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분량은 많지 않지만, 전미도가 '왕과 사는 남자'에서 보여준 존재감은 상당하다. 박지훈과 유해진 합도 슬프지만, 박지훈과 전미도의 각별한 관계성 역시 관객의 마음을 울리는 눈물 포인트였다. 이는 캐릭터가 밋밋하지 않게 꼭 필요한 디테일을 살리고, 슬픔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대기 시간 동안 퉁퉁 부은 눈을 유지하고 촬영에 임한 전미도의 남다른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단종의 평생 벗이자, 누이이자, 어머니였던 매화가 마지막까지 그토록 빛날 수 있었던 이유다.
지난 4일 개봉된 '왕과 사는 남자'(감독 장항준)는 1457년 청령포, 마을의 부흥을 위해 유배지를 자처한 촌장과 왕위에서 쫓겨나 유배된 어린 선왕의 이야기를 그린다. 한국 영화 최초로 단종의 숨겨진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다룬 작품으로, 유해진과 박지훈, 전미도, 유지태, 김민, 안재홍, 이준혁, 박지환 등이 출연했다.
![배우 전미도가 프로필 촬영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미디어랩시소 ]](https://image.inews24.com/v1/804a6ae7febb9b.jpg)
관록의 배우 유해진과 단종 그 자체가 된 박지훈이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가슴 아픈 서사 속 신들린 열연을 펼쳐 극찬을 얻고 있다. 이에 '왕과 사는 남자'는 개봉 5일 만에 100만, 12일 만에 2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예매율 역시 1위로, 설 연휴 동안 300만 돌파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미도는 이홍위(박지훈 분)를 보필하는 궁녀 매화 역을 맡아 유해진, 박지훈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매화는 이홍위가 걸음마를 시작했을 때부터 가족처럼 따뜻하게 보살폈고, 광천골 유배길에도 함께했다. 식음을 전폐한 채 불안한 시간을 보내는 이홍위의 곁을 걱정 가득한 마음으로 끝까지 지켜 관객들의 마음을 울린다. 다음은 전미도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공연, 영화, 드라마 등 모든 매체를 왔다갔다 하면서 연기를 하고 있다. 무대와 카메라 연기는 차이점이 있기도 할 텐데 그런 지점에서 고민이 있기도 한가?
"왔다갔다 해도 잘하는 분들은 어떻게 그렇게 잘할 수 있는지 궁금할 정도다. 무대는 배우가 소극장에 섰을 때와 대극장에 섰을 때의 에너지가 다르다. 관객수가 다르고 극장 크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카메라 앞에서 하는 건 어느 정도의 에너지를 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더라. 또 기술이 필요한 것 같은데, 아직은 제가 다 신경 쓰면서 연기를 잘 못 하겠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는 찍겠지 하면서 제 연기를 하는데 제가 계산한 것처럼 카메라에 다 담기지 않는다. 이건 분명히 내가 해내야 하는 몫인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매번 촬영하면서 제가 가지는 숙제다. 아무리 해도 잘 안 될 때는 그만두고 싶기도 하다. 그러다 또 될 때는 '조금만 더 하면 알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고민이 항상 왔다갔다 하는 것 같다."
![배우 전미도가 프로필 촬영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미디어랩시소 ]](https://image.inews24.com/v1/4b4f4871a534be.jpg)
- 특히나 이번에는 '베르테르'와 '왕사남', 그리고 '어쩌면 해피엔딩'을 연결해서 해야 했다. 뮤지컬과 영화를 병행하면서 각기 다른 에너지를 내야 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만약에 앞뒤에 붙었던 작품이 처음 하는 것이었다면 소진이 됐을 것 같다. 오래 해온 작품이다 보니까 새로운 에너지를 낸다기보다는, 해왔던 것에서 더 발전시키는 에너지를 내는 프로덕션이었다. 공연했다가 영화를 하고 또 공연하는 건 메커니즘이 다르다 보니 적응하는 것에서 피로감이 있긴 했다. 다행히 정말 감사하게도 좋은 분들만 계셨다. 영화 작업이 즐거워서 촬영하면서 힘든 줄 몰랐다. 장항준 감독님은 새벽 4시, 5시까지도 농담을 하신다. 깜짝 놀랐다. 새벽 2시엔 제 촬영이 들어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새벽 4시까지 기다렸다. 해가 뜨면 촬영을 못 하는 신이어서 1시간 안에 끝내야 했다. 아마 그날이 비 신에 말을 타는 신도 찍어야 해서 오래 걸렸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쯤이면 감독님이 힘드시지 않을까? 피곤하지 않으실까?' 했는데 전혀 아니시더라. 에너지가 넘치는 분이시다. 감독님이 에너지가 좋으니 배우도 그런 힘을 받는다. 존경스럽다."
- '마더'로 처음 드라마를 할 때 카메라 연기의 고충이 있었던 거로 안다. 하지만 그 이후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 '서른아홉', '커넥트'까지 작품을 많이 했기 때문에 어려움을 극복했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만두고 싶어진다'는 생각, 그리고 고민을 아직도 한다는 것이 놀랍기도 하다. 이런 마음이 들 때마다 자신을 다잡을 수 있는 극복 방법이 있는지 궁금하다.
"아마 자기 연기를 좋았다고 표현하는 배우는 거의 없을 거라 생각하긴 하지만, 제가 또 유난히 겁이 많은 편이다. 또 스스로에게 기준치가 좀 높은가 보다. 회피형인가 싶은 생각도 든다. 이런 생각이 들다가도 결국 다시 마음을 다잡는 건, 제가 60대 이상이 되었을 때 저의 연기가 궁금하다는 것이다. 배우를 꿈꾸면서 그 지점을 향해 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연구를 하고 있는데 뜻하지 않게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 빨리 잘 된 거다. 힘들 때마다 '지금이 과정이다. 이게 쌓여서 내가 보여주고 싶었던 연기를 하는 때가 오지 않을까? 그러려면 다양한 역할, 상황 속에서 경험해야 그것들이 쌓여서 결국 내가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시기가 오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잡는다. 아직은 내가 하고 싶은 그게 뭔지 잘 모르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면서 연기하고 있다."
- 매화는 홍위의 옆에 서 있는 그림자 역할이라고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신은 참 어려웠다 생각되는 장면이 있나?
"굳이 하나를 꼽자면 강물에 떠내려가는 음식을 마을 사람들이 건져서 확인하는 장면이 있다. 그때 홍위가 등장한다. 어두운데 신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호롱불만 들어야 한다. 장소가 돌 자갈밭이라 바닥이 평평하지 않았다. 제가 어디에 있어도 걸리적거리는 사람이더라. 새벽에 동트기 직전에 찍어야 해서 시간이 없었다. 한 사람 한 사람 찍어야 해서 여러 번 반복하는데 내 모습이 카메라에 나오고 있는지 아닌지도 모르겠더라. 그럴 때는 어려웠다."
![배우 전미도가 프로필 촬영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미디어랩시소 ]](https://image.inews24.com/v1/d4024120d9b8fe.jpg)
![배우 전미도가 프로필 촬영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미디어랩시소 ]](https://image.inews24.com/v1/d01e300f53d8d3.jpg)
- 분량 상관없이 출연을 결정했다. 좋은 역할이긴 하지만, 분량만 놓고 봤을 때는 의외의 선택 같기도 했다.
"이 영화에서 저뿐만 아니라 이준혁, 안재홍, 박지환 배우 모두 분량 상관없이 참여했다. 모두 주연을 하심에도 출연한 건, 같은 마음일 것 같다. 모두 다 이야기가 좋아서 참여하는데, 여기서 한 꼭지를 하면 감사하겠다는 마음이었다."
- 작품을 선택할 때의 기준이 있나?
"들어오는 대본 중에 선택할 때 내가 선호하지 않는, 저 스스로도 잘 못 보는 류의 장르가 있다. 내가 못 보는데 나의 연기 변신을 위해, 욕심을 위해 작품을 선택하지는 말자는 생각이다."
- 드라마, 영화에서 악역을 보는 건 어려울 수도 있나?
"빌런이라도 너무 잔인하지 않으면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대본을 안 받는 건 아니다. 때가 딱 맞으면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단종이 마지막 부분에서 매화는 밤새 울었던 것 같이 눈이 퉁퉁 부은 얼굴을 하고 있다. 이미지만으로도 매화의 심경이 너무나 잘 드러나는 장면이었는데, 일부러 그런 얼굴을 만든 것인지 궁금했다.
"알아봐 주셔서 감사하다. 그렇게 보이고 싶었다. 대기하는 동안 집중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고, 눈이 부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매화는 전날에 얘기를 들어서 다 아는 상태다. 밥 한 숟갈 못 뜨고 피폐하게 있었을 거다. 당일에는 초연하려 해도 할 수 없을 테니, 내가 할 수 있는 무기력함이 드러났으면 했다. 제가 피부가 뽀얗고 주름으로 세월을 표현할 수는 없으니까, 그런 감정밖에 없었다. 계속 그런 마음으로 있었다. 그때 대기 시간이 길었는데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하고 그 시간을 담으려고 했다. 그렇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배우 전미도가 프로필 촬영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미디어랩시소 ]](https://image.inews24.com/v1/aa3fe6721519bb.jpg)
- 매화의 최후에 관해서도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홍위의 편지와 함께 그런 매화의 결정이 더욱 가슴을 아프게 만드는 지점이었는데 그 촬영에 대해서도 얘기를 해달라.
"처음엔 그 장면이 시나리오에 없었다. 촬영 감독님이 "매화의 마무리가 없는 것 같은데 맺어주면 어떻겠냐"라고 아이디어를 내셨다. 실제로 홍위가 그렇게 되고 나서 궁녀들이 자결했다고 하더라. 거기서 착안했고, 감독님도 그게 좋은 것 같다고 하셨다. 매화의 대사도 거의 없는데 마무리를 지어주신다니 너무 좋았다. 홍위의 서찰을 읽는 건 중간에 들어가는 거로 했는데 뒤에 몰아주는 것이 좋아서 마지막에 붙였던 것 같다. 떨어지는 신은 장소 때문에 초반에 찍었다. 실제로 찍을 때는 절벽에서 찍을 순 없어서 단 위에 올라가서 했다. 저에게는 중요한 신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편집으로 잘 이어주시는 것을 보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 '왕과 사는 남자'의 압권은 역시 단종과 이홍위의 마지막 대면 장면일 테고, 그 이후 안타까운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매화도 함께하는데, 배우들의 열연이 대단했다. 특히 유해진 배우가 촬영 전부터 눈물을 많이 흘릴 정도로 엄청난 몰을 보여줬는데 이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울림이 있었을 것 같다. 당시 현장은 어땠나?
"활줄을 당길 때와 감정선이 비슷했다. 세트장을 계속 돌아다녔다. 해진 선배님은 계속 왔다갔다하고, 지훈 씨는 방 안에 혼자 있었다. 각자가 감정을 쌓기 위해서였다. 저는 해진 선배님 옆모습만 봐도 눈물이 나더라. 그 마음이 뭔지 잘 알겠더라. 선배님은 집중하다 보니 분장 받으면서도 눈물을 흘렸다고 들었다. 신 중에 선배님이 다슬기를 설명하는 장면이 있는데 감탄했다. 그렇게 해석할지 몰랐다. 테이크마다 다른 애드리브를 했다. 똑같은 대사를 이렇게 저렇게 요리하신다. 홍위가 결심하고 떠날 때 문 앞에서 하는 대사도 다 다르게 여러 번 갔다. 모든 테이크가 다 괜찮다고 생각했다. 선배님께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 감정에 집중할 때 옆에 있기만 해도 전해지는 것이 있었다. 활줄 당기는 건 저는 알고 있었는데, 처음 영화를 보면서 '저 날의 표정이 저랬구나' 알았다. 그래서 제가 정말 많이 울었던 것 같다. 선배님께도 따로 "너무 좋았다"라고 말씀드렸다."
- 차기작도 궁금하다.
"올해 연극 한 편 할 것 같다. 연극 '갈매기'다. 극단 '맨씨어터'의 상징적인 작품이다. 대표님이 15년 만에 이 작품을 올리고 싶어 하셨다. 사실 저는 했던 공연을 다시 하는 걸 선호하지 않는다. 어떻게 하다 보니 10주년, 15주년 이렇게 타이틀이 붙으면서 안 할 수 없게 됐다. 했던 작품을 하는 건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다. 그래서 다음에 출연하는 작품은 신작이 될 것 같다."
![배우 전미도가 프로필 촬영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미디어랩시소 ]](https://image.inews24.com/v1/16790bc5a98c90.jpg)
- 무대와 카메라 연기의 어려움을 얘기하기도 했지만, 이렇게 모든 장르를 할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첫 영화를 이렇게 성공적으로 해냈기 때문에 남다른 마음이 있을 것 같다.
"모든 장르를 할 수 있다는 건 복 받은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너무 기쁘다. 기회가 되면 모든 장르를 넘나들면서 하고 싶다는 욕심도 생긴다. 그만큼 더 큰 노력을 해야 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가 감사한 기회라고 생각했다. 작업이 공연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서 나의 성향과 맞다 싶었다. 영화는 정말 낭만 있다. 저에게는 너무나도 호(好)다. 연기하는 것도 재미있고 상대 배우와의 호흡도 좋았다. 이 영화로 또 하나의 스펙트럼을 넓혔다는 점에서 큰일이라고 생각한다."
- 반응이 굉장히 좋은데 개인적으로 기대하는 것이 있나?
"감독님이 신나셔서 평을 다 보내주신다.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앙상블이 좋다는 것이었다. "연기력으로 된 것인지 연출력 때문인지 모르겠다"라고 쓰셨더라. 둘 다 기분이 좋다. 좋은 평을 받아서 첫 번째로 감사하고 기쁘다. 특히 유해진, 박지훈 배우 케미에 대한 좋은 평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다 잘 봐주시고 좋은 얘기를 해주셔서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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