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人]① 신예은 "김다미, 이름만 불러도 눈물⋯'백번의추억' 행복 위한 결말"

[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굳이 애쓰지 않아도 밝은 에너지가 뿜어져 나온다. 그래서 대화를 나누는 동안 참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하지만 스스로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면서 함께 작업한 이들의 칭찬을 쉼없이 쏟아낸다. 그래서 더 예쁘게 느껴지는 배우 신예은이다.

지난 19일 종영된 JTBC 토일드라마 '백번의 추억'(극본 양희승·김보람, 연출 김상호)은 1980년대 100번 버스 안내양 영례(김다미 분)와 종희(신예은 분)의 빛나는 우정, 그리고 두 친구의 운명적 남자 재필(허남준 분)을 둘러싼 애틋한 첫사랑을 그린 뉴트로 청춘 멜로 드라마다.

김다미, 신예은, 허남준은 1980년대, 찬란한 우정과 애틋한 첫사랑 서사를 탄탄한 연기로 소화해내며 잔잔한 위로와 공감을 전했다. 오해와 위기가 있었지만, 다시 만난 세 사람은 사랑과 우정을 지켜내는 아름다운 결말을 완성했다. 이에 '백번의 추억' 마지막 회(12회)는 전국 유료가구 기준 8.1%의 자체 최고 시청률(닐슨코리아)을 얻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신예은은 신입 안내양 서종희 역을 맡아 김다미, 허남준, 전성우 등과 호흡했다. 서종희는 우정과 사랑, 상처와 욕망이 교차하는 순간과 함께 성장해온 청춘. 신예은은 외로움이 공존하는 종희의 복잡다단한 감정을 섬세하고 깊이 있게 그려내 시청자들의 공감과 응원을 받았다. 특히 김다미와 완성한 워맨스는 강렬한 울림을 선사했다.

여기에 더해 신예은은 디즈니+ 사극 '탁류'로도 전 세계 시청자들을 만났다. '탁류'는 조선의 모든 돈과 물자가 모여드는 경강을 둘러싸고 혼탁한 세상을 뒤집고 사람답게 살기 위해 각기 다른 꿈을 꿨던 이들의 운명 개척 액션 드라마다. 신예은은 강을 통해 상품을 유통하는 조선 최고의 상단 막내딸 최은 역을 맡아 로운, 박서함 등과 호흡했다. 다음은 신예은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탁류'와 '백번의 추억'이 동시기에 공개됐다가 같이 종영을 맞이하게 됐다. 소감이 어떤가?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 것 같다. 인물들의 마음이 제 안에 담겨 있다 보니까 벌써? 싶기도 하다. 기분이 좀 이상하다. 매번 작품 종영을 맞이하지만, 매번 새로운 것 같다. 이번에는 두 작품이 함께 종영하다 보니까, 저에게는 처음인 경험이었다. 그 시간들 동안 놓친 건 없나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안에서 배운 건 뭐였나 생각하고, 나아갈 수 있게 큰 도움을 주는 두 작품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 배운 건 무엇이었나?

"'탁류'는 선배님들도 많았고, 감독님께서 배우의 연기를 잘 이끌어준다고 하셔서 감독님을 뵙고 싶었다. 내가 대본을 보고 분석할 때 더 열린 마음을 키워야 하나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의심해보는 시간을 배웠다. '백번의 추억'은 연기적으로 많이 배웠고, 상대 배우에게 삶에 대해 많이 배웠다. 넌 어떻게 생각해? 이런 얘기를 많이 나눴다. 제 생각이 정답은 아니니까, 이야기를 들어보면 제가 살아온 삶이 직진이었다면 어떤 사람은 구불구불한 길을 가기도 하고 멈추기도 한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배우로서, 또 저라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나아가면 좋을까 하는 배움을 가졌다."

- 삶에 관한 이야기는 누구와 나눈 건가?

"다미 언니와 많은 이야기를 했다. 언니는 조급하지 않고 평안하고 본인을 잘 둘러본다. 자신을 잘 체크하는 사람이다. 자기 관리를 잘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결정의 순간이 있을 때,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이 있다. 하지만 언니는 자신이 할 수 있을지 없을지를 잘 둘러본다. 멋있다고 생각했다. 사람은 욕심이 나거나 마음이 앞서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언니는 내가 준비되고 자신 있을 때 그걸 해낸다. 충격이었고 멋진 사람이라고 말했다. 저도 그런 마음과 여유가 생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 김다미 배우와 호흡은 어땠나?

"언니와 제가 성향이 생각보다 비슷하다. 혼자 있는 거 좋아하고 말이 많아 보이지만 많지 않다. 언니와 있으면 뭐 좋아해? 그러지 않았다. 결이 같다 보니 서로 지켜야 하는 선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어느 순간 있으면 편안하고 눈만 봐도 어떤 기분이 드는지 공감한다. 연기할 때도 다미 언니 눈을 보고 있으면 '눈으로 사람이 말을 할 수 있네'를 느낀다.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을 못 끌어올리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 순간이 있었다. 울고 있어야 하는데 눈물이 안 난다. 그래서 다미 언니에게 "종희야" 불러 달라고 하기도 했다. "종희야"에 눈물이 날 정도로, 언니와 쌓아온 시간을 잘 만들어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탁류'를 함께 한 로운 배우는 인터뷰에서 신예은 배우가 엄청 에너지 넘치는 사람이라고 하더라.

"저라는 사람 자체는 밝고 에너지가 있지만, 외향적인 사람은 아니다. 촬영장은 일을 해나가는 곳이고 잘해야 하는 곳이라 모든 에너지를 쏟아낸다. 그리고 집에 가서 충전한다. 다미 언니는 저를 알아봐 준다."

-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 같은 행사장에선 굉장히 큰 에너지를 뿜어내지 않나? 내향인이라는 말이 안 믿길 정도다.

"저도 고민이 된다. 저 스스로도 '가식인가. 밝은 사람인 건가'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부국제 레드카펫 전에 사람들이 많으니까 대기실에서 두통약을 먹고 있다가 나왔다. 내향인이라 고민을 많이 하는데, 부국제 때는 바람과 온도, 습도, 연극의 3요소가 앞에 펼쳐지는 것 같더라. 우리가 즐기는 축제라 설레더라. 그런데 많이 사랑해주시면 부끄러워하는 것이 있지만 신난다."

- 그런 모습이 화제가 많이 됐는데 어떤가?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 그러다가도 부끄러워서 숨고 싶기도 하다. 제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다."

- 영례와 종희의 워맨스가 중요했는데 그걸 드러내는 장면이나 대사를 꼽는다면?

"저는 버스 안내양들이 시위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시위하며 하루 이틀 보내는데, 영례와 둘이 옥상에서 라면을 먹는다. 대사가 길고 신이 길면 어떻게 장면을 풀어갈지 고민을 하는데 영례 옥탑방에서 캠핑하고 노는 기분이었다. 어떻게 연기해야지 보다 영례와 가까워지는 것 같아서 이게 우정이구나 했다."

- 종희가 많은 사람 중 영례에게 마음을 주게 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영례는 내가 가지지 못한 걸 다 가진 아이다. 순수함과 맑음이 있다. 때 묻지 않았고 모두에게 사랑받는다. 종희는 사랑받기 위해 노력하고 방어를 치는데 영례는 열린 마음으로 다가간다. 넓은 마음이 있다. 영례를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동경하고 이 아이에 대한 호기심을 품게 되더라."

- 사실 종희가 영례를 위해 희생하는 것이 많다. 종희가 왜 그렇게까지 하나 싶기도 한데 어떻게 이해했나?

"종희로 살아온 신예은이라는 사람은 이게 우정이라는 것을 더 깊게 알게 됐다. 우정 때문에 희생할 수 있구나 경험했다. 영례가 크게 자리 잡았고, 영례가 없어지면 종희 주변엔 다 없어지는 것이다. 종희가 다른 행복을 경험하지 못해서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 같은, 지금의 행복을 놓고 싶지 않았을 거다. 자기 자신보다 영례를 더 좋아하는 거다."

- 종희의 꿈이 미스코리아이긴 했지만, 진짜로 미스코리아에 나가는 전개가 될 줄은 몰랐다. 이를 알았을 때 어땠는지, 부담이 되지는 않았는지 궁금하다.

"미스코리아에 나간다는 것을 시작 전에 알고 있었다. 종희로서는 어릴 때부터의 꿈이었고 언젠가는 나갈 거라고 생각했기에 잘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안무 연습과 워킹이 어렵기는 했다. 어색해서 레슨을 받았는데, 잘한다고 해주시니까 용기를 얻었다."

-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의 외형 고증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어떻게 해서 이렇게 결정이 된 건가?

"미스코리아를 준비할 때 '나 이렇게 할 거야'라고 한 건 아니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시도도 해봤다. 머리도 두껍게 컬을 넣기도 했다. 하지만 드라마 자체가 세련되게 복합적으로 표현이 됐고, 뒤에 감정신도 많이 남아있다 보니 시각적으로 보이기보다는 인물의 감정에 더 집중하기로 했다. 많은 고민 끝에 결정하게 됐다."

- 결말에 대해서는 만족하나?

"사건들이 많이 일어나고 그 안에서 다양한 관계가 형성된다. 각자의 선택이 있다 보니 다양한 반응이 나올 것 같다. 대본에 행복 추구권이 나오는데, 종희에게 가장 큰 행복이 이 선택이라고 생각해서 응원한다. 종희가 행복하다면 그게 제 행복일 거다. 결말은 나지만 이들의 스토리는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지 모른다. 저도 종희도 각자 행복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종희도 최선의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물론 누군가는 '이게 행복할 것 같아?'라고 할 수도 있다. 셋이 사이좋게 끝나는데, 종희의 가장 큰 행복이 이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