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무엇 하나 허투루 만든 것이 없다. 구두 소리까지 인물을 표현하는 장치로 사용하고 싶어 재녹음을 할 정도다. 이러니 감정선을 담은 액션에서는 얼마나 또 치열하게 작업을 했을까 싶다. 그러니 라트비아에서 아플 수밖에. 쓸개에 돌이 두 개나 있을 정도로 고통이 있었음에도 영화 작업에만 임했다는 류승완 감독이다. 그러니 '휴민트'가 이토록 잘 만든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이 아닐까 싶다.
26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코엑스에서 류승완 감독의 '재미의 조건' 출간 기념 '휴민트' 특별 GV가 진행됐다.
![류승완 감독이 영화 '휴민트' 촬영 현장에서 연출 지휘를 하고 있다. [사진=NEW]](https://image.inews24.com/v1/b96a25f75edb04.jpg)
'휴민트'는 비밀도, 진실도 차가운 얼음 바다에 수장되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이들이 격돌하는 이야기다. 연출을 맡은 류승완 감독을 필두로 조인성, 박정민, 박해준, 신세경까지 합세해 강력한 시너지를 완성했다. 특히 이 작품은 류승완 감독의 한층 업그레이드된 액션뿐만 아니라 박정민과 신세경의 처절한 멜로로 큰 호평을 얻고 있다.
이날 류승완 감독은 영화 음향과 관련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현장 동시녹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희 기준은 현장 동시녹음을 잘 살리는 것이다. 후시녹음을 해야 대사가 잘 들린다고 생각하는데, 안 들리는 건 안 들린다"라며 "좁은 부스에서 녹음하면 감각을 다시 깨우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나중에 보충하지만, 일종의 공기도 중요하다. 그래서 현장 동시녹음을 최대한 잘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휴민트'의 액션은 실제 내가 맞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정도로 엄청난 타격감, 현실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이에 대해 류승완 감독은 "액션은 동시녹음으로 다 할 수 없다. 총소리 같은 경우 크기는 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것이 공포탄이라 실제 총 쏘는 소리와 다르다"라며 "그래서 액션은 나중에 소리 작업을 많이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외유내강에서 작업하는 영화는 녹음하는 일정을 따로 빼기도 한다고. 그는 "황치성(박해준 분)의 구두 소리가 묵직하고 좋은 소리로 되어있었는데, 날카롭고 얇은 굽이면 좋겠더라. 옛날 굽을 찾아서 발소리를 다 녹음했다"라며 "말을 안 해도 움직임, 신발의 질감이 그 사람을 표현한다고 생각해서 조 과장(조인성 분)도 다시 녹음했다. 그렇게 귀찮게 해서 녹음실에서 저를 안 좋아한다"라고 밝혔다.
![류승완 감독이 영화 '휴민트' 촬영 현장에서 연출 지휘를 하고 있다. [사진=NEW]](https://image.inews24.com/v1/5610306b5b9dee.jpg)
류승완 감독의 작품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담긴다. 이번 '휴민트' 역시 마찬가지. 류승완 감독은 "관심사는 변한다. 재미의 기준, 재미있어하는 대상도 변한다"라며 "예전엔 장르에 매혹되곤 했다. 미친 듯이 웃고 싶어 할 때 코미디 장르의 쾌감을 느끼고, 액션, 공포도 그렇다. 점점 해당 장면의 목표치에 도달하려면 그 인물에 빠져들지 않으면 안 되니까 캐릭터라고 하는 인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사람을 관찰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인성 배우가 "심리적인 작동이 전혀 되지 않는 상태에서 액션은 그냥 운동의 힘 아니냐"고 하더라, 사실 인간이 격투하는 걸 보려면 이종격투기도 많다. 몸의 움직임을 보려면 서커스가 흥미롭다"라며 "하지만 영화를 보면 그 인물을 응원하고 미워하는 감정이 생긴다. 그래서 사람에게 관심을 두게 된다. 가장 최근의 변화는 약간의 과학에 관한 관심이 생기긴 했다. 너무 감정적으로 보지 않고, 편견을 가지지 않고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고백했다.
류승완 감독은 2년에 영화 하나는 만든다는 자신만의 약속이 있다. 그 이유에 대해 "강박일 수 있는데,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고 하지 않나. 영화 만드는 건 제 직업이고 일이다"라며 "예전엔 다른 일도 잘했는데 이제는 형광등 가는 일도 버벅댄다. 노동하면서 먹고 살아야 한다"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제는 물리적인 나이를 인정해야겠더라. 나이가 드니 2년에 한 번은 정말 힘들구나 싶다"라며 "이것도 강박적으로 안하고 속도를 천천히 해야겠다는 변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류승완 감독이 최근 출간한 책의 제목은 '재미의 조건'이다. 이에 "재미있는 영화의 조건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그는 "무대인사를 다니다가 관객분들에게 편지를 받았다. 저에게 줄 때 조인성, 박민정에게 전해달라는 줄 알고 셔틀 하려고 했는데 제 편지더라"라며 "두 분의 사연이 기억난다. 한 분은 최근에 개인적으로 힘든 일을 겪었고, 한 분은 젊은 분인데 어려운 병마와 싸우고 있다. 이분들이 각기 다른 이유로 '휴민트'가 좋았다고 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절대적인 조건의 재미있는 영화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나에게 좋은 영화가 있는 거고, 만드는 사람도 누군가에게 좋은 영화가 있는 거다. 그 누군가가 여러분들이었으면 하고 만드는 거다. 저의 첫 번째 관객인 저 자신과 저와 가까운 사람들이 봤을 때 끄덕일 수 있는 영화가 그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각기 어떻게 받아들이냐, 어떤 시점에 나에게 그 영화가 다가오는지가 중요하다. 그래서 각기 다 다르다"라며 "재미있는 영화, 좋은 영화는 자기 안에 품고 있고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예전엔 시간을 뚫고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더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한 줄로 소비하는 영화가 아니라 이 영화를 가지고 생각을 나누고 그 기억마저 소중하게, 관계를 확장하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런 마음이 '휴민트'에도 가득 담겼다. 류승완 감독은 "조 과장이 "우리 이거밖에 안 됩니까?"라고 한다. 그건 강혜정 대표가 현장에서 만든 대사다. 조금 더 드러내는 방식의 대사였는데, 강혜정 대표가 이렇게 말할 것 같다고 하더라. 제가 썼던 대사를 잊을 만큼 그게 훅 왔다"라고 "그 대사는 죄책감도 있지만, 본질적으로 염치가 작용한 것 같다. 조 과장은 되게 이기적인 행동을 한다. 여기 등장인물들은 다 이기적인 선택을 한다. 조 과장은 첫 작전에 실패하는데, 일이냐 양심 중 후자를 선택하는 건 이기적이다. 자기가 가진 마음의 부채감을 털어내기 위한 선택인 거다. 이타적인 행위이기도 하지만 내 마음 편해지고자 하는 것이 있다"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그는 "'사람이란 무엇이냐'는 어려운 질문인데 제가 만들면서 바라본 모습은, 언젠가 어느 순간엔 혼자 남는 존재다. 숙명적이지만 어쩔 수 없이 이별해야 한다. 이별하고 혼자 있어야 한다"라며 "조 과장이 혼자 있는 마지막이 더 쓸쓸한 것은 왜 이런 힘든 일을 겪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옆에 있는 사람들과 잘 지내고 도닥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류승완 감독은 '휴민트' 배우들과의 호흡에 대해 "영화를 만들다 보면 극도로 예민해지는 순간이 자주 있다"라며 "배우들은 카메라 앞에 서서 레디부터 컷까지, 완전히 다른 세계로 들어가기 때문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연출자로서 배우 컨디션에 대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나쁜 것이 아니라, '몸이 안 좋나?', '잠 못 잤나?' 등 다 신경이 쓰인다"라며 "그런데 이번에는 단 한 명의 배우도 컨디션 신경을 안 쓰게 해줬다"라고 전했다.
또 그는 "다른 작품을 같이 한 배우들도 좋은데, 이번 현장은 전체적으로 거의 모든 배우가 저보다 나이가 어렸다. 이런 건 처음이다. 물론 김의성, 장현성 배우가 있지만 이건 논외로 치자"라며 "내가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싶기도 한데 그건 아닌 것 같다. 나이 어려도 티 나게 예민한 배우도 있다. 이번에는 정말 팀워크가 좋았다"라고 남달랐던 팀워크를 자랑했다.
이날도 류승완 감독에게 박건(박정민 분)이 조 과장에게 하는 마지막 말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그는 "귓속말로 무슨 말을 했는지는 박정민 배우도 질문을 받고 "앞으로 5년 동안 이것에 대한 답을 안 하겠다"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5년이 지나도 말하지 않겠다. 그때는 더 궁금해할 사람은 없을 것 같지만"이라며 "저는 무슨 말 했는지 알지만 안 알려드리겠다. 한 번 더 자세히 보면 알 수 있다. 관객 각자마다 영화 보면서 느끼는 것이 있다. 제 의도는 그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한 관객이 "가열차게 살아라"라고 외치자 류승완 감독은 "그래도 그건 아닌 것 같다"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 "제가 지난 GV에서 박건의 심리 상태를 유아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박건의 선택은 숭고한 희생도 목적이지만 그보다는 채선화(신세경 분) 마음속에 남고 싶었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또 그는 "생각해보면 자기가 살아남아 봐야 체제에서 강요받는 순간이 온다. 그리고 이들은 전에 이별했다"라며 "내가 그녀에게 행복을 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박건은 답을 못 내렸다. 고통스러운 거다. 그래서 자신의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을 보여주고 그녀의 마음속에 남겠다는, 아이 같은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면에서 선화가 더 성숙하다. 흔적도 안 남기고 떠났다. 아픔을 최소화하기 위해 떠난 거다. 얼마나 힘들겠나"라며 "박건은 그런 심리에서, 막상 죽어가니까 조 과장(조인성 분)에게 뭔가를 부탁한 거다. 그때 자기 솔직한 심정을 얘기한다. 각자 자신들이 살아온 경험에 따라서 생각하는 대사는 다 달라질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류승완 감독은 "'휴민트' 라트비아 촬영 끝나고 응급실 가서 수술했다. 쓸개에 엄지손가락만 한 돌 두 개가 나왔다"라며 "촬영하면서 많이 아팠는데, 알고 보니 그걸 몸 안에 품고 촬영을 한 거다"라고 고백했다. 이어 "수술 마치고 저는 마취된 상태여서 몰랐는데, 강혜정 대표에게 의사가 "뭐 하는 사람이냐"라고 했다고 하더라. 그 돌은 기념으로 가지고 있다. 그게 터졌으면 심각한 거였는데, 많이 아팠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 영화 후반 작업까지 다 마치고 나서는 여한이 없는 느낌이었다. 하고 싶은 거 다 했다"라며 "영화를 꿈꾸던 소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많은 것을 했지만, '휴민트' 같은 인물, 정서는 못 해봤던 거다. 이거까지 하고 나니 홀가분하고 편해졌다"라고 밝혔다.
"다음 영화가 좋아질지 나빠질지는 해봐야 안다. 다음 영화를 찍을지도 모르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 류승완 감독은 "행복한 것은 하고 싶은 걸 다 해봤다는 거다. 성과와 상관없다. 거창하게 "신이시여, 제가 이런 영화를 만들었습니까?" 하는 게 아니다. '이제 말을 할 줄 아는구나', '이제 걸을 줄 아는구나' 정도가 되어서 마음이 편한 거다"라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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