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상욱 기자] 째즈는 마음이 가는 대로 자유롭게 연주하는 음악이다. 정해진 악보를 따르지 않고, 연주자가 매 순간 느끼는 감정을 소리로 대화하듯 표현하는 음악이다. 피아노, 드럼, 베이스가 서로 대화하듯 주고받으며 연주하기 때문에 ‘대화하는 음악’이라고도 불린다. 음악에는 정답이 없고, 우리 인생에도 정답이 없기에, 느낌대로 연주하는 것이 바로 째즈이며, 우리 인생 역시 째즈가 아닐까?

- 울면서도 피아노 앞에 앉았던 아이
“처음 피아노를 시작한 건 일곱 살 때였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어린 시절, 그때 제게 가장 가까이 있던 악기였습니다.” 째즈 피아니스트 곽정민은 자신의 음악 인생을 담담하게 회상했다. 어린 시절부터 정해진 교육 시스템 속에서 많이 힘들었지만, “절대 그만두지 않았다.”고 말하는 그녀는 울면서도 피아노 앞에 앉았던 그 시절을 “왜인지 모르게 그냥 해야 했다. 그건 마음속의 울림이었다.”고 기억했다.
그녀의 음악적 시작은 누구보다 자연스러웠다. 하지만 그 길은 결코 단순하지 않았다. 중학생 정도 되면 대부분 공부에만 집중하는 분위기라, 취미로 배우는 음악은 그만두게 되잖아요. 저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만두지는 않았어요. 막연했지만 제가 가야 할 길이라고 믿었습니다." 곽정민은 교회에서 실용음악을 처음 접하며 째즈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그때 교회에서 열린 CCM 콘서트를 여러 번 보러 갔는데, 그 무대를 보는 순간 ‘저도 저 자리에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딱 들었어요.” 하지만 아버지의 반대는 매우 컸다. “졸업할 때까지도 아버지는 제가 음악을 그만두길 바라셨어요. 하지만 저는 더 열심히 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밖에 없었거든요. 열심히 하는 것! 그러다 어느 순간, 아버지께서 ‘정민이는 음악을 하는 것이 자기 몫을 사는 길이구나!’ 하고 인정해 주셨어요.”

- 클래식이 틀이라면, 째즈는 호흡이다.
그녀는 클래식 피아노로 음악의 기초를 다졌지만, 정해진 악보 안에 갇히는 것을 힘들어했다. “정해진 대로만 치는 게 싫었어요. 느끼는 것을 마음껏 표현하는 게 더 좋았어요. 그래서 째즈는 어쩌면 운명처럼 제게 다가온 것 같아요.” 그리고 그녀는 빌 에반스(Bill Evans)의 음악이 자신의 뿌리였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깨달았다고 말한다. “그동안 인물 중심으로 공부한 적이 없었어요. 그런데 빌 에반스를 테마로 한 공연을 준비하면서 ‘아, 내 안의 음악적 DNA가 거기 있었구나’ 하고 깨달았습니다.” 또한 그녀는 음악과 삶을 분리하지 않는다. “저라는 사람이 그대로 투영된 것이 음악이에요. 삶에서 느낀 해방감이나 외로움, 그 모든 것이 소리에 담기죠.” 그녀의 기억 속에는 첫 해외 연주지인 캐나다의 한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단체로 공연을 갔었는데, 어찌하다 보니 하루는 완전히 혼자가 됐어요. 말도 통하지 않고 지갑에는 돈도 거의 없었는데, 그때 느낀 자유와 해방감이 잊히지 않아요. 아무것도 간섭받지 않는 그 순간, 정말 제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었죠.”

- 음악은 그림과 같습니다. 귀로 들리는 풍경을 음악으로 그리고 싶습니다.
그녀의 연주는 종종 “아름다움을 탐미하며 그 감정을 고스란히 전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대해 곽정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저는 그림 같은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소리를 듣고 있지만, 동시에 그 공간이 보이길 바라요. 청각과 시각이 동시에 열리는 음악, 그것이 제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이에요.” 그녀의 작곡 과정은 매우 세밀하다. “처음에는 영감이 오면 몰두해서 써요. 그런데 너무 집중하다 보면 시야가 좁아져요. 그럴 때는 피아노를 멈추고 눈을 감아요. 그리고 멜로디가 만들어내는 이미지를 그려요.” 그녀가 가장 자주 떠올리는 이미지들은 ‘하늘’과 ‘나무’입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를 보면 위로를 받아요. 센 바람이 불어도 결국 그 자리를 지키잖아요. 그 모습이 꼭 제 자신 같아요. 흔들리더라도 뿌리를 지키고 싶어요.” 그녀는 요가 지도자 자격증도 가지고 있다. "연주할 때도 숨을 조절하는 것이 너무 중요해요. 긴장된 몸은 수축되어 있고, 그 상태에서는 몸과 정신이 이어지지 않아요. 숨을 천천히 들이쉬고 내쉬면 내가 음악적으로 펼쳐낼 수 있는 세계가 더 확장되는 느낌이에요." 요가는 그녀에게 음악만큼 중요한 시간이다. "요가는 재즈와도 너무 닮아 있어요. 그 행위를 하는 순간에 자신의 내면에 완전히 몰입해야 하죠. 언젠가 째즈와 요가를 함께하는 작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해봤어요.”
- 관객에게 감동을 받다.
최근 공연 후기를 보면 관객들이 공연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는 글이 많아, 어떤 상황이었는지 질문했다. “제가 곡을 만들 때 정말 많이 울었어요. 그 감정이 진심으로 전달되면, 듣는 분들도 같은 울림을 느끼는 것 같아요.” 관객의 눈물로 돌아온 피드백, 그것이 그녀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 어린 시절의 제 자신을 만난다면, ‘네 안에 사랑이 있음을 믿어라. 마음을 열고 그것을 나누어라’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후배들에게는 이렇게 조언합니다. ‘스스로를 탐구하는 일을 멈추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계속 들여다보는 과정이 창작의 출발점이 되어야 그 음악에 진정성이 담긴다고 생각합니다.”
“전 음악을 통해 제 자신과 더 가까워지고 싶어요. 그것은 더 나아가 외부의 세상과 투명하게 연결되는 길이라고 생각해요. 그 길을 통해 음악으로 사람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녀의 말처럼, 곽정민의 연주는 화려한 기술보다 한 사람의 ‘진심’이 만들어내는 울림으로 남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되 뿌리를 지키는 나무처럼, 그녀의 음악은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자라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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