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간절하게 원했고, 진심을 다했다. 이종필 감독과 배우 고아성이 같은 꿈을 마음에 품었고, 정성으로 '파반느'를 빚어냈다. 누구보다 '파반느'를 아끼고 사랑했던 두 사람이다. 여기에 영리한 배우 변요한과 청춘의 풋풋함을 안은 배우 문상민이 함께해 '빛'을 더했다.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수작 '파반느'다.
지난 20일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파반느'(감독 이종필)는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아가던 세 사람이 서로에게 빛이 되어주며 삶과 사랑을 마주하게 되는 영화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탈주' 등 차가운 현실에 놓인 청춘들의 이야기를 다양한 장르로 그려내며 주목받은 이종필 감독의 연출작이다.
![이종필 감독이 넷플릭스 영화 '파반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https://image.inews24.com/v1/9754643790822c.jpg)
고아성은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으로부터 숨은 여자 미정 역을, 변요한은 락 음악을 좋아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요한 역을, 문상민은 꿈을 접고 현실을 사는 청년 경록 역을 맡아 설레는 케미스트리를 완성했다.
이종필 감독은 섬세하면서도 감각적인 연출력을 바탕으로 유쾌하면서도 담담하고, 또 치열하게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성장해 나가는 캐릭터에 공감의 서사를 부여하며 그들을 진심으로 응원하게 만든다. 이번 '파반느' 역시 마찬가지.
"하루하루를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밀착한, 보다 본질적인 사랑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파반느'를 통해 각자의 방식으로 사랑을 품고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기억하고 응원하고 싶었다"는 이종필 감독은 백화점 지하 주차장에서 만나게 된 미정과 요한, 경록이 서로에게 빛이 되어주며 자신의 삶과 사랑을 마주하게 되는 이야기를 청춘 멜로라는 장르로 풀어냈다. 다음은 이종필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원작 소설을 정말 좋아해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원작과 달라진 부분이 있지만, 원작의 결은 그대로 가져간다. 영화로 제작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무엇인가?
"원작 소설을 정말 많이 읽었고, 필사도 해봤다. 소설이니까 시나리오로 바로 안 바꾸고 인칭을 바꿔서 필사를 해봤다. 처음에는 감히 안 고치고 있는 그대로 시나리오를 한번 써보려고 시도해 봤다. 그러다 보니 너무 길어서 그걸 줄이기도 했다. 가장 큰 고민은 원작 소설의 경우 '못생긴 여자'라는 가장 큰 설정이 있었다. '이걸 할 수 있는가? 이걸 시각적으로 어떻게 보여줄 수 있는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그럼 어떤 것이 못생겼나 싶어 그림도 그려봤다. 인터넷에 못생긴 여자를 검색해보기도 했다. 이 여자의 얼굴을 상상하기 위해 꽤 오래 그런 과정을 거쳤다. 그러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그걸 하고 있으니까 자괴감이 생기더라. '내가 뭘 하고 있나? 이게 맞나? 어떻게 하지?' 싶었다. 소설에는 이목구비에 관한 이야기는 없다. 그럼 소설은 왜 못생긴 여자가 등장하는가에 대해 생각해보면,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1985년이라는 시대에 자본주의 얘기를 많이 한다. 물론 청춘의 사랑 이야기도 있지만, 그만큼 비중을 차지하는 건 '한국 사회에서 소비 중심의 자본주의가 성장하던 시기에 정말 좋은 게 좋은 것이고 예쁜 것이 다인가. 혹은 한국 80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외당하는 존재는 없었던가. 차별받는 존재는 없는가'다. 자본주의 사회, 외모지상주의를 넘어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런 테마를 원작에서 다루기 위해선 못생긴 여자 설정이 와닿았던 거다. 그런 점도 의미가 있지만, '내가 하고 싶은가'라고 했을 때 20대 시절에만 느낄 수 있는 사랑, 혹은 삶의 공기 같은 것을 전하고 싶었다. 이런 생각이 맞물려 있던 와중에 고아성 배우를 만났다."
![이종필 감독이 넷플릭스 영화 '파반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https://image.inews24.com/v1/06c73fcdab09e5.jpg)
-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때였나?
"그 이전이다. 제가 '전국노래자랑'을 류현경 배우와 같이 했는데 아성 배우와 친하다. 그래서 아성 배우는 제가 이걸 준비한다는 걸 알고 있었고, 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당신은 너무 예쁘잖아"라고 하니까 "저는 이 인물의 눈을 표현할 수 있다"라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알겠더라. 다 풀렸다. 이건 '못난 얼굴'이 핵심이 아니라 사랑할 자신이 없는 어떤 초라한 마음 같은 거다. 영화에서의 미정이라는 인물은 감정 이입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생각해보면 사랑에 관해 자신 있다고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왠지 초라해지고 작아지고 못난 것 같다. 아무리 꾸며도 거울 보면 갑자기 우울해진다. 아성 배우의 말을 들으니 그게 핵심인 것 같았다. 이게 어둠과 빛에 관한 이야기기도 해서, 음울한 인상 같은 것에 치우치기보다 반대로 아름다운 이야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어떤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했나?
"한번 보고 "예쁘네"라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상하게 마음에 남는 것이다. 매끈매끈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까끌까끌한. 요즘은 미학에 너무 질감이 없는 것 같다. 아성 배우 얼굴을 보면 까끌까끌하다. 그리고 이거랑 대비하기 위해 초반에 브라질리언 왁싱 얘기를 한다. 매끈해지는 거라는 대사로 대립을 주려고 넣은 거다. 아성 배우 콘셉트를 어둠 속에 오래 방치된 꺼져 있는 전구로 잡았다. 필라멘트가 있듯이, 이 사람한테 뭐가 있는 것 같은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 그런데 경록을 만나고 사랑을 시작하면서 점차 밝아진다. 안경 벗었더니 샤랄라 해지는 건 아니다. 아주 미세하게 변한다. 그리고 미용실을 가는 것도 아니다. 그저 머리를 땋을 뿐이다. 어느새 보면 되게 사랑스럽다. 정말로 사랑에 빠지면 이 사람이 너무 사랑스러운 거다. 그런 영화가 됐다."
- 고아성 배우가 영감이 된 것 같다.
"보이지 않는 프로듀서라고 할 수 있다. 8~9년 정도 됐으니 제일 오래됐다.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백화점 지하 주차장 탐방을 다니기도 하고 호프집도 찾아다녔다. 그러다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찍었다. 정말 오래 기다렸다. 아성 배우와 에피소드가 정말 많은데, 문상민 배우가 합류하고 셋이서 얘기하다가 정말 가볍게 리딩을 했다. 영화에서 아성 배우가 "왜 그렇게 나에게 잘해줘요?"라고 하면 상민 배우가 "그러면 안 돼요?"라고 한다. 그런데 더 하지 않고 우는 거다. 긴 시간 혼자 그 대사를 읽었는데 문상민 배우가 나타난 거다. 경록이 나타나 같이 읽으니까 너무 감격스러웠던 거다."
![이종필 감독이 넷플릭스 영화 '파반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https://image.inews24.com/v1/4eda8008ee5670.jpg)
![이종필 감독이 넷플릭스 영화 '파반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https://image.inews24.com/v1/c2f0a7c8efe7fa.jpg)
![이종필 감독이 넷플릭스 영화 '파반느'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https://image.inews24.com/v1/897f805f3f6380.jpg)
- 미정과 혼연일체 된 느낌이다. 얼마나 오랜 시간 간절하게 미정을 그렸으면 그랬을까 싶다.
"그 정도로 이 영화를 함께 하고 싶어 했다. 촬영 끝나고 들었는데, 어떤 감독님을 만났다고 하더라. 그 감독님이 고아성 배우에게 "멜로 영화를 준비하는데 같이 하고 싶다"라고 했다. 그렇게 제안을 했더니 아성 배우가 정중하게 "저는 '파반느'를 기다리고 있다. 제가 제안 주신 역할을 하면 '파반느'를 못하게 될 것 같아서 죄송하지만 거절해야 할 것 같다"라고 했다더라. '파반느'를 해야 해서 멜로는 안 한다는 거였다. 우리가 오래전부터 만나 얘기를 했지만, 투자가 어려운 시나리오다. 그래서 계속 안 됐고, 연락이 뜸했다가 '삼진그룹' 때 다시 만났다. 그거 끝나고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런 와중에 그런 제안을 받고 그랬다고 하더라."
이종필 감독은 '파반느' 촬영이 끝난 후 고아성에게 받았다는 엽서와 '월간 미정'이라고 적힌 그림 쪽지를 꺼냈다. 그리고 고아성이 쓴 편지를 읽었다. "독립서점에서 판매하는 인쇄물 같은 건데 이렇게 쓰여 있다. 2017년쯤인가, 감독님과 첫 미팅을 하고 근처 책방 들어왔다가 우연히 발견한 1000원짜리 종이에요. '파반느'를 너무 하고 싶어서 부적마냥 사서 그동안 가지고 다녔는데 이제 미정의 기억을 간직한 채로 돌려드리게 됐네요."
- 배우가 캐릭터와 작품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너무 잘 느껴진다.
"한국에 많은 배우가 다 이런 마음으로 영화를 한다고 생각한다. 저는 고아성이라는 배우를 두 번 만났기 때문에 이 배우를 다 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진심이나 진정성, 이런 말로도 형용할 수 없다. 그래서 더 많은 분이 사랑해줬으면 하는 배우다. 연출자의 입장에서 봐도 너무 대단한 배우다. 감동이 있다. 미정 그 자체다."
- 배우가 이렇게 간절하게 진심으로 작품에 임했을 때, 더 잘 찍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부담감 같은 것이 생기지는 않았나?
"그 정도 오래 준비했으면 같은 꿈을 꾼다. 촬영할 때 기분이 이상했다. 얘기하고 상상했던 장면을 찍는데 하나씩 끝나간다. 저도 모르게 울컥하고 있으면 아성 배우도 구석에서 같이 울컥하다. 그리고 이게 맞나 할 때가 있는데 같이 그랬다. 정말 잘하고 싶었다. 이렇게 오래 기다려준 아성 배우를 위해 더 정성을 들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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