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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의 패션잉글리쉬] '흑백요리사2' 단추는 숨기고, 스타일은 드러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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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뉴스24 김양수 기자] 넷플릭스에서 방영 중인 '흑백요리사 시즌2'가 예상대로 시청 순위 1위를 기록 중이다. '흑백요리사2' 분위기는 시즌1과 다소 다르다. 시즌1이 흑과 백의 '계급 전쟁(클래스 워)'이었다면, 시즌2는 로컬 재료를 두고 펼치는 치열한 대결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시오코지, 판체타 등 고난도 테크닉의 향연까지 더해지니, 바야흐로 미식 예능의 격이 한 단계 올라갔다. 시즌1이 '누가 더 유명한가'를 묻는 계급 투쟁이었다면, 시즌2는 '누가 더 깊이 있게 재료를 다루는가'를 겨루는 해석의 전쟁으로 업그레이드된 셈이다.

'흑백요리사2'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흑백요리사2'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가평 잣, 진동 미더덕, 원주 우설, 포항 아귀, 파주 청국장처럼 로컬 식재료는 셰프들의 장인정신(craftsmanship)을 증명하는 재료가 되었고, 선재 스님과 후덕죽과 같은 명장의 묵직한 존재감은 서바이벌을 고품격 다큐멘터리로 격상시키는 효과를 낸다. 화려한 미식 용어와 테크닉의 향연 속에서 시청자들은 '눈으로 보는 맛'을, 들어가는 재료와 조리법을 통해 상상하며 더 깊게 몰입하게 된다.

셰프복의 디자인을 알면 보는 재미는 더해진다. 우리가 가장 흔히 보는 흰색 유니폼은 셰프스 화이츠(Chef’s Whites)라고 불리며, 19세기 프랑스의 전설적인 셰프 마리 앙투안 카렘(Marie-Antoine Carême)에 의해 표준화되었다. 멋으로 입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이 유니폼은 철저히 기능성(Functionality)를 위한 결과물이다. 우선 흰색은 클린리니스(Cleanliness)의 상징이다. 아주 작은 얼룩도 바로 보이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나는 더러움을 숨기지 않는다. 내 요리는 위생적이다'라는 자신감을 드러내는 시그니처 룩(Signature Look)과 같다. 또한 과학적으로는 히트 리플렉션(Heat Reflection)의 목적도 있어, 뜨거운 불 앞에서 일하는 셰프의 신체를 보호하기 위해 열을 덜 흡수하는 흰색을 주로 입는다.

또 하나, 목에 두르는 천도 은근한 '룩의 완성'이다. 셰프들이 목에 두르는 넥커치프(Neckerchief)나 크라바트(크라바타, Cravat/Cravata)는 땀을 닦고 옷깃을 정리해 주는 실용 아이템이면서, 동시에 주방의 단정한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참고로 크라바트의 어원은 보통 17세기 유럽에서 목에 천을 두르던 크로아티아(크로앗, Croat) 병사들의 스타일에서 왔고, 그 ‘크로앗’이 프랑스어식으로 굳으며 크라바트라는 말이 퍼졌다고 알려져 있다.

여기서 디테일함의 추가는 단추에 있다. 셰프 재킷을 자세히 보면 단추가 번쩍이는 메탈(메털, Metal)이 아니라, 천으로 똑딱 묶어 만든 클로스 버튼(Cloth Buttons), 일명 프렌치 노트 버튼(프렌치 놋 버튼, French Knot Buttons)인 경우가 많다. 이유는 첫째, 주방은 고온·고습이라 세탁과 열에 강해야 하는데 천 단추가 더 내구성(듀러빌리티, Durability) 있게 버텨준다. 둘째, 금속 단추는 충격으로 깨지거나 빠져 음식에 떨어질 리스크가 있는데, 천 단추는 그런 사고 가능성을 줄여준다. 셋째, 뜨거워진 금속이 피부에 닿는 불편함도 있어서, 천 단추가 훨씬 셰프 친화적이다. 즉, 이 단추는 장식이 아니라 주방에서 살아남기 위한 안전장치다. 흑백요리사 유니폼은 콘실드 버튼(concealed buttons) 디테일로 단추가 겉으로 거의 보이지 않는다.

가슴 부위에 두 줄의 단추가 있는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The Double-Breasted Jacket)은 말 그대로 더블 브레스티드(Double-breasted) 스타일이다. 1878년 Cerubino Angelica(세루비노 안젤리카)가 고안한 이 디자인은 단순한 멋이 아니다. 리버서블(Reversible) 구조 덕분에 요리하다 앞면이 더러워지면 옷을 벗지 않고 겹친 부분을 반대로 여며, 깨끗한 면이 겉으로 보이게 할 수 있다.

'흑백요리사2'에는 자주 등장하진 않지만, 소개 장면에서 간간이 보이는 토크 블랑슈(Toque Blanche) 역시 흥미롭다. 하얀 모자에 잡힌 주름(플리츠, Pleats)이 전통적으로 100개인 것은 '셰프가 달걀로 할 수 있는 요리법이 100가지(원 헌드레드 웨이즈 투 쿡 언 에그, 100 Ways to Cook an Egg)'라는 전설을 상징한다고 한다.

블랙 유니폼은 보다 현재적인 세련미를 더하며, 흰색으로 시작한 셰프 유니폼은 최근 들어 색상이 다양화되는 추세다. 그리고 '흑백요리사2'의 흑과 백은 계급이 아니라 실력의 농도다. 로컬 재료에서부터 감탄을 자아내는 테크닉까지 겹치는 순간, 흰 자켓이든 검은 유니폼이든 결국 같은 질문만 남는다.

"이 셰프는 재료를 어디까지 끌어올리나?" 흰색이든 검은색이든, 말보다 먼저 대답하는 건 늘 접시, 그 접시 위의 한 입으로 마지막까지 조용한 여운을 남기는 셰프가 생존하게 된다.

'흑백요리사2'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조수진영어연구소' 조수진 소장 [사진=조수진영어연구소]

◇ 조수진 소장은 베스트셀러 '패션 X English'의 저자로 국내에서 손꼽히는 영어교육 전문가 중 한 명이다. 특히 패션과 영어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로 영어 교육계에 적지 않은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펜실베니아 대학교(UPENN) 교육학 석사와 스톡홀름 경제대학교(SSE) MBA 출신으로 (주)일미푸드의 대표이사와 '조수진영어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김양수 기자(liang@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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