사진=차정원 인스타그램 ]](https://image.inews24.com/v1/946ebaf6df450a.jpg)
아침 8℃, 낮 25℃. 이런 날 옷장을 여는 순간 무엇을 입을지 고민스럽다면 정답은 레이어링(layering)이다. ‘겹쳐 입기’라는 뜻이지만, 단순히 여러 벌을 껴입는 것이 아니라 ‘벗었을 때와 입었을 때가 모두 세련돼 보이는 구성’이 중요하다.
예를 들면, 얇은 니트 위에 트렌치코트, 그 아래 반소매 티셔츠. 해가 뜨면 한 겹씩 벗어내면서도 실루엣이 무너지지 않아야 진정한 레이어링이다. 요즘 해외 패션지에서 자주 등장하는 또 다른 표현이 트랜스 시즈널(trans-seasonal)이다. 말 그대로 ‘계절을 가로지르는’이라는 뜻으로, 봄·가을 간절기뿐 아니라 하루 안에 봄·여름이 오가는 요즘 같은 날씨에 꼭 맞는 단어다. 브랜드들도 이에 맞춰 '4계절 아우터(all-season outerwear)' '경량 퀼팅 재킷(lightweight quilted jacket)' '샤켓(shacket - shirt+jacket의 합성어)' 같은 신조어 아이템들을 앞세우고 있다. 샤켓은 셔츠처럼 가볍지만 재킷처럼 든든하게 입을 수 있어, 일교차 15℃ 시대의 대표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러닝이 국민 운동으로 자리 잡으면서 운동복이 곧 일상복이 되는 흐름이 뚜렷하다. athletic(운동)과 leisure(여가) = athleisure(애슬레저), One-mile wear (원마일웨어- 집 근처 외출용 편한 옷), Loungewear (라운지웨어 - 집에서 입지만 밖에서도 가능한 편안한 옷), Workleisure (워크레저 - 일(work) + 여가(leisure)로 출근도 가능한 편한 옷), Effortless wear(꾸안꾸 같은 자연스러운 스타일)과 같은 용어들의 큰 흐름은 세 가지(편안함 + 기능성 + 일상화)를 묶은 것이다.
미국의 20대 사이에서는 PPP(Pink Pilates Princess)라는 표현이 유행 중인데, 핑크색 운동복을 입고 필라테스를 하는 모습을 SNS에 올리는 새로운 '애슬레저 서브컬처'를 가리킨다. 'Good Ol' Raisins and Peanuts(늘 먹던 건포도와 땅콩’을 뜻하는 GORP와 core가 결합한) 애슬레저 룩은 ‘등산복이지만 등산하러 가지 않는 룩’이다. 특히, 고어텍스(GORE-TEX) 재킷, 플리스 조끼, 카고 팬츠, 트레일 러닝화를 도심에서 입으며 인기몰이를 하다가, 2026년의 고프코어는 한층 진화 한 듯 하다. 네온 컬러 등산복 같은 과장된 연출은 사라지고, 'Quiet Outdoor(콰이어트 아웃도어)'라는 새 트렌드가 떠오르고 있다. 로고는 최소화하고, 기능성 소재는 유지하되 실루엣은 도시적인 컨셉을 유지하며 파타고니아(Patagonia), 아크테릭스(Arc'teryx), 살로몬(Salomon) 같은 전통 아웃도어 브랜드가 하이엔드 패션 매장에 나란히 걸리고, 루루레몬(Lululemon)은 '운동복을 넘어선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결국 옷은 날씨를 따라간다기보다, 날씨를 해석하는 방식에 가까워지고 있다. 꽃을 시샘하는 추위와 본격적인 여름의 시작을 망설이는 그 사이 어딘가, 이름 붙이기 어려운 봄을 살아가는 요즘 우리는 어쩌면 옷장 속에서 가장 정확한 weather report(일기 예보)를 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Winter may be jealous of the flowers, but our wardrobe isn’t.(겨울은 꽃을 시샘할지 몰라도, 우리 옷장은 그럴 틈이 없다.)
![배우 차정원의 간절기 스타일링. [사진=차정원 인스타그램 ]](https://image.inews24.com/v1/1d33d3860ea3e4.jpg)
◇ 조수진 소장은 베스트셀러 '패션 X English'의 저자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영어교육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특히 패션과 영어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로 영어 교육계에 적지 않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UPENN) 교육학 석사와 스톡홀름 경제대학교(SSE) MBA 출신으로 (주)일미푸드의 대표이사와 '조수진영어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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