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이 사랑 통역 되나요?'는 ‘통역이 필요한 여자’와 ‘통역이 직업인 남자’의 만남이라는 색다른 설정에서 출발한다. 다중 언어 능력을 갖춘 통역사 주호진(김선호 분)이 통통 튀는 매력의 글로벌 톱스타 차무희(고윤정 분)의 전담 통역을 맡게 되면서, 두 사람의 예측불허 로맨스는 회차가 쌓일수록 서서히 고도를 올린다.
![배우 김선호가 넷플릭스 시리즈 '이 사랑 통역 되나요?'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2121d10e90d83f.jpg)
![배우 김선호가 넷플릭스 시리즈 '이 사랑 통역 되나요?'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80b161a1cb0cf6.jpg)
서로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두 주인공은 각자의 일을 위해 수많은 말을 주고받지만, 정작 서로의 마음만큼은 계속해서 '오역'한다. 말은 분명 오가는데 진심은 빗나가고, 대화는 이어지는데 감정은 엇갈린다. 그렇게 "통역이 필요한 건 언어가 아니라 마음일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에 닿아가며, 두 사람이 결국 서로의 ‘사랑의 언어’를 배우고 스며드는 과정을 유쾌하면서도 설레게 그려낸다.
이 드라마를 더 재미있게 보는 포인트는 룩(스타일링)이다. 주인공들의 의상은 단순히 예쁜 옷이 아니라, 직업·성격·관계의 거리·감정의 변화에 맞춰 정교하게 연출된 또 하나의 언어처럼 작동한다. 대사가 마음을 다 말해주지 못하는 순간에도, 실루엣(silhouette)과 톤(tone), 디테일(detail)이 그날의 분위기와 속마음을 대신 번역해 준다. 그래서 이 작품은 ‘대사’만큼이나 '룩'을 함께 읽을 때, 로맨스의 결이 더 선명하게 느껴진다.
주호진의 스타일링은 단순히 "잘 차려입은 남자"가 아니라, 감정의 온도가 변하는 만큼 옷도 함께 변화하는 방식으로 연출된다. 초반 업무 신에서 그는 셔츠(shirt)와 타이(tie), 재킷(jacket) 같은 테일러드(tailored) 조합으로 톤은 절제하고 실루엣은 흐트러지지 않는 스트럭처드 실루엣(structured silhouette)을 고집한다. 회차가 거듭되며 관계가 가까워질수록, 그의 옷은 자연스럽게 긴장을 풀기 시작한다. 딱딱한 재킷 대신 니트(knit)가 등장하고, 셔츠 위에 니트를 겹치는 셔츠 플러스 니트 레이어링(shirt + knit layering)이 자주 보인다. 형식은 유지하되 공기가 부드러워지는 변화다. 구조(structure)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만들고, 니트(knit)는 그 거리를 조금씩 좁히는 데 도움을 준다. 주호진은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하는 마음을 옷의 소재(texture)와 온도(temperature)로 먼저 번역하는 듯 보인다. ‘정확한 사람’에서 ‘다정한 사람’으로 옮겨가는 과정이 그의 룩 안에서 조용히 시작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5화에서, 오로라를 보기 위해 이른 아침 시장을 둘러보고 함께 식사를 하는 장면 속 주호진은 블레이저(blazer), 크루넥 니트(crewneck knit), 그리고 니트 안에 받쳐 입는 칼라 셔츠(collared shirt)로 레이어드(layered) 룩을 연출한다. 특히 셔츠의 칼라만 살짝 보이게 레이어링해, 과한 꾸밈 없이도 단정한 인상을 주는 프레피(preppy) 무드와 미니멀(minimal)한 정돈미를 살리고, 자연스럽게 멋이 나는 에포트리스(effortless) 무드, 즉 '꾸안꾸' 스타일을 완성한다.
여기서 블레이저(blazer)는 blaze(타오르다, 번쩍이다)에서 파생된 단어로 설명되곤 한다. 이 단어가 패션 용어가 된 건 1825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세인트 존스 칼리지(St. John's College)에 있는 조정 클럽인 '레이디 마가렛 보트 클럽(Lady Margaret Boat Club)' 의 선수들이 눈이 시릴 정도로 새빨간 진홍색(Crimson) 플란넬 재킷을 유니폼으로 입었다. 선수들이 아침 안개를 뚫고 노를 저으며 강을 가로지를 때, 그 붉은 재킷들이 마치 "물 위에서 불길이 타오르는 것 같다(Ablaze)"고 해서 사람들이 이 옷을 'blazer'라고 부르기 시작한 데서 유래 되었다.
![배우 김선호가 넷플릭스 시리즈 '이 사랑 통역 되나요?'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c1a961813757ce.jpg)
주호진의 룩은 한마디로 댄디 룩(dandy look)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영어에서 dandy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깔끔한 남친룩’에 딱 대응하는 단어라기보다는, 18세기 말~19세기 초 영국을 배경으로 "외모, 그루밍(grooming), 말투와 태도까지 포함해 자기 연출에 강하게 공을 들이는 남자"라는 문화적 이미지가 함께 따라붙는다. 즉 dandy는 단순히 옷 스타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스타일을 통해 자기 이미지를 통제하는 태도까지 포함한다.
그래서 한국식 ‘단정남, 깔끔한 남친룩’에 더 가까운 영어 표현으로는 댑퍼(dapper)가 적절하다. dapper는 중세 네덜란드어/저지독일어 계열에서 온 말로, ‘용감한, 강한’ 같은 의미를 거쳐 영어에서는 ‘단정한, 말끔한, 잘 차려입은’ 뜻으로 굳어졌다. 즉 이 단어 역시 처음부터 “옷 잘 입은”만을 뜻했다기보다, 태도와 기운의 인상이 ‘말끔함’으로 옮겨오며 정착한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주호진의 structured silhouette은 감정의 거리를 세우고, knit layering은 그 틈을 조용히 좁힌다. blaze에서 온 blazer가 원래 시선을 태우는 옷이었다면, 이 드라마에선 오히려 마음을 정돈해 보이게 한다. 결국 사랑의 언어는 대사보다 룩이 이를 먼저 번역해 내는 듯 보인다.
![배우 김선호가 넷플릭스 시리즈 '이 사랑 통역 되나요?'에서 열연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1d33d3860ea3e4.jpg)
◇ 조수진 소장은 베스트셀러 '패션 X English'의 저자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영어교육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특히 패션과 영어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로 영어 교육계에 적지 않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UPENN) 교육학 석사와 스톡홀름 경제대학교(SSE) MBA 출신으로 (주)일미푸드의 대표이사와 '조수진영어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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