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이토록 멋지게 세상에 한 방 먹이는 드라마가 또 있을까. 여성 연대를 넘어 비조리하고 억압으로 가득찬 세상에 저항하고 부딪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애마'에 가득 담겼다. 무거울 수밖에 없는 이야기지만, 끝까지 위트를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이해영 감독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감독 이해영)는 1980년대 한국을 강타한 에로영화의 탄생 과정 속,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진 어두운 현실에 용감하게 맞짱 뜨는 톱스타 희란(이하늬 분)과 신인 배우 주애(방효린 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해영 감독이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8bb0174d3d16fc.jpg)
각자의 방식으로 폭압에 맞서야 했던 톱스타 희란과 신인 배우 주애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생존을 위한 처세와 눈먼 욕망이 가득한 영화 제작자 중호(진선규 분), 영화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 끝까지 초심을 지키는 신인 감독 인우(조현철 분)의 이야기다.
'천하장사 마돈나', '독전', '유령' 이해영 감독의 첫 시리즈 연출작이다. 이하늬와 방효린, 진선규, 조현철, 이성욱, 박해준, 이소이, 황성빈 등이 출연했다.
각본과 연출을 모두 맡은 이해영 감독은 시대적 규제와 정책 아래 여성의 욕망을 전면에 내세웠던 1980년대를 배경으로, 여성 캐릭터를 새롭게 규정하며 부조리한 시대와 권력에 맞서 다음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의 용기와 연대를 '애마'에 가득 담았다.
그는 "세상은 언제나 부조리하게 작동한다. 그럼에도 타협하지 않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당신에게, 이 작품이 작은 공감과 응원을 드릴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고 전했다. 다음은 이해영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첫 시리즈다. 어떤 마음인가?
"되게 긴장이 많이 되더라. 처음 느껴보는 싱숭생숭함이다. 이유가 뭔지 보니 보시는 분들의 피드백이 영화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구체적이고 확 밀려온다. 시리즈라는 것이 다른 매체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시리즈 작업이 처음이라 정주행을 하면서 뭔가 아주 긴 길을 왔다, 멀리 왔다는 느낌이 새삼스럽게 들었다. 인생 경험이다."
![이해영 감독이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넷플릭스]](https://image.inews24.com/v1/70636ed741de8e.jpg)
- 첫 시리즈 작업은 어땠나?
"쓰는 것 자체에서 분량이 다르고 노동력이 다르다. 영화를 쓰면 머릿속에 다 있다. 고쳐도 암산하듯이 퍼즐처럼 조립이 되는데 이건 6개라 밀도를 유지한 채로 조합하는 것이 안 되더라. 그래서 시나리오 처음 쓰는 사람처럼 썼다. 신인처럼 부단히 콘티까지 다시 보면서 밀도를 유지하려고 했다."
- 이 소재의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애마'를 떠올린 건 옛날이다. '천하장사 마돈나' 끝낸 후니까 20년 가까이 됐다. '애마부인'은 한참 윗세대다. 초등학교부터 애마부인은 아이코닉한 것이고 성애적인 것의 대명사로 존재했다. 막연한 호기심이 있었다. 80년대가 특출난 시대다 보니 '애마부인'이 흥미로웠다. 모두가 욕망하는데 죄의식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런 지점이 재미있었다. 처음엔 2시간짜리 영화였는데, 전개를 하다 보니 2시간으로는 안 되겠더라. 시놉시스만 정리하고 묵혀놨다. 2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세상이 바뀌고 저도 유연해지면서 이 이야기를 다시 꺼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 80년대는 어떤 시대라고 생각하나?
"사회 전반적으로 통제를 받던 시대다. 제약이 많았다. 동시에 성애 영화를 필두로 상업 영화가 많이 만들어졌다. 문화적으로 음악, 스포츠, 프로야구도 문화적 격변기였다. 장려되고 활발하긴 했지만 검열, 심의가 강력해서 표현의 자유가 없던 시대다. 아이러니하다. 취재하다 보니 익히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야만적이다. 여성 혐오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다. 언어폭력도 야만적이다. 놀라울 정도로 극한의 시대였다. 이 시대가 얼마나 야만적인지 묘사를 해야 저항하고 견뎌온 사람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야만성을 묘사하다 보니 지금 관객이 보기에 너무 불편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견딜 수 있는 불편함의 수위를 만드는 것이 어려웠다. 그렇다고 적당히 타협할 수는 없다. 그게 민감한 부분이다."
- 그런 지점에서 진선규 배우 캐스팅이 유효했던 것 같다. 굉장히 비열한 인물인데 선한 배우가 캐스팅되면서 희석된 느낌이 있다.
"진선규 배우가 저질스럽고 야만스러운 빌런의 역할을 잘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센 이미지를 가진 배우보다는 우리가 알고 있는 선인의 이미지의 배우가 악역을 연기할 때 풍성하게 레이어를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박해준 배우도 비슷하다. '폭싹 속았수다'에서 선함의 끝을 달리는 분인데 어쩌다 저 사람이 저런 역할을 하나 싶어서 연기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안전망이 있는 거다."

- 박해준 배우는 우정 출연인데 망설임 없이 출연을 선택했나? 얼마나 깊은 우정이면 출연을 했나 하는 말도 있더라.
"감독과 무슨 관계냐고 하더라. 제안을 줄 때 조심스러웠는데 흔쾌히 했던 거로 기억한다. 시청자들이 오해하고 있는 것처럼, 협박이 있었다거나 하는 건 없다. 우정에 기대지도 않았다. 재미없었으면 안 해도 된다고 하면서 줬는데 배우로서 연기하기 재미있다고 했던 것 같다."
- 힘들었던 캐스팅도 있나?
"모든 배우가 흔쾌히 했고, 망설인 사람이 없었던 것 같다. 시청자들이 볼 때 어느 정도 수위라고 여길지 모르겠지만, '육식의 밤'에 베드신이 나온다. 이하늬 배우의 첫 베드신이다. 노출이 많지 않다. 조심스러웠고 괜찮을까 걱정을 했는데 흔쾌히 열심히 해줬다. 오히려 결혼도 하고 아이도 생긴 지금이 되니까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다,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표현을 하더라. 젊어서는 이런 것에 방어적이었는데 이제는 편하게 연기할 수 있다고 해줘서 고마웠다."
- 다른 배우들과는 달리 이하늬 배우만 80년대 여배우 목소리 톤으로 연기한다.
"시나리오 쓸 때는 당시 최고 스타 배우를 레퍼런스 삼아서 녹여냈다. 보시는 분들은 어떤 배우 같다며 제각각 해석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하늬다움을 만들었다. 정말 얘기를 많이 했는데, 연습과 트라이도 많이 했다. 스크린 안에 있든 밖에 있든 손톱 끝까지 여배우 같은 사람이었으면 했다. 목소리가 설정 연기다. 배우도 현타가 와서 이래도 되는지 얘기를 많이 했다. 후반 작업을 할 때도 그랬다. 두 사람 모두에게 도전이자 모험 같았다. 워낙 압도적인 연기라 초반엔 낯설 수 있는데 모두가 공감할 수밖에 없고 동의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 방효린 배우는 어떤 면을 보고 주애 캐릭터에 맞다고 생각했나?
"한눈에 너무 화려하거나 카리나, 장원영 같지 않아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저는 사실 어떤 주애를 원하는지 정확하게 몰랐다. 오디션에서 방효린을 만나면서 이런 주애를 원했다는 걸 알았다. 첫눈에 섹시하고 화려한 느낌이 없길 바랐다. '애마'를 연기하기 전에 인물 자체가 설득력을 얻고 응원하고픈 마음이 들어야 했다. 이 인물이 희란에게 "엄마 돌아가시고 남자 속옷 손빨래하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다. 목숨 걸고 도망쳤다"라고 하는데 진짜처럼 느껴지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중요한 첫 번째 조건이다. 방효린은 이 말을 할 때 진짜 같았다. 이 친구가 오디션을 볼 때 함께 이입되어서 눈물이 날 정도였다. 아주아주 흡족하고 너무 예쁘다고 생각한다."

- 수위가 생각한 것보다 안 야하다는 반응도 있다.
"그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저도 이야기를 쓰고 준비하면서 가장 고민이 길었던 것이 노출의 수위를 어느 정도로 하느냐다. 그런 고민이 수개월 동안 있었다. 당시 성애영화가 장려되지만 심의는 강화되어서 실제로는 불가했다. 80년대 '애마부인'을 보면 놀랄 정도로 아무런 노출이 없다. 실제와 진배없는 수준의 노출이다. 실제보다 노출의 수위를 더 가져가는 건 원칙적으로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 시대와 선을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노출이 없다고 실망했다면 너무 죄송하고 유감스럽다. 그때보다 안 야하다고 하면 정정하고 싶다."
- 여성 연대 이야기에 반갑다는 반응도 많았다.
"여성 연대 포커싱을 스스로 한 것은 없다. 주애와 희란의 연대로 해석이 될 수도 있는데 그건 이야기를 좁게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시대든 순응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걸 거스르고 시대에 맞서 자기 방식으로 싸우거나 버티거나 견디는 사람들이 있다. 성별을 떠난 이야기고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다."
- 후반 시상식에 말을 타고 나타난 주애를 시작으로, 주애와 희란이 서로를 구하고 말을 타고 달리는 시퀀스가 너무나 강렬했다. 전율이 일 정도로 멋있고 짜릿했는데, 이런 장면을 연출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며 촬영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어땠는지 궁금하다.
"그게 목적지였다. '애마'는 그 신을 하기 위해 달려가는 이야기다. 80년대 당시엔 광화문에 조선총독부가 있었다. 권위적이고 남성적인 광화문 대로를 말을 타고 달려가는 거다. 82년 영화 '애마부인' 속에서는 뽀샤시한 화면에 바닷가를 벗은 채 말을 탄다. 욕망을 위해 말을 타는 이미지가 완전히 전복되도록 광화문을 역주행한다. 무협 서부영화의 한 장면처럼 질주하는 이미지가 모든 테마를 대표하는 신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필요했다. 말을 타는 장면이 놀라울 정도로 어렵더라. 처음 찍어봤다. TV에서는 말을 너무 쉽게 탄다. 카메라가 쉽게 쫓아가는데, 이렇게 촬영하기 어려운 줄 몰랐다. 조명이 앞에 비치면 말이 놀란다. 엄청 예민하다. 사람을 튕겨내기도 한다. 액션 사인도 알아들을 정도로 똑똑하다. 레디 하고 액션하면 바로 뛰려고 한다. 그래서 준비, 출발 등 테이크마다 말을 바꿔야 하더라. 두 명이 타는 건 더 불가능하다. 영화에서는 쉽게 잘 달려서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두 명은 어렵다. 거울 아스팔트에서는 절대 못 달린다. 푹신하지 못한 바닥은 미끄러진다. 구간마다 막천을 깔고 흙을 뿌려서 달리게 했다. 몇백 미터가 되는 긴 거리를 말이 달리게 하고 CG로 지웠다. 정말 미친 짓이었다. 그럼에도 너무 중요하게 구현해야 하는 것이었다. 시나리오는 더 길었다. 추격전이 벌어지고 기차가 오는데 점프도 하고. 그렇게 구상했다가 제정신을 차리고 진정하면서 조촐해지긴 했다. 개인적으로 만족한다."

- 주애의 일본 토크쇼 대사가 주는 의미가 크다.
"그 신은 영화적인 흐름에서 정점이었다. 안소영 선배님의 다큐멘터리에서 받은 영감이다. 그런 말씀을 하지는 않았지만 삶을 반추하는 기록물에서 '치열한 싸움이구나. 매번 링 위에 올라가서 스파링하는 기분이겠구나' 그 영감을 토대로 썼다. 희란에게 하는 응원과 '지치지 말자'라는 말이기도 하다."
- 가장 좋아하는 대사는 무엇인가?
"좋아하는 대사는 주애의 "새로운 세상 같은 건 없어. XX"이다. 구중호가 가든파티에서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더욱 싸울 거라는 맥락의 의미다."
- 시즌2를 기대해도 되나?
"확장된 이야기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만약 시즌2를 하면 더 경쾌하고 훨씬 코미디가 강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1편은 해야 하는 소임이 있다 보니 진중한 이야기를 해야 했다. 그걸 거치고 나면 가벼운 코미디 느낌을 가져갈 수 있을 것 같다. 시즌2를 기다리는 분들이 계신다면 쌍따봉을 눌러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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