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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의 패션잉글리쉬] 'APT.' 그래미의 첫 장면을 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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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뉴스24 김양수 기자] 지난 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68회 그래미 어워드는 단순한 음악 시상식을 넘어, 지금의 미국 사회와 문화의 방향성을 분명히 드러낸 무대였다. 이번 시상식은 6년 연속 트레버 노아(Trevor Noah)의 진행으로 치러졌으며, 무대 안팎에서는 하나의 메시지가 반복적으로 읽혔다.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이민 단속국)'의 약자인 ICE를 두고 "ICE는 나가라(OUT)"는 구호가 등장하며, 이민자 문화를 배제하려는 흐름에 대한 문화계의 공개적인 반발처럼 비쳤다.

블랙핑크 로제, 팝스타 브루노 마스가 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68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블랙핑크 로제, 팝스타 브루노 마스가 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68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이러한 분위기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 인물은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한 배드 버니(Bad Bunny)였다. 영어가 아닌 스페인어 음악으로 미국 주류 음악계의 정점에 선 그는, 이민자의 문화 역시 중심에 설 수 있음을 증명한 사례로 기록됐다. 또한 '올해의 레코드'와 랩 부문을 수상한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와 SZA는 흑인 음악의 서사와 현재성을 다시 한 번 그래미의 중심에 올려놓았다. 여기에 하이브 소속 글로벌 걸그룹 캣츠아이(KATSEYE)가 신인상 후보로 무대에 오르며, K-팝의 다음 세대를 예고하는 장면 역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주제곡 'Golden'은 'Best Song Written for Visual Media(시각 매체용 최우수 곡상)'을 수상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알라딘'의 주제가 'A Whole New World'가 1994년 그래미에서 수상한 이후, 다시 애니메이션 OST가 이 부문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은 32년 만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무엇보다 이날 시상식의 흐름을 결정지은 순간은 오프닝 무대였다. 진행자 트레버 노아는 한국식 술 게임 '아파트'의 규칙을 직접 설명하며, 이 게임에서 영감을 받은 곡이라고 소개했고, 이어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APT.' 무대가 펼쳐졌다. 로제의 룩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의도된 흐트러짐(controlled chaos)'이라고 할 수 있다. 단정해야 할 아이템들이 일부러 느슨하게 풀리며 로제와 브루노의 퍼포먼스와 맞물렸다. 로제의 블랙 팬츠에 달린 멜빵(suspenders)은 아래로 늘어뜨려져 있었고, 17세기 크로아티아 용병들의 복장에서 출발해 규율과 단정함의 상징으로 자리한 타이(tie) 역시 느슨하게 매어져, 로제의 발랄한 댄스와 함께 마치 같이 춤을 추는 듯했다. 흔들리고 무대를 가로지르는 고에너지 퍼포먼스 속에서 옷은 몸을 붙잡지 않으며 몸과 리듬의 일부처럼 반응했다.

로제의 룩으로 시선을 좀더 돌리면, 복부가 드러나는 크롭톱은 흔히 '배꼽티' 또는 '크롭티'라고 한다. '크롭(crop)'은 '짧게 자르다'라는 의미를 지닌다. '윗부분'이라는 뜻의 top을 붙여 'crop top', 혹은 'cropped T-shirt, half shirt, midriff(배와 가슴 사이) top, cutoff shirt' 등이 보다 정확한 영어 표현이다. 로제가 입은 크롭탑은 소매가 없기에 탱크톱(tank top) 계열로 볼 수 있다. 탱크톱이라는 이름은 20세기 초 수영장을 pool 대신 tank라고 부르던 시절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수영장에서 입던 민소매 수영복 상의를 가리키며 ‘tank top’이라는 명칭이 굳어진 것이다. 한마디로 탱크톱은 '전투복'이 아니라 수영장 문화에서 태어난 '움직임의 옷'이라고 할 수 있다. 탱크톱은 보통 복부를 덮는 길이가 기본이므로, 로제의 스타일은 'cropped tank top'이라고 할 수 있다. 탱크톱이 만든 가벼운 상체, 내려온 멜빵과 풀린 넥타이는 로제의 움직임을 가두지 않고, 무대 위 에너지를 그대로 드러내는 장치로서 자유분방한 퍼포먼스와 어울렸다.

'말고삐'라는 의미를 지닌 홀터톱(halter top)은 주로 비키니 위에 겹쳐 입거나, 이브닝드레스로도 자주 디자인된다. 목선을 중심으로 상체를 끌어올리는 구조 덕분에, 홀터 디자인은 노출이 있으면서도 단정한 인상을 동시에 만든다. 그래미 시상식의 무대를 빛낸 ‘Golden’의 이재는, 어깨를 드러내는 원숄더(one-shoulder) 드레이프(draped) 드레스를 선보였다. 홀터의 긴장감을 빌리되 목을 조이지 않고, 어깨와 쇄골 라인을 따라 원단을 흘려보내는 방식이다. 홀터에서 파생된 원숄더 드레스는 노출을 강조하기보다는 구조와 균형으로 우아함을 보여주는 디자인을 선보였다.

한국식 게임 '아파트'처럼, K-팝의 위상은 한 층 한 층 쌓이며 세계 무대의 중심으로 올라가고 있다. 오프닝 무대를 열고,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이제는 그래미의 리듬 자체를 만들어가는 단계다. Golden의 가사처럼, "we’re glowing, we’re rising"—빛나고, 올라가고, 멈추지 않는다. 2026년 그래미는 K-팝은 더 이상 초대받는 장르가 아니라, 무대의 시작을 여는 존재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블랙핑크 로제, 팝스타 브루노 마스가 1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68회 그래미 어워드'에서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조수진영어연구소' 조수진 소장 [사진=조수진영어연구소]

◇ 조수진 소장은 베스트셀러 '패션 X English'의 저자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영어교육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특히 패션과 영어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로 영어 교육계에 적지 않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UPENN) 교육학 석사와 스톡홀름 경제대학교(SSE) MBA 출신으로 (주)일미푸드의 대표이사와 '조수진영어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김양수 기자(lia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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